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삼성의 ‘테임즈 시프트’…일석이조 노림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3일 05시 45분


NC 에릭 테임즈는 극단적으로 당겨 치는 스타일이다. 삼성은 테임즈가 타석에 들어서면 유격수 김상수를 2루 뒤로 옮기는 등 수비수 전체를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수비 시프트를 구사하며 테임즈를 압박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NC 에릭 테임즈는 극단적으로 당겨 치는 스타일이다. 삼성은 테임즈가 타석에 들어서면 유격수 김상수를 2루 뒤로 옮기는 등 수비수 전체를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수비 시프트를 구사하며 테임즈를 압박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타구분포도 분석해 극단적 1·2루쪽 수비
당겨 치는 좌타자의 타구 잡을 확률 높여
심리적 압박·타격 밸런스 방해 효과까지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1941년 0.406) 테드 윌리엄스에게는 그의 이름을 딴 ‘윌리엄스 시프트’가 있었다. 주로 당겨 치는 그의 타구를 잡기 위해 3루수가 유격수, 좌익수가 중견수 자리로 이동하는 등 상대 야수진이 전체적으로 오른쪽으로 옮겨 서는 형태였다. 밀어 치는 타격이 나올 경우 속수무책이었지만, ‘풀히터’ 윌리엄스를 잡기 위한 극단적 처방이었다. 21∼22일 마산 삼성-NC전에서도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다. NC 에릭 테임즈가 4회 2번째 타석에 들어서자 삼성 야수진이 모두 우측으로 쏠렸다. 유격수 김상수가 2루 뒤쪽으로 갈 정도였다. 시즌 초반 가장 잘 나가는 테임즈를 잡기 위한 삼성의 묘책이었다.

● 시프트에서 중요한 심리적 압박

야구는 확률 게임이다. 시프트는 수비하는 측에서 상대의 타구분포도를 분석해 타구를 잡을 확률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테임즈처럼 좌타자이면서 극단적으로 당겨 치는 타격을 하는 타자가 나왔을 때 수비진이 우측으로 쏠린다면 타구를 잡을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됐다. 삼성도 테임즈를 잡기 위해 극단적 시프트를 감행했다.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테임즈가 21일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물론 테임즈의 무안타가 시프트의 성공이라고 단언하긴 힘들다. 그러나 시프트의 또 다른 효과는 심리적 압박이다. 자신의 타구가 주로 가는 곳에 야수가 모이면 아무래도 타자 입장에선 부담이 커진다. 지난해 SK에서 뛰었던 루크 스캇은 상대 야수진이 우측으로 쏠린 시프트를 극복하기 위해 3루 쪽 번트를 대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시프트를 깨려고 원래 타격에서 변화를 주다가는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다. 상대 입장에선 일석이조의 효과를 바라볼 수 있다.

● 삼성 전력분석의 힘, NC의 대응은?

NC 김경문 감독은 “삼성 타자들은 중요한 순간에 자신이 뭘 노려 쳐야 할지 알고 타석에 들어선다. 상황에 맞는 노림수 타격을 할 수 있는 타자들이 라인업에 많다”고 칭찬했다. 삼성 선수들이 노림수에 강한 이유는 전력분석과 무관치 않다. 테임즈에 대한 시프트 역시 상대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그라운드에서 활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삼성의 ‘테임즈 시프트’를 본 NC 김광림 코치는 “삼성뿐 아니라 SK에서도 테임즈를 상대로 극단적 시프트를 한 적이 있다”며 “테임즈는 미국에 있을 때도 이와 같은 시프트에 대응해왔다. 어차피 테임즈의 타구는 내야를 뚫는 게 아니고, 라인드라이브성으로 외야로 날아간다. 외야수가 없는 빈 공간을 가르거나 펜스를 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밀어 치기를 한다거나 3루 쪽으로 번트를 대면서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돌파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마산|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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