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부추기는 전자카드 전면 도입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23일 06시 40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추진 중인 경마·경륜·스포츠토토 등에 대한 전자카드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특히 불법스포츠도박의 규모만 키울 뿐 경마를 비롯한 합법사업은 과도한 규제로 인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추진 중인 경마·경륜·스포츠토토 등에 대한 전자카드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특히 불법스포츠도박의 규모만 키울 뿐 경마를 비롯한 합법사업은 과도한 규제로 인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사감위, 전자카드제 확대 시행 논란

2018년 전자카드 전면 시행안 확정 예정
규제 강화 풍선효과…불법도박 확대 우려
매출 감소로도 이어져 체육 재정에 악영향
토토 판매점주들도 “생계 위협” 강력 반발

사행산업(경마·경륜·경정·카지노·스포츠토토 등)에서의 전자카드 전면 도입 계획이 구체화됨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2018년 전자카드 전면시행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사감위의 전자카드 전면시행안은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복권은 물론 프로스포츠를 대상으로 한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등 모든 합법사행산업을 이용할 때 개인의 신상정보가 입력된 카드에 금액을 충전한 뒤 사용토록 하는 법적 제도다. 2011년과 2012년 국내 프로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든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이후로도 여전히 불법스포츠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카드 전면시행안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 전자카드, 불법시장 또 키우나?

2008년 53조원에 달했던 불법도박의 규모는 매출총량제와 영업장 수 제한, 구매상한액 조정, 온라인판매 금지 등 합법사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시행되면서 2012년 75조원으로 급증했다. 4년 사이에 무려 22조원이 늘었다. 만약 사감위의 안대로 전자카드가 전면 도입돼 합법사업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경우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인해 2018년 불법도박의 규모는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리란 것이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전자카드가 전면 도입되면 카드 발급의 불편함은 물론 발매처리 지연, 신분 노출에 대한 거부감 등 여러 요인이 겹쳐져 상대적으로 훨씬 접근이 쉽고 사행성 또한 큰 불법도박시장으로의 이탈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3년 12월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조사한 ‘투표권 전자카드 도입효과 연구용역’에 따르면, 투표권 이용 고객 중 전자카드 도입 시 불법도박사이트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자가 무려 38.44%에 이를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현재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 서버를 두고 있는 불법도박사이트는 단속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운영자가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이용해 단골 고객에만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고 잠깐 동안 영업한 뒤 사이트를 폐쇄하고 자취를 감춤으로써 처벌 역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사감위가 꺼내든 전자카드 전면 도입은 합법사업에 대한 과도한 중복규제일 뿐 아니라 불법도박시장의 확대를 부추기는 심각한 요소가 될 수 있다.


● 체육재정, 더 열악해질 듯

체육계에선 합법사업을 즐기는 고객들이 불법시장으로 이탈한다면 국민체육진흥기금 급감으로 인해 국가체육재정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전체예산 대비 체육예산의 비중이 고작 0.28%에 불과한 현실에서 국민체육진흥기금은 체육예산의 86%를 부담하고 있을 정도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중 84%가 국민체육진흥투표권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 체육진흥투표권 판매점을 조사한 결과 전자카드 도입 시 96.6%가 매출 감소를 예상했고, 발매액 감소비율은 54.8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구매를 중지하는 고객들 중 불법도박으로 이탈할 비중은 무려 77.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생계 위협받는 영세 점주들

규제 일변도 정책의 폐해는 체육진흥투표권 판매점 운영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영세한 점주들에게도 고스란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 6500여개의 체육진흥투표권 판매점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주들의 월평균 수입은 190만원 수준이다. 이는 9일 통계청에서 집계한 2인 이상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 431만4334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만약 전자카드 도입으로 인해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체육진흥투표권 판매점주들의 생계는 더욱 열악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전국토토판매점협회(전토협) 대표 일동은 체육진흥투표권사업을 관할하고 있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찾아 전자카드 도입 철회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토협 대표는 “판매점주들의 생계를 건 적극적인 불법도박 근절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루에도 수십 건의 불법도박 홍보 문자메시지가 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사감위는 도박중독자들을 양산하고 사회의 해악이 되고 있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차단하고 근절할 수 있는 올바른 방안을 찾아주기 바란다”고 읍소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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