[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전북은 밤 경기에 강할까, 낮 경기에 강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9월 29일 05시 30분


이제 단 1골만 남았다. 전북과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 이동국이 전인미답의 고지 200호 골을 향해 다시 뛴다. 29일 제주와 홈경기에서 팀의 우승과 자신의 200호 골을 동시에 달성하는 장면을 그려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제 단 1골만 남았다. 전북과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 이동국이 전인미답의 고지 200호 골을 향해 다시 뛴다. 29일 제주와 홈경기에서 팀의 우승과 자신의 200호 골을 동시에 달성하는 장면을 그려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의 승패를 결정짓는 제1 요소는 아무래도 선수들의 경기력이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뛰어나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기량이 전부는 아니다. 알게 모르게 변수들이 끼어든다. 장소(홈/원정), 날씨, 잔디 등이 승패를 바꿔놓곤 한다. 경기 시간대 변화에도 민감하다. 선수들이 느끼는 밤과 낮의 경기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밤 경기를 선호한다. 신체 리듬이나 활동량이 늘어나는 시간대인데다 축구하기 적당한 기온이다. 야간에는 잔디가 촉촉하게 젖어있어 볼의 스피드가 빨라진다. 여기에다 이슬까지 살짝 내려앉으면 다이내믹한 경기를 하기에 금상첨화다. 빠른 템포는 개인기 좋은 선수나 패스 플레이에 능한 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낮에는 아무리 물을 뿌려도 햇볕 때문에 그라운드 상태가 딱딱해질 수밖에 없다. 메마른 잔디는 저항이 커 볼의 스피드를 죽인다. 개인기 발휘가 쉽지 않다. 체력소모도 크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경기가 느슨해지는 이유다.

선수들이 특히 힘들어하는 부분은 주중 밤 경기에 이은 주말 낮 경기를 할 때다. 생체리듬이 완전히 달라져 체력적으로 힘들다. 이런 불편한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이 낮 경기는 열린다.

문득 궁금했던 게‘밤 또는 낮 경기에 유독 강한 팀이 따로 있을까’였다. 그 결과를 알면 팀으로선 유용한 옵션이 될 수 있다. 또 ‘밤 혹은 낮 경기에 특화된 선수’의 존재도 알고 싶었다. 프로축구연맹의 도움을 받아 승강제가 처음 도입된 2013년 이후 올해까지 5년간 밤· 낮의 경기결과를 조사해 밤· 낮 경기가 팀 승률 및 선수의 득점력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해봤다.
밤· 낮 경기의 킥오프 구분 시간은 오후 5시로 했다.


● 밤· 낮 경기의 황제는 전북…낮 경기 최다 평균득점은 포항

우승이 많은 팀답게 전북이 밤낮 구분 없이 가장 높은 승률을 보였다.

2014~2015년 연속으로 K리그 클래식(1부) 정상에 올랐던 전북은 낮 경기에서 승률 68.8%를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득점은 1.47골, 평균실점은 0.90골.

2013년 클래식 우승팀 포항이 59.9%로 뒤를 이었고, 울산도 59.6%의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서울(54.8%) 수원(54.8%) 제주(53.1%) 등 6개 구단이 낮 경기 승률 50%를 넘었다.

눈에 띄는 건 포항의 득점력이다. 포항은 낮 경기 평균득점이 1.54골로 전북에 앞섰다. 포항과 낮 경기를 하는 팀이 참고할만하다.

낮 경기 승률이 가장 낮은 팀은 대구다. 33.3%로 전북 승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상주(34.6%) 대전(35.4%) 수원FC(36.8%) 등도 저조했다.

전북의 밤 경기 승률은 낮과 비슷한 69%였다. 평균득점은 1.94골로 쑥 올라갔다. 전북 선수들이 낮보다는 밤에 골 감각이 더 좋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밤 경기에서 도드라진 팀은 서울과 수원이다. 두 팀은 낮 경기에 보다 밤 경기에 강했다. 서울의 밤 경기 승률은 63.9%, 수원은 59.6%였다. 승률 56.9%의 제주는 평균득점 1.59골로 전북에 이어 2위를 마크했다. 밤 경기 승률이 가장 낮은 팀은 15.7%의 대전이었다. 경남은 밤 경기 평균득점이 0.79골로 가장 저조했다.

한편 올 시즌으로 국한하면, 전북은 낮 경기 승률 71.4%로 가장 높았고, 평균실점은 0.86골로 가장 낮았다. 제주(63.6%)가 뒤를 이었다. 제주는 평균득점에서 2.00골로 전북(1.50)을 제치고 1위다. 올 시즌 제주의 밤 경기 공격력이 무서웠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울산은 밤과 낮이 확연히 달랐다. 낮 경기 승률은 59.1%, 평균득점은 1.00골로 부진했지만 밤 경기 승률은 70.0%로 전북(67.6%)보다 앞서는 1위다. 평균득점은 1.30골, 평균실점도 0.95골로 확실히 밤에 강했다.

전북 김신욱. 스포츠동아DB
전북 김신욱. 스포츠동아DB

● 밤 경기는 이동국, 낮 경기는 김신욱이 최고 득점

결론적으로 말하면 밤과 낮의 경기 구분이 득점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야간경기의 득점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에는 야간 조명이나 선수들의 시력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최고 스트라이커들에게는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낮 경기 득점 최다는 김신욱(전북)이다. 82경기 출장에 38골, 경기당 0.46골을 넣었다. 양동현(포항· 26골· 0.38골)~산토스(수원· 26골· 0.36골)~이동국(전북· 24골· 0.32골)~데얀(서울· 24골· 0.52골)의 골 퍼레이드도 화려했다. 경기당 득점에서는 서울에서 뛰었던 아드리아노가 0.57골(35경기 20골)로 20골 이상 득점자 중 가장 앞선다.

이동국은 밤 경기 득점 1위다. 70경기 출장에 32골, 경기당 0.46골을 기록했다. 산토스(27골· 0.40골)~김신욱(25골· 0.34골)의 발끝도 매서웠고, 데얀은 49경기 출장에 24골, 경기당 0.49로 20골 이상 득점자 중 경기당 득점 1위다. 22경기 19골을 넣은 조나탄(수원)의 경기당 득점은 무려 0.86골이다.

한편 올 시즌만 놓고 보면 낮 경기에서는 자일(전남)이 12경기 출장 8골(경기당 0.67골)로 가장 돋보였고, 밤 경기 득점은 13경기 출장에 16골을 넣은 조나탄이 최고였다.

그동안 축구는 다른 종목보다 통계활용이 적은 편이었다. 볼의 소유권을 높고 90분간 서로 몸을 부딪치는 종목인데다가 득점이 많지 않고, 경기수도 적은 탓에 활용할 기록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의미한 자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도자들도 있다. 축구에서도 통계의 활용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밤· 낮의 경기분석을 통해 도출된 팀 승률이나 개인별 득점력도 구단들이 한번쯤 들여다볼만한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최현길 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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