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AT&T파크에도 태극기를 꽂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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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일 07시 00분


서재응이 2006년 WBC 2라운드 일본전에서 2-1로 승리해 4강 진출을 확정하자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고 있다.스포츠동아 DB
서재응이 2006년 WBC 2라운드 일본전에서 2-1로 승리해 4강 진출을 확정하자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고 있다.스포츠동아 DB
■ 투혼이 빚어낸 WBC대표팀 명장면들

4년 만에 돌아온 세계야구의 축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마침내 막을 올린다. 한국대표팀은 2일 대만에서 열리는 1라운드 B조 1차전 네덜란드전을 시작으로 다시 한번 세계 정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긴다. 한국은 앞선 2차례의 WBC에서 숱한 명승부를 낳으며 달라진 한국야구의 힘을 세계에 알렸다. 3번째 ‘위대한 도전’을 앞둔 태극전사들의 역대 명장면 10선을 차례로 꼽아봤다.

○2006년 제1회 WBC

첫 승을 일군 ‘국민유격수’ 다이빙 캐치

1. 한국의 역사적인 WBC 첫 경기 상대는 대만이었다. 2-0으로 앞서가던 한국은 9회말 2사 1·3루 위기를 맞았고, 대만 대타 잔즈야오가 2루 오른쪽으로 총알 같은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한국 벤치의 탄식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국민유격수’가 나타났다. 박진만은 몸을 날려 타구를 걷어낸 뒤 곧바로 2루수 김종국에게 토스했다. 극적인 마지막 아웃카운트. WBC를 수놓은 대한민국표 ‘그물수비’의 시작이었다.

‘국민타자’의 일본전 8회 드라마

2. ‘국민타자’라는 호칭은 늘 단 한 명에게만 쓸 수 있었다. 이승엽이다. 숙적 일본과의 1라운드 대결. 그는 1-2로 뒤진 8회 1사 1루서 일본 이시이를 상대로 우월 역전결승포를 쏘아 올렸다. 2라운드에서도 로드리고 로페스(멕시코), 돈트렐 윌리스(미국)를 비롯한 빅리그 정상급 투수들을 홈런으로 두들기며 그 명성을 입증했다.

이승엽. 스포츠동아DB
이승엽. 스포츠동아DB

미국전 대타 최희섭의 3점포

3. 수백억원대 연봉을 받는 빅리거들과 맞섰다. 그리고 이겼다. 한국이 3-1로 앞선 2라운드 미국전 4회 2사 2루. 미국은 1회 선제 솔로포의 주인공 이승엽을 고의4구로 걸렀다. 이때 김인식 감독이 선택한 대타는 부진에 허덕이던 최희섭. 그 믿음에 대한 메아리는 곧바로 날아왔다. 우측 폴 바로 옆을 스치듯 넘어가는 쐐기 3점포. 미국 언론은 “도대체 이들은 누구인가?”라며 어리둥절해했다.

일본을 2번 놀라게 한 ‘국민우익수’

4. 일본 오 사다하루 감독은 “한국의 우익수 때문에 2번 졌다”고 통탄했다. 이진영은 0-2로 뒤진 1라운드 일본전 4회 2사 만루서 니시오카의 싹쓸이 2루타성 타구를 ‘슈퍼 다이빙캐치’로 낚아채 흐름을 바꿔놓았다. 0-0이던 2라운드 일본전 2회 2사 2루선 사토자키의 우전안타를 잡자마자 정확한 원바운드 송구로 2루주자를 홈에서 잡았다. ‘국민우익수’라는 별명은 그렇게 붙었다.

4강을 확정한 주장 이종범의 결승타

5. 타구가 외야 좌중간 한복판에 떨어지자, 이종범은 양 팔을 벌리고 포효했다. 일본과의 2라운드 재대결. 주장 이종범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 1사 2·3루서 일본 최고의 소방수 후지카와를 상대로 결승 2타점 2루타를 작렬했다. ‘4강 신화’를 이끄는 한방. 3루서 아웃된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이종범을 향해 승리를 예감한 한국 선수단이 달려들었다.

○2009년 제2회 WBC

콜드게임 패를 설욕한 1-0 승리

6. 일본과의 2회 WBC 첫 판은 굴욕적이었다. 2-14로 콜드게임 패. 그래서 이틀 뒤 1라운드 1·2위 결정전에서의 1-0 승리는 더 극적이고 값졌다. 봉중근∼정현욱∼류현진∼임창용으로 이어진 투수진이 일본 타선을 봉쇄했고, 새로운 해결사 김태균이 천금같은 결승 적시타를 때려냈다. 임창용이 일본의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순간, 백전노장 김인식 감독조차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본을 2번 격침시킨 ‘봉중근 의사’

7. 콜드게임 패 직후 다시 만난 일본. 최악의 부담감 속에 선발 등판한 봉중근은 일본의 ‘심장’ 이치로가 타석에 들어서자 갑자기 타임을 불렀다. 당황한 이치로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주심에게 일본 관중의 카메라 플래시에 대해 어필했다. 확실한 기선제압. 2라운드 일본전에서도 그랬다. 1루에 나가 리드 폭을 넓힌 이치로에게 끊임없이 연속 견제동작을 취했다. 발 빠른 이치로는 1루서 살아남는 데 급급해 2루를 훔칠 생각도 못했다. 경기 내용과 기싸움에서 모두 이긴 ‘봉중근 의사’. 1회 대회에서 이치로의 엉덩이를 맞힌 ‘배영수 열사’에 이어 또 한 명의 국민영웅으로 거듭났다.

결승으로 가는 ‘추추 트레인’ 티켓

8. 빅리거가 즐비한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 그러나 당시 한국대표팀에서 유일한 빅리거였던 추신수는 그 모두를 이겼다. 2-0으로 앞선 1회 상대 선발 카를로스 실바의 전의를 무너뜨리는 3점아치를 그렸다. 2회 김태균의 2점포까지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는 녹다운. 선발 윤석민은 국가대표 우완 에이스로 자리를 굳혔다.

결승전 9회말 이범호의 동점타

9. 일본과의 5번째 만남은 결승전이었다. 1-2로 뒤진 한국은 9회말 1사 후 볼넷 2개를 얻어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다음타자 추신수는 삼진. 그러나 이어진 2사 1·2루서 이범호가 일본 최고의 투수 다르빗슈를 상대로 동점 좌전적시타를 터뜨렸다. 2루주자 이종욱이 슬라이딩으로 홈을 밟는 순간,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거렸다. 결국 연장에서 패했지만, 끝까지 호락호락하지 않은 한국야구의 뒷심을 보여줬다.

1·2회에 걸친 태극기 세리머니

10. 제1회 WBC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고 4강을 확정하자 서재응은 에인절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아 위대한 업적을 자축했다. 제2회 WBC에서 다시 일본을 이기고 4강에 진출한 순간에는 봉중근이 펫코파크 마운드에 태극기를 휘날렸다. 어느새 한국의 ‘공식 4강 세리머니’로 자리 잡은 셈. 이번 대회에선 과연 누가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꽂을까.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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