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임선영 “2년간의 무관심…다신 경험하기 싫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17일 06시 40분


일본 전지훈련에 앞서 진행된 광양 전지훈련 때 만난 광주FC의 주장 임선영은 ‘미약한 시작’이 ‘창대한 끝’이 될 또 한 번의 순간을 기대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모두와 함께 하는 리더십을 앞세운 그는 2015시즌 돌풍을 다짐했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일본 전지훈련에 앞서 진행된 광양 전지훈련 때 만난 광주FC의 주장 임선영은 ‘미약한 시작’이 ‘창대한 끝’이 될 또 한 번의 순간을 기대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모두와 함께 하는 리더십을 앞세운 그는 2015시즌 돌풍을 다짐했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광주FC 캡틴 임선영

챌린지 경험, 되레 조직력은 탄탄해져
우린 늘 도전자였다…올해도 도전 계속
개인목표 없어…팀 위해 후회없이 뛸 것

광주FC는 알찬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전남 광양에 이어 일본 시즈오카 구텐바시에서 프리시즌 동계훈련을 진행 중이다. 지난 시즌 챌린지(2부리그)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친 뒤 플레이오프를 거쳐 2년 만에 클래식(1부리그)으로 복귀했지만,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더욱 길고 고통스러운 경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5시즌 클래식에선 어느 때보다 생존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많은 이들은 광주를 인천 유나이티드, 대전 시티즌과 ‘강등 후보 1순위’로 꼽고 있다. 그래도 광주 창단 멤버이자 캡틴인 임선영(27)은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을 되새기며 밝은 내일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를 경험했다. 최하위권부터 차츰 단계를 밟더니 결국 창대한 끝을 일궜다.

롤러코스터를 타기는 임선영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즌 초반에는 몸 상태가 정점을 찍었지만, 2차례 부상으로 꺾인 뒤 마지막에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일본 전지훈련에 앞서 가진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마지막에 웃는 이가 진짜 승자다. 클래식에 대한 강한 열망과 그리움을 잊지 않고 있다. 무관심이라는 쓴 맛을 다시 경험하긴 싫다”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4위 팀이 승격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나도, 팀도 오르락내리락했다. 시즌 초반 컨디션이 무척 좋았고, 자신감도 넘쳤다. 축구의 재미를 느꼈다고 할까. 그런데 몸이 가장 좋을 때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는 선배들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5경기 만에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고, 근육도 파열돼 2개월 가량 쉬었다. 시즌 중반 복귀한 뒤 7경기 만에 또 같은 부위를 다쳤다. 시즌 막판 8경기부터 나섰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챌린지에서의 2년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개인 기량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팀은 더욱 끈끈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서로를 더 도우려 했고, 조직이 탄탄했다. 광주가 클래식 2년간 했던 축구를 챌린지의 모든 팀들이 거의 똑같이 했다. 정말 모두가 열심히 뛰는 축구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하고 땀 흘려도 마음이 허전했다. 사랑도 적었고, 노출도 적었다. 여전히 우릴 광주상무로 아는 이들이 있으니…. 텅 빈 관중석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팠다.”

-챌린지 시절, 클래식 팀에 대한 갈등은 없었나.

“모두 똑같다. 환경과 처우가 좀더 좋은 팀, 더 나은 팀으로 가고 싶은 건 당연하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분명한 건 내가 그렇게 매력적인 선수,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광주가 내게 기회를 줬고, 날 성장시켰다.”

-다시 클래식의 일원이 됐다.

“‘내 고향에 돌아왔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집에 온 느낌’이라지만, 난 그렇지 않다. 클래식에서 나와 광주는 항상 도전자였으니. 올해도 도전일 뿐이다. 등산가들이 등정에 실패한 산에 계속 도전한다던데 우리도 그렇다. 감사하고 기쁘다.”

-목표나 포부는.

“개인 목표를 설정할 틈이 없다. (남기일) 감독님이 한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사치이자 시간낭비’라는 말이다. 맞다. 예전에는 환경 좋은 팀을 상대로 공격 포인트를 올리겠다는 생각은 해봤는데, 그건 아니다. 도전자에게는 그런 생각도 사치다. 우리가 이기고, 잔류할 수만 있다면 또 다시 햄스트링이 파열되더라도 죽기 살기로 뛰어보자는 생각은 분명하다.”

-축구선수로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즐겁고 재미있게 축구를 하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많은 선수들이 극심한 부담으로 즐거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프로라면 끊임없는 경쟁은 숙명이지만, 최대한 즐겁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밝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언젠가 은퇴를 할 때 한점 후회 없는 멋진 인생을 살았다고 회고하고 싶다.”

‘대행’ 꼬리표를 달고도 최상의 성과를 낸 남기일 감독은 지난해 초 임선영에게 주장 완장을 채울 때 ‘스타일 변화’를 내심 기대했다. 더욱 강한 리더십을 바랐다. 그런데 제자는 다른 길을 택했다. 일명 ‘묻어가는’ 리더십이다. ‘나를 따르라’가 아닌, ‘나와 함께하자’는 유형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따뜻하고 속정 깊은 그를 동료들은 알아서 잘 따르고 있다. 광주가 주장은 정말 잘 뽑은 듯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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