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기자의 인저리 타임]제발, 치열한 쇼를 보여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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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팀 vs 슈틸리케팀’
17일 K리그 올스타전

▷“동대문운동장에서 했는데 날씨가 추웠어요. 규모는 요즘과 비교하면 아주 작았죠. 그래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경기라 올스타전이 열리면 그때가 생각납니다.” 프로축구 챌린지 대구 이영진 감독(52)의 회고다. 24년 전 일이지만 그의 기억은 정확했다. 요즘과 달리 시즌이 끝나고 11월 10일에 열렸으니 추울 수밖에…. 이튿날 본보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혼성팀끼리의 대결인 데다 날씨까지 추워 좋은 경기를 기대하지 않았으나 선수들이 의외로 열심히 경기를 펼쳐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 감독은 첫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당시 수비상의 주인공이 최강희 전북 감독(56)이다.

▷프로야구는 원년(1982년)부터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선배’인 미국·일본 야구를 따라 하다 보니 안 하는 게 이상했다. 반면 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는 8년 뒤에야 첫 올스타전을 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한웅수 사무총장은 “초기에는 홈&어웨이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프로리그라고 하기 어려웠고 올스타전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 빅리그들이 올스타전을 열지 않는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뒤늦게 만들었을까. 한 총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연고지 개념이 자리 잡은 게 배경이 됐다. 스타들을 한곳에 모으면 팬들도 즐거워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프로축구 올스타전’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지만 항로가 순탄하지는 않았다. 2회 대회를 치른 뒤 2년을 쉬었다. 1996년도 걸렀다. 전기를 마련한 것은 1998년이었다. 프랑스 월드컵 특수에 힘입어 6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모였다. 이후 승부조작 파문이 불거졌던 2011년을 빼곤 매년 열렸다. 하지만 청팀-백팀, 남부-중부 등 두 팀으로 나눠 치르던 올스타전은 2008년부터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반복되는 방식 탓에 팬들의 관심이 줄었기 때문이다. 2002년 6만5860명이었던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은 2007년 2만5832명으로 급감했다.

▷K리그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8년부터 일본 J리그 올스타와의 교류를 시도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에는 세계적인 명문 클럽인 바르셀로나(스페인)를 초청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리오넬 메시의 출전 여부만이 관심사였다. 나머지는 들러리였다. 경기 당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절반이 비었다. 프로축구는 눈을 다시 국내로 돌렸다. 지난해 ‘팀 박지성’과 ‘팀 K리그’가 맞붙은 올스타전은 2003년 이후 처음으로 5만 관중을 돌파했다.

▷해가 바뀔 때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했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설렁설렁’ 뛰는 선수들이다. 이영진 감독은 “1991년만 해도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요즘에는 이벤트에 포커스가 맞춰지다 보니 경기력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이 프로 선수들을 지휘하며 최강희 감독과 맞서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음 달 동아시안컵에 출전한다. 아직까지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던 선수들로서는 기량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이전에도 올스타전 사령탑들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경기 내용은 다를 게 없었다. 최초로 대표팀 감독을 ‘영입’한 올해는 정말 다를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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