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길 아·태농아인대회 조직위원장 “12년만의 대회…‘수화의 기적’ 함께 해요”

  • Array
  • 입력 2012년 2월 22일 07시 00분


문병길 조직위원장이 수화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약속하며 국민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문병길 조직위원장이 수화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약속하며 국민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5월 26일 서울서 열리는 아·태농아인대회 문병길 조직위원장

30개국 5000여명 참가…역대 최다
개최 40억 필요…11억5천 유치 뿐
경기장도 부족 최악 상태 불구 자신
청각장애인 그들에게,
희망을 들려줘야 하니까요


“어려움이 많지만 정말 대회를 멋지게 치르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농아인(청각장애인)에 대해 알리는 것이 우리가 대회를 개최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제7회 아시아태평양농아인경기대회(이하 아·태농아인대회) 문병길(53) 조직위원장(서울시 농아인협회장)이 수화로 단단한 각오를 내비쳤다.

아·태농아인대회는 5월 26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잠실운동장 주경기장 등에서 열린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30개국에서 5000여 명의 선수단이 한 자리에 모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아시아태평양농아인스포츠연맹(APDSC)이 4년마다 주최하는 대회다. 축구, 태권도, 유도, 볼링, 수영, 배드민턴, 테니스 등 13개 정식종목과 1개 시범종목(야구)이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는 280여 명의 선수단이 출전한다.

아·태농아인대회는 올해 12년 만에 열린다. 쿠웨이트가 유치를 했다가 두 번이나 개최하지 못한 탓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서울대회에 대한 세계 체육계의 관심이 뜨겁다. 역대 최대 참가인원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문 위원장의 얼굴은 밝지 않다. 대회를 정상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40억원 정도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10억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억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전부다. 그밖에 몇몇 기업으로부터 음료수 등 물품 협찬을 받기로 했다.

“첫째 예산 부족, 둘째 경기장 확보, 셋째 홍보가 문제입니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경기장 확보가 어려워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지역에서까지 경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축구만 해도 잠실 주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어 보조 경기장에서 대회를 치러야 합니다.”

문 위원장의 손이 바빠졌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

“농아인은 특성상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장애인들과 훈련이 힘듭니다. 게다가 장애인 중에서는 신체가 건강한 편이어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지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스포츠 경기에서 엄청난 핸디캡이 된다. 쉽게 말해 달리기 경기만 해도 출발 신호를 들을 수 없다. 그래서 농아인 육상대회에서는 앞에 신호등을 설치한다.

빨강, 노랑을 거쳐 초록불이 들어오면 스타트를 하는 것이다. 수영은 아예 물 속에 형광등을 설치해야 한다. 이런 스타터들은 가격이 비싸다.

“국제대회를 하면 의사소통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혹시 수화가 나라마다 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보통 한 경기에 심판이 한두 명 필요하다면 농아인 경기에는 적어도 4명이 붙어야 합니다. 수화 통역사가 있어야 하니까요.”

문 위원장은 “너무 힘이 듭니다. 최악의 경우 저를 비롯한 농아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대회를 치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배석한 관계자 한 명이 “예산부족으로 우리나라 대표선수단을 200명 선으로 줄여야할 것 같다. 부끄럽지만 선수단의 트레이닝복을 맞출 예산도 부족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농아인은 듣지 못하는 것뿐이지만 취업, 자기개발 등에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작지만 이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반드시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러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조직위원회는 22일 서울 충정로 운영사무국에서 개그맨 신동엽, 탤런트 최정원, 영화배우 임은경, 미스코리아 김혜원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대회 홍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조직위원회 070-4335-7887)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