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을 믿은 양승호 감독, 김동주를 지운 김진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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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7시 00분


올 준PO에선 롯데 양승호 감독(왼쪽)과 두산 김진욱 감독의 벤치 운용에서 양 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9일 열린 2차전에 앞서 두 감독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bluemarine
올 준PO에선 롯데 양승호 감독(왼쪽)과 두산 김진욱 감독의 벤치 운용에서 양 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9일 열린 2차전에 앞서 두 감독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bluemarine
베테랑을 보는 두가지 시선

양감독, 조성환 실책불구 리더역 신뢰
정대현 파격적인 ‘필승조커’ 활용 성공

김감독,두목곰 배제…타선 무게감 실종
A급 마무리 프록터 써보지도 못하고 2패


롯데 양승호 감독과 두산 김진욱 감독의 상반된 벤치 운용에 양 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기면 명장이요 지면 졸장이 되는 것이 감독의 숙명이라지만, 준플레이오프(준PO) 1·2차전에선 양 팀 사령탑의 너무 다른 지휘법이 고스란히 승패와 직결됐다.

○조성환과 김동주로 본 상반된 베테랑 활용법

가장 큰 차이는 베테랑 용인술이다. 양승호 감독은 준PO 1차전에서 2번의 실책을 범한 조성환(36)을 2차전에서도 선발 2루수로 기용했다. 조성환은 2차전을 앞두고 “잘못을 한 것은 맞지만, 너무 가혹하다. 단두대에 선 기분”이라며 심리적 위축감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롯데의 정신적 지주’ 조성환에게 신뢰를 보냈다. 2차전에서도 타격감이 좋지 않았음에도 4번째 타석까지 그를 교체하지 않았다. 덕분에 최고참은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물론 ‘롯데에서 가장 수비가 좋은 2루수는 조성환’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있지만, 이는 선수단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포츠동아 조범현(전 KIA 감독) 해설위원은 “양 감독이 리더로서 조성환의 역할에 더 무게를 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진욱 감독은 이미 준PO 이전부터 ‘두목곰’ 김동주를 엔트리에서 배제할 의중을 수차례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번 시리즈에선 김동주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고 있다. 김현수가 분전하고 있지만, 앞뒤 타자들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심지어 롯데 쪽에서도 “삼진을 당하더라도 김동주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상대 입장에서 느끼는 부담이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김 감독이 2차전 9회말 무사 1루서 4번타자 윤석민에게 번트를 지시한 장면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윤석민은 김동주 대신 4번타자를 맡았다. “김 감독이 베테랑을 빼고 젊은 피를 수혈했으면, 그 선수는 믿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변화와 고수, 불펜 운용의 차이

당초 준PO가 개막하기 전부터 불펜전력은 롯데의 우위였다. 양과 질에서 풍부한 불펜 자원을 보유한 롯데는 1·2차전에서도 이닝을 잘게 쪼개며 불펜을 가동했다. 여기까지는 페넌트레이스와 불펜 운용이 같다. 그러나 이번 준PO에서 양승호 감독은 정대현을 조커로 돌리며 단기전 필승전략에 변화를 줬다. 겉으로는 김사율과 더블스토퍼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순간 정대현을 쓰겠다는 계산이다. 2차전까지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

반면 김진욱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와 똑같은 방식으로 불펜을 활용하고 있다. 매 경기 승부수를 띄워야 했기에, ‘필승불펜’ 홍상삼에게 걸리는 부하는 컸다. 11명의 투수 엔트리를 고루 활용하지 못한 것은 불펜의 질을 고려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A급 마무리’ 프록터 역시 한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1·2차전 모두 경기 후반 승부가 결정 났기에 프록터를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은 더 컸다. 불펜전력이 뒤지는 상황이라면, 파격적인 불펜 운용을 염두에 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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