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카를로스 벨트란 “보고싶다, 박찬호!”

  • Array
  • 입력 2013년 4월 12일 09시 33분


코멘트
카를로스 벨트란(36·세인트루이스). 동아닷컴DB
카를로스 벨트란(36·세인트루이스).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카를로스 벨트란(36·세인트루이스). 한때 메이저리그를 풍미하며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불렸던 선수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벨트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95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캔자스시티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마이너리그에서 5툴 플레이어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프로진출 3년 만인 1998년 9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빅리거 풀타임 첫 해였던 1999년 벨트란은 팀의 중견수이자 1번 타자로 출전해 신인 같지 않은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벨트란은 그 해 타율 0.293 22홈런 108타점 27도루의 성적을 거두며 당당히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후 그의 활약은 거침이 없었다. 2004년 휴스턴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벨트란은 38홈런 42도루를 기록하며 30-30 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뉴욕 메츠 시절인 2006년에는 41홈런을 기록하며 종전 자신의 홈런 최고 기록(38개)마저 경신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7회, 20-20(홈런-도루) 클럽 8회, 30-30클럽 1회, 골드글러브 3회, 실버슬러거 2회 수상... 올해로 메이저리거 16년차인 그가 이룩한 성과들이다.

벨트란은 뛰어난 야구실력 외에 훌륭한 인품을 지닌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옛 동료이자 너클볼 투수로 유명한 R.A. 디키(39·토론토)는 최근 출간한 자서전(Whenever I wind up)에서 벨트란에 대해 언급하기도.

그에 따르면 벨트란은 늘 어린 선수들을 손수 챙겼으며 그들에게 자신의 타격 노하우를 기꺼이 알려준 것은 물론 야구선수로서의 마음가짐 등을 조언했다고 한다. 메이저리그 대표 유격수로 성장한 호세 레이예스(30·토론토)도 벨트란의 도움을 받았던 선수 중 한 명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마이너리그에서 방출된 선수에게는 사비로 양복을 사주며 격려했고, 메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트레이드 되었을 때는 팀 동료 전원을 초대해 저녁 만찬을 베풀었다고 한다. 그날 벨트란이 지불한 식비는 무려 8천 달러(약 900만 원) 였다고 한다.

벨트란은 2006년 이후 타격이 하향곡선을 그리며 2010년에는 불과 7홈런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32홈런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많은 팬들이 올 시즌 그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동아닷컴은 최근 국내 언론 최초로 벨트란을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카를로스 벨트란(36·세인트루이스). 동아닷컴DB
카를로스 벨트란(36·세인트루이스). 동아닷컴DB

다음은 벨트란과의 일문일답.

-시즌이 시작됐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고맙게도 아주 좋은 편이다. 발가락 부상도 회복돼 심적으로도 한결 가볍고 좋다.”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월드시리즈 우승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경험이 없기에 그 누구보다 더 간절하다. 올해만큼은 꼭 목표가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

-지난 16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이룬 업적이 대단하다. 비결이 있다면?

“프로야구 선수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운동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본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성공했다고 방심하지 않고 야구장에서 늘 최선을 다한 것도 한 몫 했다고 본다.”

-야구는 맨 처음 언제 시작했나?

“다섯 살 때였다. 아버지가 프로선수는 아니었지만 야구선수로 뛴 경험이 있어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통해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비단 아버지 뿐만 아니라 형제들과 삼촌 등 집안 모든 사람이 야구를 좋아했기에 야구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하하.”

-어릴 적 롤 모델은 누구였나?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뉴욕 양키스의 외야수로 뛰었던 버니 윌리엄스를 좋아했고 아울러 야구와 관련해 그에게 배운 것도 많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집에서 쉬면서 상대팀 투수들을 분석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이미 나와 상대했던 투수는 물론 앞으로 상대할 투수들의 경기장면을 다운로드 하거나 팀 전력분석 요원으로부터 구해와 그들의 투구습관이나 구질 등을 분석하고 연구한다. 이처럼 상대투수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하고 경기에 나서면 심적으로도 훨씬 더 편하고 결과도 좋은 편이다.”
카를로스 벨트란(36·세인트루이스). 동아닷컴DB
카를로스 벨트란(36·세인트루이스). 동아닷컴DB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풀타임 첫 해였던 1999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했을 때다. 돌이켜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 체 그저 열심히 했는데 좋은 성적을 거뒀고 신인왕도 차지할 수 있었다. 그 때가 가장 행복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힘든 투수를 꼽자면?

“2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은퇴했다. 보스턴 시절의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애틀랜타 시절의 존 스몰츠가 가장 상대하기 힘들었던 투수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웃으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월드시리즈 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홈런이나 타율 등 개인기록에서도 오랜 시간 기억될 수 있는 이정표를 세운 후 은퇴하고 싶다.”

-당신에게도 징크스가 있나?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야구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상대팀 투수들의 비디오를 보면서 그들을 분석한 후 실내타격 연습장으로 가 머리 속에 그들의 투구를 그리며 타격연습을 한 후 물리치료실로 이동하는 것처럼 늘 같은 일들을 정해진 시간에 하는 습관만 있다. 그 외에 특별한 징크스는 없다.”

-다시 태어나도 야구선수가 될 것인가?

“(웃으며) 내가 아는 것은 야구밖에 없다. 그리고 고맙게도 야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축복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태어난다 해도 야구를 할 것 같다.”

-만약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의 약자를 도와주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만약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의사가 돼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을 것 같다.”

-당신의 옛 동료 디키가 쓴 자서전을 봤다. 아직도 다른 선수들을 도와주나?

“(쑥스러운 듯) 그 이야기는 지금 하고 싶지 않다. 나중에 은퇴하면 하자.”
카를로스 벨트란(36·세인트루이스). 동아닷컴DB
카를로스 벨트란(36·세인트루이스). 동아닷컴DB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은 어린 꿈나무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먼저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늘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아울러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정하고 그 것과 타협하지 말라는 말도 해주고 싶다. 가능하다면 주위에 성공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거나 그 것이 여의치 않으면 그들이 쓴 책이나 관련 영화 등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그들로부터 받는 감명 등이 자신에게 평생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벨트란 당신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야구는 내 삶이다. 야구를 통해 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위 사람들 그리고 조국에도 내가 원했던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었다. 2년 전에는 푸에르토리코에 내 이름을 딴 고등학교(카를로스 벨트란 베이스볼 아카데미 고등학교)를 설립해 아이들이 교육도 받고 야구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다. 이런 모든 일들은 내가 야구를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멀리서 나를 응원해주는 한국 팬들에게 먼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단 한번도 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뉴욕 메츠 시절 박찬호처럼 훌륭한 한국 선수와 함께 뛰며 한국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한국 야구 팬들 중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박찬호가 말해줬다. 멀리서 응원해 주는 그들이 정말 고맙고, (웃으며) 한국이 여기서 너무 멀기에 그들을 향한 내 인사와 진심이 전해질 지 모르겠지만, 내 인사를 꼭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얼마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 전 때 해설가로 활동하는 박찬호를 잠시 만났다. 그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박찬호가 또 보고 싶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자 뛰어난 야구선수였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