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크리스 브라이언트, ‘신인왕 이듬해 MVP’ 계보 이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1일 05시 30분


시카고 컵스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오른 데 이어 올 시즌은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2년차 징크스’는 남 얘기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시카고 컵스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오른 데 이어 올 시즌은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2년차 징크스’는 남 얘기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여러 타이틀 중에서 평생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는 것은 신인왕이 유일하다.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의 2루수 재키 로빈슨이 최초의 수상자로 선정된 이래 총 128명의 신인왕이 탄생했다. 지금까지 공동수상은 단 두 번 있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1976년 부치 메츠거(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패트 재크리(신시내티 레즈)가 함께 상을 받았다. 1979년 아메리칸리그의 신인왕은 존 캐스티노(미네소타 트윈스)와 알프레도 그리핀(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나란히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1980년부터 투표 방식이 바뀌면서 이제는 공동 수상자 배출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투표권자들은 각기 3명의 루키를 선정해 1위부터 3위까지 순위를 매긴다. 1위표는 5점, 2위표는 3점, 3위표는 1점이 부여되는데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선수가 신인왕에 오른다.

마이애미 말린스 스즈키 이치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마이애미 말린스 스즈키 이치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신인왕-MVP, 신인왕-사잉영상 동시석권 신화

역대 신인왕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같은 해 리그 MVP(최우수선수)까지 거머쥔 프레드 린과 스즈키 이치로다. USC(남캘리포니아대학)를 졸업하고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입문한 린은 1975년 타율 0.331, 21홈런, 105타점을 기록했다. 득점(103), 2루타(47), 장타율(0.566), OPS(출루율+장타율·0.967)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빅리그 17년 통산 타율 0.283, 306홈런, 1111타점, 1960안타의 성적을 남겼다.

일본프로야구 출신인 이치로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자마자 타율 0.350으로 타격왕을 차지했다. 8홈런과 69타점에 그쳤지만 안타(242), 도루(56)에서 아메리칸리그 1위에 올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00년 시애틀의 마무리투수로 신인왕을 받은 사사키 가즈히로에 이어 일본인으로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오르는 역사를 쓴 것은 물론 MVP마저 차지했다.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여전히 현역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치로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역사상 30번째로 3000안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는 1981년 LA 다저스 소속으로 신인왕과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멕시코 출신인 발렌수엘라는 25경기 선발출전에 그쳤지만 13승7패, 방어율 2.48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25경기 중 11번이나 완투를 했고, 그 중 완봉승이 8차례나 된다는 사실이다. 탈삼진도 180개로 리그 1위에 올라 ‘페르난도 매니아’ 돌풍을 일으키며 구단의 통산 5번째 우승까지 이끌었다. 1987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은퇴한 발렌수엘라는 173승153패(방어율 3.53), 113완투(31완봉), 2074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보스턴 레드삭스 더스틴 페드로이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보스턴 레드삭스 더스틴 페드로이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2년차 징크스를 거부한 사나이들

루키 시절의 엄청난 활약에 비해 두 번째 시즌에 고전하는 것을 두고 ‘소포모어 징크스’라 칭한다. 하지만 칼 립켄 주니어, 라이언 하워드, 더스틴 페드로이아에게는 이 같은 징크스가 전혀 해당되지 않았다. 이들은 신인왕을 차지한 후 바로 다음해 리그 MVP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1978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지명된 립켄은 당시로는 보기 드문 193cm의 장신 유격수였다. 루키 시즌인 1982년 160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264, 28홈런, 93타점을 올려 신인왕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전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8, 27홈런, 102타점으로 MVP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1983년 아메리칸리그의 타석(726), 타수(663), 안타(211), 2루타(47), 득점(121) 부문 1위는 모조리 립켑의 차지였다. ‘아이언맨(철인)’으로 불리며 2632연속경기출장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긴 그는 통산 3184안타, 431홈런, 1695타점의 성적으로 은퇴해 2007년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지금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뛰고 있는 라이언 하워드는 2005년 타율 0.288, 22홈런, 63타점을 올려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등극했다. 이듬해에는 홈런왕(58)과 타점왕(149)을 차지했다.
파워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타율도 0.313를 기록해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며 내셔널리그 MVP에 올랐다. 2008년에도 홈런왕(48)과 타점왕(146)을 동시에 거머쥐며 MVP 투표 2위에 랭크됐다. 하지만 5년 1억2500만 달러에 장기계약을 체결한 뒤 첫 해인 2012년부터는 4년 연속 30홈런 고지를 넘지 못했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 시즌에도 19개의 홈런을 치는 데 그치고 있으며, 타율은 0.197로 ‘멘도사 라인(규정타석을 채운 타율 2할 언저리의 타자)’에 있다.

키 175㎝의 단신 2루수 더스틴 페드로이아는 루키 시즌인 2007년 보스턴에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타율은 0.317로 높았지만 홈런 8개, 50타점에 그쳤다. 하지만 137경기에서 단 6개의 실책을 기록하는 견실한 수비가 투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8년에는 득점(118), 안타(213), 2루타(54)에서 리그 1위에 오르는 한편 0.326의 높은 타율에 약점으로 지적된 파워까지 보강하며 17홈런, 83타점을 기록했다. 도루는 21번을 시도해 20번이나 성공시켰고, 실책 역시 157경기에서 6개만을 저질러 아메리칸리그 MVP의 영예를 안았다. 신인으로서 2007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한 페드로이아는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2013년에도 품에 안았다.

● 브라이언트, 역대 4번째 신인왕-MVP 계보 도전

지난 시즌 신인왕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카를로스 코레아와 시카고 컵스의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차지했다. 특히 브라이언트는 맷 더피(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 등의 경쟁자를 따돌리고 1위표를 100% 휩쓸며 만장일치로 신인왕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타율은 0.275에 그쳤지만 26홈런과 99타점으로 단숨에 리그 정상급 파워히터로 이름을 올린 결과였다. 1908년 이후 우승 갈증에 시달리고 있는 컵스의 4번타자로 활약 중인 브라이언트는 8월31일(한국시간)까지 35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려 콜로라도 로키스의 놀란 아레나도와 함께 내셔널리그 홈런 부문 공동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타점 부분에서는 89개로 선두 아레나도에게 23개 뒤진 4위이지만 타율에서는 0.305로 12위에 랭크됐다. 반면 아레나도의 타율은 0.293인데다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쓴다는 약점 때문에 브라이언트의 MVP 등극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과연 브라이언트가 립켄, 하워드, 페드로이아에 이어 4번째로 신인왕 등극 후 바로 다음 해 MVP 수상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을까.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컵스의 슬러거 브라이언트가 9월에는 어떤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할지 궁금하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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