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의 이것이 야구다] Q. 홈 근처 떨어진 볼을 타자가 주웠다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7시 00분


A. 포수 수비방해 타자 아웃…주자는 귀루

⑬ 타자의 수비방해

투수가 던진 공이 타석에서 원바운드되거나 파울볼이 되면서 포수나 심판에 맞고 홈플레이트 근처에 있을 때 그 공을 잘 주워주는 타자들이 있다. 친절을 베푸는 것도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지만 다음 경우는 어떻게 봐야할까.

Q.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 두산이 모처럼 원아웃에 주자를 2루에 두고 있다. 타석에는 좋은 타구가 계속 상대의 수비에 막혀 속이 상한 이종욱. 볼카운트 1-2에서 발빠른 2루 주자 고영민은 언제든지 3루로 가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 때 롯데 투수 송승준이 던진 포크볼을 이종욱이 힘차게 휘둘렀으나 그만 헛치고 말았다. 마침 투수가 던진 공이 원바운드되면서 포수 강민호의 블로킹에 막혀 타자 이종욱의 발 앞에 멈췄다. 이 때를 놓치지 않은 고영민은 3루로 달리기 시작했고 미처 이를 보지 못한 이종욱은 고개를 숙이고 아쉬움을 표현하더니 자기 앞으로 굴러온 공을 무심코 집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공을 집었는데, 강민호가 공을 잡으려고 하자 그때서야 상황 판단이 됐는지 깜짝 놀라며 공을 다시 땅에 내려놓았다.

강민호는 3루로 뛰는 고영민을 보고 뒤늦게 공을 잡으려 했으나 이미 타이밍이 늦었다. 이종욱은 고의로 수비를 방해할 목적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에 공을 잡아서 단지 포수에게 공을 넘겨주려 했을 뿐이다. 3루에 안착한 주자, 공을 집으려한 타자, 이 때 심판은 과연 어떻게 판정을 해야 할까.

A. 야구 규칙에 따라 이런 경우는 ‘타자가 홈에서 포수의 수비를 방해했기 때문에 타자를 아웃으로 하고 3루로 진루했던 고영민을 2루로 돌려 보낸다’고 적용할 수 있다. 이종욱의 순수한 마음과 판정은 완전 별개인 셈. 만약 이종욱의 상황이 볼카운트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발생해 타자 이종욱이 삼진 아웃되었다면 수비 대상인 2루 주자도 아웃된 타자의 포수 수비방해로 아웃처리 된다.

야구 규칙은 다음의 경우 타자의 행위를 반칙으로 보고 아웃처리한다. ▲타자가 타자석을 벗어남으로써 포수의 수비나 송구를 방해하였을 경우, 또는 어떠한 동작으로든 홈플레이트에서의 포수 플레이를 방해하였을 경우. 물론 예외도 있다. 진루하려던 주자가 아웃되었거나 득점하려던 주자가 타자의 방해 때문에 아웃을 선고받았을 경우 타자는 아웃되지 않는다.

타자가 포수를 방해하였을 때 구심은 ‘인터피어런스(수비방해)’를 선언하여야 하며, 이 순간 타자는 아웃되고 볼 데드가 된다. 공격 측 방해가 있었을 때는 모든 주자는 진루할 수 없고 방해 발생 순간에 있었으리라고 심판원이 판단하는 베이스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포수가 진루하려던 주자를 아웃시켰다면 방해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하여 그 주자만 아웃이 되고 타자는 아웃되지 않는다.

이때 다른 주자는 ‘주자가 아웃되면 방해는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칙에 따라 진루도 가능하다. 이럴 경우 아무런 규칙 위반의 선언이 없었던 것처럼 플레이는 계속된다.

타자가 워낙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다가 그 여세로 방망이가 포수에게 닿았거나, 아무런 고의성 없이 백스윙하던 방망이가 아직 확실하게 포구되지 않은 투구나 포수에 닿았기 때문에 포수가 공을 잡지 못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때는 타자의 방해를 선언하지 않고 볼 데드로 하며 주자의 진루는 허용하지 않는다. 타자에 대하여는 그것이 제1스트라이크, 제2스트라이크일 때는 스트라이크만 선언하고 제3스트라이크일 때는 타자 아웃으로 한다. (제2스트라이크 뒤의 파울팁도 포함된다)

조종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