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기자체험시리즈]<23>얼음도끼로 암벽 오르는 ‘드라이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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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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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심에 갈 길 잃은 발… 어, 몸이 꼬이네

‘힘이 잔뜩 들어간 눈, 앙다문 입술….’ 의욕은 넘쳤다. 하지만 정상(12m) 정복에는 실패했다. 서울 강북구 번동의 노스페이스 실내 암벽장에서 드라이툴링 체험에 나섰던 본보 박성민 기자는 8m 지점까지는 어렵게 올랐지만 그 후 체력 저하로 하산해야만 했다. 노스페이스 제공
‘힘이 잔뜩 들어간 눈, 앙다문 입술….’ 의욕은 넘쳤다. 하지만 정상(12m) 정복에는 실패했다. 서울 강북구 번동의 노스페이스 실내 암벽장에서 드라이툴링 체험에 나섰던 본보 박성민 기자는 8m 지점까지는 어렵게 올랐지만 그 후 체력 저하로 하산해야만 했다. 노스페이스 제공
고백하건대 기자가 된 뒤 7kg이 불었다. 살이 찌면 제 몸을 민첩하게 움직이는 게 버거워진다. ‘드라이툴링(Dry Tooling)’을 체험하기 위해 찾은 서울 강북구 번동의 노스페이스 실내 암벽장서도 그랬다. ‘내 몸이 중력을 이길 수 있을까?’ 천장까지 뒤덮은 인공암벽 앞에서 7년 전 헬스장에서 키웠던 팔의 근력만 믿기로 했다.

기자의 착각이었다. 팔 힘만 믿고 덤벼선 안 된다는 걸 깨닫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드라이툴링은 인공암벽이나 자연암벽을 ‘아이스엑스(얼음도끼)’를 이용해 오르는 클라이밍 종목이다. 국내에선 2009년 첫 공식 대회가 열렸을 만큼 아직 낯설다. 하지만 3000여 명에 달하는 아이스클라이밍 동호인들 사이에선 인기가 많다. 연말엔 노스페이스 ‘드림장학금’ 프로젝트에 선발된 1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체험 기회가 제공된다.

“신발이 작은데요.” 기자가 발이 아프다고 투덜댔다. 그러자 국내랭킹 1위 이창현 선수(39)가 “발보다 작은 암벽화를 신어야 발이 홀드(디딤돌)에 밀착된다”며 어서 오르라고 채근했다. 헬멧과 안전 로프를 착용하고 아이스엑스를 손에 쥐니 비로소 오른다는 실감이 났다.

피크(아이스엑스의 끝)를 홀드의 홈에 꽂고 두 발을 돌 위에 올렸다. 한 손을 놓고 다른 한 손으로만 몸을 끌어 올려 보란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이상은 무리였다. “힘들죠? 팔 힘만으로는 오래 못 버텨요. 배에 힘을 주고 몸을 벽에 딱 붙여야 돼요.” 온몸의 근육들이 투덜대기 시작했다.

“두 다리와 팔이 삼각형을 이루면서 이동합니다.” 듣기엔 쉬웠다. ‘(피크를) 걸고, (팔을) 당기고, (발을) 옮기고’. 수없이 되뇌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홈에 피크가 제대로 걸렸는지 확신이 안 서니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갈 길을 잃은 발은 엉뚱한 곳을 디뎠다. 기자는 허공에서 춤을 췄다. 천상의 트위스트.

6m쯤 올랐을까. 다음 홀드의 방향이 이상했다. 홈이 위가 아닌 옆을 향해 있었다. “실제 암벽에서는 어떤 방향으로든 피크를 걸 수 있어야 돼요.” 팔을 옆으로 틀어 겨우 피크를 걸었지만 발을 움직일 수가 없다. ‘삼각형’을 잊고 제멋대로 돌을 밟으니 몸이 꼬였다. “천장에 매달릴 때는 몸을 ‘4’자 모양으로 만들어 팔에 다리를 거는 ‘피겨포(Figure4)’ 기술도 있어요.” 걸음마도 못 뗀 기자에게 뛰는 법을 알려줘 봤자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손에 감각이 없어졌다. “힘들면 아이스엑스를 어깨에 걸고 쉬세요.” 드라이툴링은 속도보단 난이도를 겨루는 종목이다. 수직으로만 오르는 얼음벽과 달리 암벽에서는 수평으로 매달리는 ‘오버행’ 코스도 빈번하다. 벽에 매달려 ‘잘 쉬는’ 요령도 배워야 하는 이유다.

다시 팔을 뻗는 순간 양손의 아이스엑스가 덜덜 떨렸다. 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린 기자가 측은했는지 그가 고개를 젓는다. “안 되겠네요.” 배운 대로 로프를 잡고 벽을 발로 차면서 내려왔다. “내려가는 건 프로네.” 첫 칭찬이었다. ‘정상에 오르긴 힘들어도 내려가는 건 이렇게 쉽구나.’ 벽을 오르며 인생을 배웠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얼음도끼#드라이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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