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국계가 우승 못해야 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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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시즌 5연승 압도적 경기력… 투어內경계 분위기도 없어져

한국 여자 골퍼들이 시즌 초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개막 후 5개 대회에서 4승을 합작한 성적표만 보면 마치 한국 투어를 보는 듯하다. 지난주 태국에서 열린 혼다 타일랜드에서 만난 한 미국 골프 잡지의 기자는 “한국 선수가 우승을 못해야 뉴스가 되는 것 아니냐”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리디아 고의 우승을 포함하면 한국(계) 선수의 올 시즌 승률은 100%다.

지난해 박인비가 6월에 우승 물꼬를 튼 뒤 10승을 합작했던 한국 여자골프가 올 시즌에는 뚜껑을 열자마자 전력 질주 양상이다.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기록한 역대 최다승 11승을 뛰어넘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이 같은 독주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후배들의 조화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지난해 무관에 그쳤던 최나연, 양희영은 그 어느 때보다 훈련에 매달리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박인비 역시 지난해 스테이시 루이스에게 밀려 상금, 올해의 선수 등에서 2위에 머문 뒤 훈련 강도를 높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한 해 30개 안팎까지 대회를 치를 정도로 성장해 화수분처럼 유망주를 배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한국 선수들을 채찍질하고 있다. 올림픽에는 내년 7월 현재 세계 랭킹 15위 이내에 있는 한국 선수 중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선수의 강세는 LPGA투어의 흥행을 저해한다며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영어 테스트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인종차별적인 논의까지 일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2010년 부임한 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는 미국 시장을 벗어나 투어의 글로벌화를 주도하고 있다. 완 커미셔너는 “한국 선수를 포함한 아시아 선수들의 맹활약은 새로운 팬과 파트너를 창출해 투어 활성화에 기여한다. LPGA 세계화를 이끄는 대사들”이라고 반겼다. 한때 성적에만 매달려 주위를 살필 줄 모른다는 비난에 휩싸였던 한국 선수들이 요즘은 자선 활동과 기부에도 적극적이다. 어설프더라도 영어로 인터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박인비는 우승 후 준비한 메모를 통해 스폰서와 골프장 관계자 이름을 일일이 호명해 찬사를 받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여자 골퍼#LPGA#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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