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띠’ 이종현 “시련은 끝…이제 두목 호랑이 잡으러 간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3일 05시 45분


모비스 이종현이 경기도 성남의 JDI스포츠클리닉에서 재활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이종현은 1월 말 프로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성남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모비스 이종현이 경기도 성남의 JDI스포츠클리닉에서 재활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이종현은 1월 말 프로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성남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 ‘전체 1순위’ 모비스 이종현의 각오

병원서 3개월 쉬어야 한다는 말에 미칠 뻔
두목 호랑이 잡겠다 했는데 토끼도 못 잡아
동기 최준용·강상재 경기 뛰는 모습 부러워
오래 쉬다 보니 농구에 대한 절실함 다가와
많이 회복…올스타 휴식기 이후 복귀 목표


“두목 호랑이 잡으러 가겠다!” 지난해 10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종현(23)은 전체 1순위로 모비스에 지명된 뒤 이처럼 당찬 일성을 토해냈다. ‘두목 호랑이’는 이종현의 고려대 2년 선배이자, 2015∼2016시즌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인 이승현(25·오리온)의 별명이다. 이승현을 제압하고 프로농구 정상에 서겠다는 포부였다. 이번 겨울 남자프로농구 판도를 뒤흔들 것만 같았던 이종현은 그러나 개점휴업 중이다. 야심 찬 포부를 뒤로 한 채 부상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다. 2016년 부상으로 부침을 겪은 그는 2017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부상 부위의 상태는 어떤가.

“많이 회복돼서 괜찮다. 그런데 재활하면서 안 쓰던 근육을 쓰다 보니 부상 부위(오른쪽 발등) 위쪽에 통증이 좀 있다. 원래는 1월 초 팀 훈련에 합류할 계획이었는데, 통증이 생겼으니 시기를 좀더 미뤄야 할 것 같다. 자꾸 한숨만 나온다.”

-많이 답답할 것 같다. 부상 때문에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하. 펑펑 운 정도는 아니다. 좀 서러웠다. 많은 기대를 받으면서 입단했는데 못 뛰고 있으니 답답하다. (최)준용(SK)이, (강)상재(전자랜드) 같은 친구들은 벌써 프로무대를 뛰고 있으니 더 그렇다. 병원에서 3개월을 쉬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진짜 미칠 것 같았다. 부상 부위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안 좋은 줄은 몰랐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2016년 9월 23일)을 뛰어서 부상이 더 악화된 것 아닌가.

“그렇다. 아마 정기전을 뛰지 않고 쉬었다면 지금 경기에 나서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안 한다. 아마 출전하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 마지막 정기전이어서 이기고 싶었다. 내가 원해서 뛴 것이다.”

-그 부상 때문에 두목 호랑이(이승현)를 잡으러 간다 하고 여태 못 잡고 있는 것 아닌가. 이승현이 별말 안 하나.

“하하. 호랑이는커녕 토끼도 못 잡고 있다. 드래프트 전날 (이)승현이 형과 전화를 했었다. 형이 자기에 대해 좋게 얘기하라고 하더라.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 선배이기 때문에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올라가니 그런 말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두목호랑이 잡으러 가겠다’고 말했다. 승현이 형이 어이없다며 웃더라.”

모비스 이종현이 경기도 성남의 JDI스포츠클리닉에서 재활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이종현은 1월 말 프로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성남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모비스 이종현이 경기도 성남의 JDI스포츠클리닉에서 재활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이종현은 1월 말 프로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성남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최준용과 강상재가 뛰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좋아보였다. 어떻게 보인다기보다 경기를 뛰면서 팬들의 관심을 받는 모습 자체가 좋아 보였다. 준용이는 리바운드를 잘 잡더라. 재밌어 보였다. 부러웠다.”

-드래프트 이전 ‘황금세대’라는 평가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렇다. 처음에는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준용이는 다쳤고, 상재는 아직 경기력이 오락가락 하더라.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지금은 전혀 감이 안 온다.”

-모비스에 입단한지도 어느덧 3개월째다. 모비스는 어떤 느낌인가.

“사실 아직 팀 훈련에 한 번도 참가해보지 않아서 모비스의 체계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숙소에서 잠만 잘 뿐, 재활운동을 따로 외부(경기도 성남 JDI스포츠클리닉)에 나와서 하고 있어서 그냥 쉬고 있는 느낌이다. 시즌이 시작된 뒤에는 감독님(유재학) 얼굴도 얼마 못 봤다. 벤치에 앉아서 팀 훈련을 몇 번 봤는데, 아직 훈련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뭔가 와 닿지는 않았다. 다만 팀에서 워낙 부상관리를 체계적으로 잘해줘서, 그런 부분에선 내가 프로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대학에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대학교에선 재활을 안 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중, 고교, 대학 시절까지 부상을 당하면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쉰 것이 전부다. 구단에서 연결해준 재활센터에서 한 달 반째 운동하고 있는데, 이렇게 체계적으로 운동한 것은 처음이다. 사실 재활의 개념 자체가 없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얼마나 어렵고 정신적으로 힘든 것인지를 알았다. 재활센터에 있는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회복을 위해 많이 도와주고 있다.”

-부상 기간 동안 느낀 것이 있다면.

“농구를 하면서 이렇게 오래 쉰 것은 처음이다. 육체적으로는 경기를 많이 뛸 때 힘들었겠지만, 정신적으로는 지금이 농구를 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인 것 같다. 코트에서 뛰질 못하니까 너무 답답하다. 이를 통해 농구에 대한 절실함을 느끼게 됐다.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를 느끼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농구에 대한 절실함을 느낄 틈이 별로 없었다. 고교, 대학교 때 좋은 멤버들 만나 편하게 농구를 해왔다. 운동하면 힘들어서 마냥 쉬고 싶고 지치기도 했는데, 지금은 너무 뛰고 싶다. 얼른 경기에 나가고 싶다.”

모비스 이종현. 사진제공|모비스
모비스 이종현. 사진제공|모비스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뛰는 상상은 해봤나.

“상상을 안 했던 것은 아닌데, 아직 뛰지 않아서인지 그 모습이 좀처럼 상상이 가질 않는다. 찰스 로드와 같이 뛸 때도 조합이 어떨지 궁금하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지만, 걱정도 된다. 늘 외국인선수들을 상대팀으로 만나다가 함께 뛴다고 하니, 어떤 장면이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

-최근 프로농구에선 주희정(40·삼성)의 1000경기 출장이 화제가 됐다. 그 장면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

“1000경기 출장이라니…, 진짜 말이 안 되는 기록이다. 주희정 선배님이 프로농구 출범할 때부터 뛰었다고 들었다. 나는 데뷔 시즌부터 다쳐서 못 뛰고 있지 않나. 불멸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주희정처럼 프로에서 무언가 기록을 남기겠다는 생각도 해봤을 것 같은데.

“(김)주성(동부)이 형이 세운 1000블록슛 기록은 개인적으로 꼭 달성해보고 싶다. 블록슛은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다.”

-2017년 새해가 왔다. 새해 각오가 있다면.

“2016년은 부상 때문에 아쉬운 한 해였다. 빨리 복귀해서 1순위다운 활약을 펼치면서 관중들의 환호성을 듣고 싶다. 올스타(1월 22일) 휴식기 뒤로 복귀시기를 잡고 있다. 2017년은 닭띠의 해 아닌가. 내가 닭띠다. 뭔가 느낌이 좋다. 2016년의 아쉬움을 다 털어내고 싶다. 지켜봐달라.”

● 이종현

▲생년월일=1994년 2월 5일
▲키·몸무게=203cm·107kg
▲출신교=휘문중∼경복고∼고려대
▲프로 입단=2016 신인 드래프트 1순위·모비스 지명
▲국가대표 경력=2013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3위), 2014년 농구월드컵,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금메달), 2015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출전
▲수상 경력=2013년 프로·아마 최강전 MVP, 2013년 대학농구리그 챔피언 결정전 MVP·신인상, 2014년 농구월드컵 블록슛 1위

성남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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