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오물 투척·욕설…표현의 자유 아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13일 05시 45분


KBO는 구단과 합의되지 않은 현수막 등 모든 표현물을 야구장 반입금지 목록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이미 다양한 응원도구를 손수 제작하고 재치 있는 문구를 적은 피켓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현재는 특정 선수나 감독을 비난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엄격히 제재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BO는 구단과 합의되지 않은 현수막 등 모든 표현물을 야구장 반입금지 목록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이미 다양한 응원도구를 손수 제작하고 재치 있는 문구를 적은 피켓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현재는 특정 선수나 감독을 비난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엄격히 제재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야구장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표현의 자유 남용한 국내 사례

외야수 향해 병·동전 던진 행위 ‘폭력’
경기장 난입·선수단 버스 방화 ‘범죄’


프로야구선수들은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그러나 지나친 애정은 무관심만 못하다.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몇몇 몰지각한 관중들의 도가 넘은 행동으로 오히려 프로야구판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불과 20년 전만 해도 팬들의 행동은 과격했다. 1986년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해태의 한국시리즈에서 관중이 선수단 버스(해태)에 불을 지르거나, 1999년 플레이오프 롯데와 삼성전에서 오물 투척을 하면서 선수들과 관중 사이에 난동이 벌어지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았다. 해태 김응용 감독의 참외 투척 사건도 유명하다.

물론 요즘은 이처럼 극단적인 행동은 나오지 않지만, 외야수들에게 먹고 남은 치킨 뼈나 동전 등을 투척하는 일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듣기 힘든 욕설을 퍼붓고, 그라운드에 난입해 경기를 중단시키기도 한다. 실제 지난달 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KIA-NC의 개막전에서 취객이 야구장에 난입해 논란이 일었고, 지난달 8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한화-NC전에서는 선수를 향해 맥주병이 날아들어 투척한 관중이 퇴장 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뿐 아니다. 2010년에는 KIA가 16연패에 빠지자 잠실구장을 빠져나가려는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길을 내주지 않는가 하면, 2011년에는 김성근 감독의 사퇴에 항의하는 SK팬들이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 들어와 마운드 위에서 유니폼과 깃발, 응원도구 등을 태우는 소동을 부렸다. LG팬들도 2011년 8월18일 박종훈 감독에게 청문회를 요청했고, 박 감독이 등장하자 오물을 던지며 험악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삼성 안지만이 투구할 때 포카칩을 흔들며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모 선수와 가수가 스캔들해프닝이 나자 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응원석에서 관련 가수 노래를 트는 등 교묘하게 심리를 흔들기도 했다. 이는 특별한 제지 방법도 마땅치 않아 선수들이 모든 것을 다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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