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 “올 시즌 최대 난적은 ‘2015년 두산 우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월 7일 05시 45분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취임 첫 해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성과를 냈다. 올 시즌 김 감독의 가장 큰 적은 다른 팀이 아니라, 지난해 두산의 성공이다. 스포츠동아와 인터뷰하기에 앞서 김 감독이 잠실구장 내 구단 로고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취임 첫 해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성과를 냈다. 올 시즌 김 감독의 가장 큰 적은 다른 팀이 아니라, 지난해 두산의 성공이다. 스포츠동아와 인터뷰하기에 앞서 김 감독이 잠실구장 내 구단 로고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프로야구 감독들의 새해 구상

3. 두산 김태형 감독

14년만에 우승…선수들의 연봉 기대치 커
김현수 빈자리…어린 선수들에겐 큰 기회
우승 부담? 감독 쫓기면 선수가 먼저 알아
‘두산다운 야구’로 4강부터 잡을 것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리더의 천품은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49)은 코치보다 감독을 맡았을 때, 더 몸에 맞는 옷을 입은 사람 같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앉아있는 탓에 본인은 물론 주변까지 불행해지는 사례를 우리는 곧잘 봤다. 그렇기에 취임 첫해 두산의 야구색깔을 되찾고, 우승이라는 실적까지 거둔 김 감독은 2015년 두산에 최적화된 리더였다. 이런 김 감독에게 2016년 마주할 최대의 난적은 삼성, 한화, LG 등이 아니라 바로 ‘2015년 두산의 성공’일 것이다.

“외풍(外風)에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 만들겠다!”

-몸살은 좀 나았나?

“(우승 후 인사 다닐 때가 많아서) 몸에 이상신호가 올 만큼 돌아다녔다. 남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웃음) 이제 좋아졌다.”

-몸이 아팠는데 새해 구상할 시간은 있었나?

“구상이야 1시간이면 하지(웃음). 지금 머리로 상상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김현수(볼티모어)가 빠져나간 것을 어떻게 메울까, 외국인타자를 1루수와 좌익수 중 어디로 뽑을까, 5선발은 누구를 쓸까, 이 정도다. 캠프를 치르면서 보겠다.”

-취임 첫해 우승, 목표를 너무 빨리 이뤘다.


“우승 감독으로 (역사에) 남는 것에 가치를 두겠다. 평생 못할 수 있는 것이 우승인데, 작년에 너무 큰 행운이 왔다. 그러나 끝났다. 다시 시작이다.”

-2016년을 생각하면 부담되지 않나?


“미리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우승이 아닌 한, 실패한 시즌이 되는 것 아닌가?

“일단 4강을 목표로 잡고 있다. 우승 다음해 두산이 항상 포스트시즌에 못 나갔으니까 부담이 없진 않다. 그렇다고 감독이 쫓기면 선수들이 먼저 안다. 작년과 똑같이 선수들과 함께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타팀 전력을 의식하기보다 두산의 야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도 우승 후 심적 컨트롤이 쉽지 않을 것 같다.

“14년 만에 우승을 했으니 선수들이 구단에 대한 기대치가 있을 것이다. 구단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다.”

-우승 후 모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불가항력적 상황이 발생했다.

“(야구단이) 아무렇지도 않을 순 없을 것이다. 프로는 능력치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어 하고, 구단도 최대한 반영해줄 것이겠지만, 선수들도 기사로 그룹 사정을 접하긴 할 것이다. 다만 야구단은 야구단의 일이 있다. 그룹 신경 쓸 겨를 없다. 두산 사람으로서 ‘그룹이 이렇구나’ 정도로만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넘어야 할 무형의 벽들이 많아 보인다.

“우승을 14년 만에 했는데, 그룹에 안 좋은 상황도 있었다. 야구 열심히 해서 그룹 임직원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럴수록 뭉쳐서 팬들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책무를 느낀다.”

-연봉협상부터 난항이다.


“가장 염려된다. ‘자존심 상해서 (도장을 찍느니) 1년 쉬겠다’는 선수는 원하는 대로 빼놓고 가겠다. 야구가 먼저고, 협상은 그 다음이다. 계약이 (15일 전까지) 끝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안 되더라도 캠프는 같이 가서 운동에 전념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임하는 2016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의 장래를 위해서 ‘바뀌지 않는 팀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두산 김태형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임하는 2016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의 장래를 위해서 ‘바뀌지 않는 팀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배려는 있되, 실력이 원칙이다!”

-김현수가 없다. 전력과 전력외적인 부분에 걸쳐 공백이 클 것 같다.

“감독으로서 많이 생각해야 될 부분이나, 그렇다고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밑에서 열심히 1군을 바라는 선수들에게 기회일 수 있다. 두산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밖에선 부러워할 얘기겠지만, ‘두산 선수층이 너무 어리다’는 지적도 있다.

“어린 선수가 많은 게 감독에게 행복한 고민이라고? 감독은 선수가 젊든, 베테랑이든 잘해서 성적 내는 게 행복한 것이다.”

-‘요즘 선수들’을 다루는 노하우가 있나?

“지금은 스킨십이 중요한 것 같다. 관심과 관찰, 계속 봐야 되더라. 선수 개개인에 맞춰주고 팀으로 끌고 가야지. ‘어떤 상황에서든 따라오라’고 강압적으로 하면 마음을 못 얻는다.”

-리더는 ‘밀당(밀고 당기기)’을 해야 되는 자리 같다.

“그렇다. 상황이 되면, 필요하다 싶으면, 할 말은 해야 한다. 다만 그 전까지는 충분한 배려를 해줘야 한다.”

-모든 감독에게 베테랑과의 관계 조율은 어려운 숙제 같다.

“똑같이 기회를 준다. 단, 연습은 고참들을 배려한다.”

-선수는 자신을 안 쓰는 감독은 싫어한다.

“어쩔 수 없다.”

-가정에 근거한 질문이다. ‘베테랑의 실력이 떨어졌다.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쓴다. 베테랑의 입은 나오고, 클럽하우스 분위기까지 저하시킬 수 있다.’ 이럴 때 감독의 최선은 무엇일까?

“우리 팀에 홍성흔이라는 선수가 있다. (경기에 못 나가고 2군에 떨어지기도 했는데) 불평불만 한 번 안했다. 베테랑이 실력이 떨어지면 정확하게 얘기를 해주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

-김 감독과 홍성흔의 관계처럼 모범적인 케이스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

“고참의 역할이 무엇인가? 후배들 다독거리는 것? 아니다. 실력이다. 실력이 있어야 고참의 말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홍성흔이나 KIA 서재응처럼 (고참이 사심 없이) 뒤에서 팀을 위해 박수 쳐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홍성흔을 2군에 보낼 때 말했다. ‘미안하다. 네가 빠져야겠다.’ 감독은 잘하는 선수들을 데리고 갈 수밖에 없다. 감독은 결단력이 필요하다. ‘어떡하지?’라고 고민할 바에는 욕을 먹어도 빠르게 행동하는 게 필요하다.”

-인간적으로는 홍성흔에게 미안했겠다?


“미안했다. 감독이 새로 왔으니까 애쓰는 게 보여서 더욱 미안했다. 2군으로 내려 보낸 것도 나름대로 결단을 한 것인데, 다시 올라왔을 때 열심히 해줘서 고마웠다. 그 덕분에 우승까지 온 것 같다. 나는 운이 좋은 감독 같다(웃음).”

-2016년 전력구상에 홍성흔은 포함되나?

“‘올해도 해봐’라고 말했다. 김재호가 새 주장이 됐지만, 주장 뒤에서 주장이 못 보는 것까지 봐주며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 “바뀌지 않는 두산의 팀 문화 만들고 싶다!”

-두산은 우승 멤버가 대부분 건재해 변화를 주기 어려운 팀 같은데?

“상황을 보겠다. 선수들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을 보고 이상한 면이 보이면 처음부터 배제하고 갈 수 있다. 팀을 위해서다. 감독으로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그것만 보고 왔다. 두산 베어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바뀌지 않는 팀 문화’를 만들어놓고 싶다.”

-2016년 시무식과 작년 시무식을 비교하면 기분이 어떤가?

“긍정과 부정이 혼재돼 있다. 우승을 또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미 우승을 한 번 했으니까 풀어질 수 있는 마음이 선수단 전체에 모두 있을 것이다. 이것을 긍정적 분위기로 바꾸는 게 나의 몫이다.”

-우승 감독을 향한 나머지 9개 팀 감독의 견제도 있을 것 같다.

“(잠시 생각하더니) 가장 가깝게 지내는 넥센 염경엽 감독에게 ‘진심으로 축하하고 부럽다’는 말을 들었다. 플레이오프 5차전을 이기고 NC 김경문 감독님께 인사드리러 갔었는데, ‘삼성 한번 잡아봐라’라며 꼭 안아주실 때 마음이 뭉클했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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