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 챔프,‘나의 배구’의 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2일 05시 45분


현대건설 선수들이 21일 수원체육관에서 벌어진 IBK기업은행과의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코트로 뛰쳐나와 환호하고 있다. 그동안의 땀과 눈물을 보상 받은 순간이다.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현대건설 선수들이 21일 수원체육관에서 벌어진 IBK기업은행과의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코트로 뛰쳐나와 환호하고 있다. 그동안의 땀과 눈물을 보상 받은 순간이다.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현대건설 챔피언 이끈 원동력

선수들, 용병 의존 않고 강한 책임감 발휘
후반기 부진 집중보완한 지옥훈련도 한몫

마침내 현대건설이 ‘봄 배구’의 주인공이 됐다. 정규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현대건설은 플레이오프(PO)에서 3위 흥국생명, 챔피언 결정전에서 1위 IBK기업은행을 완파하고 챔피언이 됐다. 2010∼2011시즌 통합우승에 이어 2번째 우승이다. 전반기 16연속경기 승점을 기록하는 등 순항하다 후반기 롤러코스터를 탔으나 3월 기막힌 반전 드라마를 썼다.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3월의 현대건설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 준비과정이 지난해 봄과는 달랐다!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과의 PO를 앞두고 현대건설은 흥미로운 이벤트를 했다. 선수들의 가족을 불러 숙소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도록 했다. 양철호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구단은 선수 가족의 목소리를 녹음해뒀다가 힘든 훈련 도중 내보냈다. 훈련장에서 뜻밖에도 사랑하는 부모의 격려를 들은 선수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PO 결과는 실패였다.

그 패배를 통해 양 감독은 봄 배구에선 이벤트와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올 시즌 흥국생명과의 PO를 앞두고는 이벤트를 생략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했다. 다만 후반기 하락한 경기력을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팀훈련이 아닌 개인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짧은 봄 배구 준비기간에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시즌 내내 각자가 해왔던 것을 점검해보고, 그동안 못했던 것을 반복해 훈련하며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

전반기 12승3패를 기록했던 현대건설은 후반기 5승10패에 그쳤다. 그 하락세의 원인을 찾아내고 전반기와 같은 플레이가 나오게 하느냐의 여부가 봄 배구의 운명을 가른다고 판단했다. 역시 비결은 코트 안에 있었다. 선수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약점을 찾아 보완하는 과정에서 흘린 땀방울이 해법이었다. PO부터 현대건설의 경기력은 시즌 최고 때보다 더 좋았다. 모든 공격수가 맡은 역할을 충분히 해줬고, 팀의 고질적 문제점이었던 리시브 불안과 범실에서도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나의 배구, 우리의 배구’라는 책임감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세계적 공격수 폴리를 영입했다. 공격만큼은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폴리가 가세하면서 현대건설은 높이와 파워를 갖춘 공격의 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도 나왔다. 공격이 폴리에게 집중되면서 오른쪽 날개만 강한 팀이 됐다.

폴리를 대신해 리시브를 맡아야 했던 황연주의 공격 가담이 차츰 줄었다. 성공률도 떨어졌다. 그동안 중앙에서 팀 공격의 40% 가량을 부담하던 양효진의 역할도 눈에 띄게 축소됐다. 세터 염혜선은 위기만 되면 폴리를 바라봤다. 폴리는 점수를 많이 뽑았지만 범실도 많았다. 수비도 헐거워졌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선수들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었다. IBK기업은행과의 이번 챔프전 2차전 후 양효진은 “지난해 PO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모두 폴리에 의존했고 모든 것을 미뤘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실패의 숨은 이유였다.

양효진은 올 시즌 성공의 이유도 함께 말했다. “이번 시즌은 우리 모두가 경기를 책임진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조금씩 거들면서 내 역할을 해야 우리 팀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의 배구는 폴리의 배구였지만, 올 시즌은 선수 모두에게 ‘나의 배구, 우리의 배구’였다. 그 마음가짐의 변화가 5시즌만의 챔프전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만들었다.

수원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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