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는 공을 정확하고 강하게 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공을 정확히 골라내야 한다. 투수의 투구를 순간적으로 보고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별해내는 능력을 ‘선구안’이라고 한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선구안을 지닌 타자로는 고(故) 장효조를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그 뒤를 양준혁 SBS 해설위원(사진)이 이었고, 그 바통을 이어받을 현역 타자로는 한화 김태균이 꼽힌다. 양 위원과 김태균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통산 타율과 통산 출루율을 기록했거나 기록 중이다. 비결은 역시 나쁜 볼을 골라낼 줄 아는 ‘눈’에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빼어난 선구안은 ‘시각’보다 ‘하체’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 시력보다 중요한 것은 하체 안정
김태균은 12일까지 출루율 0.468을 기록 중이다. 52경기에서 무려 44개의 4구를 골라냈다. 상대 투수들이 그와는 정면승부를 피하는 이유도 있지만, 원래 나쁜 볼에 방망이를 잘 내지 않는 스타일이다. 공의 궤적이나 구종 등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선구안의 비결로 눈이 아닌 하체를 꼽았다. 그는 “시력이 0.3이어서 렌즈를 끼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눈이 좋아서 공을 잘 고르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내가 생각하기에 선구안이 좋기 위해선 하체가 안정돼야 한다. 그래야 (스트라이크)존에서 변하는 공에 대처할 수 있다. 직구인 줄 알고 방망이를 냈는데, 떨어지면 멈춰야 하지 않나. 하체가 안정되면 타격시 상체 흔들림도 적다”고 설명했다.
양준혁 해설위원도 “눈은 공격적이다. 보이면 휘두르는 게 본능이기 때문에, 눈으로만 공을 쫓아가다보면 나쁜 볼에 방망이가 나가게 마련이다”며 “타격을 할 때 좌타자라면 축이 되는 왼다리에 중심이 남아있으면 변화구에 따라 나가더라도 멈출 수 있다. 선구안이란 어떤 구종인지 눈으로 구별하는 게 아니라 공을 칠 것인지, 아닌지를 잘 골라내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 선구안을 기르기 위한 비결은?
물론 눈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투수가 던진 시속 150km의 빠른 공은 약 0.3초 만에 홈플레이트를 통과한다. 타자는 0.1초간 투수의 손에서 나오는 공을 보고, 0.1초간 구종과 공의 궤적을 판단하고, 0.1초간 타격을 한다. 잘못 보면, 잘못 판단할 수밖에 없고 올바른 타격을 할 수 없다. 양준혁 해설위원은 “솔직히 동체시력과 같은 부분은 조금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했지만, “프로라면 최상의 몸 상태로 경기에 임해야 하는 게 의무 아닌가. 나 역시 좋은 시력을 유지하는 것이 야구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가까운 것을 보기보다 멀리 넓게 보려고 했다. 하체훈련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즉, 역대 고타율과 고출루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뛰어난 선구안의 비결은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