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두려운 줄 모르고 뜨거운 피를 지녔던 그들은 어느새 50줄에 들어섰다. 코트를 호령하던 감독도 백발이 성성한 70대가 됐다. 그래도 모처럼 유니폼을 걸치자 예전 그 화려했던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이 멤버 그대로 한 게임 할까요. 하하∼.”
1982년 인도 뉴델리 아시아경기 남자농구에서 금메달을 딴 왕년의 농구 스타들이었다. 한국은 최강이던 중국을 85-84로 꺾고 우승했다. 당시 사령탑이던 방열 건동대 총장(71)과 코치였던 이병국 씨(69)를 비롯해 주장 박수교(56) 이충희(53) 안준호(56) 신동찬(55) 박인규(56) 박종천(52) 이장수(55) 이영근 씨(55) 등 8명의 선수가 25일 30년 만에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 신선우 씨(56) 등은 개인 사정으로 빠졌다. 방 총장의 제안에 따라 런던올림픽 최종 예선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남녀 대표팀을 격려할 목적이었다. 후배 방문에 앞서 서울 강남구의 한 중국집에서 오찬을 한 이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했다.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 유니폼까지 직접 제작한 방 총장은 “값진 일을 했다. 금메달을 계기로 1983년 농구대잔치가 출범됐고 1997년 프로농구가 도입되는 단초가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중국전에서 에러가 4개밖에 없었다. 평균 신장 차가 20cm 가까이 나던 중국을 그래서 꺾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병국 씨는 “쇠고기를 안 먹는 인도에서 암시장까지 찾아가 쇠고기를 구해 설렁탕을 끓여 선수들을 먹였다”며 비화를 공개했다. 금메달로 카퍼레이드까지 한 선수들은 서울 명일동과 과천의 주공아파트 분양권을 포상금으로 챙겼다.
농구대표팀은 주당 집합소로 유명하다. 그들도 그랬다. 막내였던 박종천 씨는 “선배들이 간식으로 맥주 몇 박스를 사오라고 했다. 대만 존스컵에 갔을 때였는데 숙소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던 기억이 새롭다”며 웃었다. 이충희 씨는 “쿠웨이트로 훈련 갈 때는 회교 국가라 농구화 안에 양주를 몰래 감춰 갖고 입국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은 각자 준비해온 책 한 권씩을 대표팀 후배들에게 선물했다. 어깨를 두드려주며 선전을 기원하는 선배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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