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BA·KBL 수장들이 악수도 안 한 까닭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25일 05시 45분


사진제공|KBL
사진제공|KBL
한국남자농구를 이끄는 두 축인 대한농구협회(KBA) 방열(75) 회장과 KBL(한국농구연맹) 김영기(80) 총재가 최근 불편한 관계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현재 진행 중인 ‘2016 KCC 프로-아마 최강전’에서도 마주쳤지만, 악수는 나누지 않고 눈인사만 하며 거리를 뒀다. 방 회장의 공약이 도화선이 됐다.

방 회장은 이달 10일 치러진 제33대 대한농구협회장 선거에서 유효투표수의 과반을 얻어 당선됐다. 재선에 성공한 방 회장은 2020년까지 협회를 이끈다. 선거를 치르면서 방 회장이 제시한 공약이 김 총재의 심기를 건드렸다. 방 회장은 모두 5가지 공약을 밝혔는데, 이 중 하나는 국제농구연맹(FIBA)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1국가-1단체(One Nation-One Federation)’다.

방 회장은 “한국농구는 KBA, KBL,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NABA(국민생활체육전국농구연합회) 등으로 구분돼 집약적 기능 발휘를 하지 못했다. 금번 통합의 기회는 우리의 기회다. 대학 총장, 세계농구코치협회 아시아 회장, 그리고 대한농구협회장을 역임했던 행정력을 살려 FIBA가 추구하는 ’한 지붕 한 가족 농구‘를 반드시 달성해 풀뿌리 농구부터 프로농구까지 일관된 운영으로 집약적 농구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인단에 KBL 관계자들이 포함되지 않아 방 회장의 공약을 뒤늦게 알게 된 KBL 고위관계자들은 불쾌함을 드러냈다. 기관 통합에 대한 사전협의 등이 전혀 없이 방 회장이 일방적으로 공약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KBL 이사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이사들과 공유했다. 방 회장이 추후 해명했지만, 김 총재는 여전히 심기가 불편한 것으로 전해졌다. KBL 관계자는 24일 “3년 전 FIBA가 통합을 권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KBL 관계자가 KBA 이사로 파견되는 등 행정적으로는 협업에 큰 문제가 없다. 통합이 필요하다면 선거 공약에 포함시키기 전에 어느 정도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절차상의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FIBA 아시아지부는 다음달 말 관계자를 파견해 한국농구 전반에 걸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FIBA 본부의 실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패트릭 바우만 FIBA 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했던 2012년 당시 KBA 회장과 KBL 총재가 따로 면담시간을 잡았던 것이 빌미가 돼 FIBA로부터 2013년 기관 통합 권고를 받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KBA 회장과 KBL 총재의 불편한 관계가 FIBA의 실사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용석 스포츠1부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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