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화수분 야구’의 저력을 찾아서<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1월 8일 05시 30분


두산은 자체 팜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전력의 절대 다수를 점한다. 시간과 시스템을 믿는 두산의 육성 전략이 빛을 발한 결과다. 스포츠동아DB
두산은 자체 팜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전력의 절대 다수를 점한다. 시간과 시스템을 믿는 두산의 육성 전략이 빛을 발한 결과다. 스포츠동아DB
‘1만 시간의 법칙’은 이제 일반상식처럼 통한다. 한 가지 분야에 1만 시간을 투자한 사람은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두산 이복근 스카우트 팀장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선수 발굴만 해왔다. 1991년 입사 후 첫 업무도 스카우트였다. 두산 육성의 시작점은 스카우트다. 인사(人事)가 결국 만사(萬事)다. 두산이 인재를 알아보는 그들만의 ‘선구안’은 무엇일까.

이 팀장은 “당장의 기량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 위주로 길게 보고 뽑는다”고 말했다. 대략 4년 후 주전이 될 수 있을지를 본다. 지금 주전이 프리에이전트(FA)가 되거나 노쇠화 할 때를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물론 3~4년 후 의도대로 성장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팀장은 두산 팜 시스템을 “믿는다”고 했다. “잘 가르치고 잘 먹이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두산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졸 선수, 덩치 큰 선수를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산은 선수의 타고난 자질보다 시간의 힘, 시스템의 힘을 믿는 것이다.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가 2016시즌 센트럴리그에서 우승하자 독특한 신인 영입 방식이 주목 받았다. 마쓰다 구단주 이하 히로시마 프런트는 돈이 없다고 좌절하지 않고, 긴 안목으로 바닥부터 팀을 다졌다. 히로시마에는 ‘연령선수 표’라는 것이 있다. 포지션 별로 18세부터 나이대가 다른 선수를 채워나갔다. 이 표에 근거해 팀에 부족한 포지션의 선수를 일찍부터 선별해 키워나갔다. 두산은 히로시마보다 먼저 이 방식을 실행했다. 군 입대까지 고려해서 조절한다.

이를 위해 단장, 운영팀(1군), 운영2팀(2군), 스카우트 팀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연다. 스카우트 팀의 보고서를 회람한다. 2군 보고서는 스카우트 팀이 늘 읽는다. 빠르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져 있다.

어느덧 KBO도 통계의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두산 스카우트 팀은 그들이 쌓은 노하우를 믿는다. “아마추어 수준에서 통계는 무시한다. 포지션 별로 특징(기본기)을 본다.”

이어 이 팀장은 “지금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기량이 아마추어와 천지차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아마추어 A급은 바로 통했는데 이젠 경쟁 자체가 안 된다. 어떻게 교육을 시켜 기량을 향상시킬까, 그 기간이 얼마나 짧을까에 초점을 맞춘다”고 강조했다.

두산이 계속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신인드래프트 후순위로 밀리는 불리함은 어떻게 체감할까. 이 팀장은 “팀마다 방향이 다르니까 생각만큼 나쁘지 않더라. 올해 특히 불리할 줄 알았는데 생각지 않은 선수를 앞에서 지명할 때도 있더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