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벼랑으로 몬 목동 박병호 고의 4구…잠실 박병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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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7시 00분


두산은 준PO를 앞두고 넥센 박병호에게 지고 들어갔고, 실제로 1·2차전에서 그의 활약을 막지 못했다. 두산의 ‘박병호 거르기’는 넥센의 2연승으로 귀결됐다. 그렇다면 ‘목동’에서 괴력을 발휘하던 박병호가 ‘잠실’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8일 목동에서 열린 준PO 1차전 3회말 두산 배터리가 박병호를 고의4구로 거르고 있다. 목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두산은 준PO를 앞두고 넥센 박병호에게 지고 들어갔고, 실제로 1·2차전에서 그의 활약을 막지 못했다. 두산의 ‘박병호 거르기’는 넥센의 2연승으로 귀결됐다. 그렇다면 ‘목동’에서 괴력을 발휘하던 박병호가 ‘잠실’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8일 목동에서 열린 준PO 1차전 3회말 두산 배터리가 박병호를 고의4구로 거르고 있다. 목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또 피하면 내일 없다

1. 2차전까지 4사구 4개…피하다 전의 상실
2. 잠실 두산전 타율 3할5푼…빠른 발 부담
3. 두산 마운드에 절실한 건 정면승부 용기 뿐


LA 에인절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2002년 월드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 4번타자 배리 본즈가 타석에 들어서면 벤치에서 손가락 4개를 펼쳤다. 당시 본즈는 7차전까지 간 월드시리즈에서 볼넷을 13개나 얻었다. 이 중 7개가 고의4구였다. 그해 정규시즌에서 본즈는 68개의 고의4구를 얻었다. 소시아의 에인절스는 본즈를 그렇게 피했지만, 결국 4승3패로 월드시리즈를 이겼다. 올해 한국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에선 넥센 박병호와 맞닥뜨린 두산 김진욱 감독이 소시아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2차전까지 김진욱 감독의 고의4구 작전은 박병호가 아니라 두산을 무력화시키고 말았다.

● 박병호 거르기의 파급력은?

준PO 2차전까지 박병호는 9번 타석에 들어서 4개의 4사구를 얻었다. 기록상 고의4구는 1차전에서 얻은 1개뿐이다. 그러나 2차전 8회 홍상삼의 연속 폭투를 부른 상황에서도 ‘사실상’ 고의4구가 숨어있다. 홈런을 칠 만한 타자를 볼넷으로 피하는 고의4구는 일견 ‘싸게 막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고의4구가 미치는 파급력은 확률에 속하지 않는 영역이다.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은 10일 “(박병호를 피하려는) 생각부터 잘못됐다. 그 탓에 팀 전체가 심리적으로 밀리게 됐다. 만약 두산이 이대로 진다면 ‘박병호를 피하다가 졌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야구인은 “미디어데이를 보고 ‘두산이 졌다’고 직감했다. 김 감독이 ‘박병호를 거르겠다’는 발언을 한 순간, 박병호는 신적인 존재가 됐고, 두산 투수들은 주눅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두산은 넥센과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박병호한테 홈런 3개를 맞았다. 이어 준PO 1차전에서 니퍼트가 1회에 또 홈런을 맞으니 두산 벤치가 필요 이상으로 움츠러들었다”고 분석했다.

● ‘완전체’ 박병호는 잠실에서도 위협적!

이효봉 위원은 “이제부터 두산 투수들은 ‘용기’라는 말을 떠올릴 때”라고 주문했다. 질 때 지더라도 박병호와 싸우다 져야 한다는 얘기다. 2차전 선발이었던 유희관이 좋은 예다. 2차전 8회 홍상삼도 이택근을 삼진 잡은 직후 박병호와 대결한 것이었기에, 두산 벤치에서 우왕좌왕하며 사인을 바꾸지 않았다면 그 정도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실제 박병호는 정규시즌 37홈런 중 잠실에선 1개만 쳤다. 그러나 타율은 0.316(57타수 18안타 9타점)에 달한다. 두산 상대 잠실 성적은 0.357까지 치솟는다. 잠실에서 16볼넷을 얻었는데, 이 중 12볼넷이 두산전에서 나왔다. 게다가 박병호는 20도루를 할 수 있는 발을 갖고 있다. 홈런뿐 아니라 볼넷과 도루로도 상대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이 두산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이 위원은 “이승엽(삼성), 이대호(오릭스) 같은 압도적 4번타자는 있었지만 박병호처럼 공·수·주를 갖춘 유형은 최초”라며 박병호의 위력을 높게 평가했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3차전에서 박병호와 두산 벤치의 싸움이 흥미롭게 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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