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1팀 강등…이게 무슨 승강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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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7일 07시 00분


도·시민구단 생떼에 연맹 굴복한 꼴
1년 유예가 강등 돌파구 될 수 없어
2부 팀 부족…리그 구성에도 치명타
취지 퇴색…1부도 무늬만 프리미어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가 16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이사회는 ‘14+2’의 순차적인 
승강제 모델을 도입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가 16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이사회는 ‘14+2’의 순차적인 승강제 모델을 도입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14+2 승강제 통과 왜 문제인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6일 이사회와 대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순차적인 승강제 모델을 확정했다. 연맹이 당초 추진했던 ‘12(1부 잔류)+4(2부 강등)’ 안이 아닌 2013년 ‘14(1부 잔류)+2(2부 강등)’ 후 2014년 2팀을 추가로 강등시키는 안을 확정했다.

2013년에는 1부 12위 팀과 2부 1위 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러 승강을 결정한다. 강등 팀은 있지만 승격 팀은 없을 수도 있는 등 애매한 승강제 모델이 됐다. 연맹은 도시민구단들의 반발을 못 이기고 그들이 주장하는 바를 모두 수용하면서 승강제 모델을 망가뜨렸다.

게다가 2부 리그 운영 방안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리그 발전을 위한 승강제 도입이 한국축구 전체를 부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맹은 18일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대의원총회에서 이번에 결정된 승강제 모델 안을 최종 승인 받는다. 협회 대의원총회에서도 순차적인 승강제 모델이 받아들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시민구단들에게 휘둘린 연맹

승강제 모델이 변경된 배경에는 불만을 표시한 도시민구단들의 입장을 모두 반영해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기헌 연맹 사무총장은 “도시민구단들은 매우 힘든 상황이다. 당장 팀이 없어질 수도 있는 그들의 입장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1년이라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1년이 유예된다고 해서 도시민구단이 2부 리그로 강등됐을 때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또 2부 리그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을 경우 강등을 거부하는 구단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떠안게 됐다.

아울러 연맹은 도시민구단들의 압박에 불복하며 나쁜 선례를 남겼다.

도시민구단 대표들은 지난 주 2차례 회의를 통해서 “연맹이 준비한 ‘12+4’안으로 승강제가 결정되면 구단 운영이 힘들어진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연맹에 낸 가입금과 발전기금을 모두 돌려받고 독립된 프로리그를 만들겠다”고 압박했다. 구단대표협의회를 통해 도시민구단들의 입장이 반영되면서 연맹이 준비한 승강제 모델이 뒤집어졌다. 결국 연맹은 압력에 굴복하면서 스스로 권위를 상실하고 말았다.

○경쟁도 흥미도 없어진 승강제

승강제 도입은 K리그를 비롯한 한국축구 전체의 틀을 새롭게 짠다는 대의명분으로 추진됐다. 특히 최근 들어 하향 평준화가 뚜렷한 K리그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승강제를 통해 리그 전체를 건전하게 만든다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승강제 모델을 구상하는 단계에서는 최상위 리그를 실력 있고, 재정적으로 튼튼한 10팀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연맹은 자체 논의를 거쳐 최상위 리그를 12팀으로 하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리고 일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사회의 생각은 달랐다. 당장 2부 리그 탈락을 걱정하는 도시민구단들의 압력이 포함된 반발에 승강제를 도입하는 첫 해에는 최상위 리그를 14팀으로 하기로 했다. 현재 16팀에서 2부 리그로 내려가는 팀이 상주 상무를 제외하면 단 한 팀뿐이다. 구단 간 치열한 경쟁과 팬들의 흥미유발이라는 본래의 취지는 온데 간 데 없다.

연맹은 최상위 리그를 가칭 ‘프리미어 K리그’로 정했다. 최상위 리그를 14팀으로 구성했을 때 ‘프리미어’라는 단어에 어울릴만한 경기 수준이 뒷받침될지 의문이다. 수준 높은 최상위 리그와 제대로 된 승강제 도입을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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