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아! 또… 美 남자 400m계주 ‘바통의 저주’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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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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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004-2008올림픽 2009세계선수권 이어 네번째 불운

《우사인 볼트가 존재하는 한 단거리 신흥 강국 자메이카의 질주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자메이카가 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37초04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자메이카는 마지막 날 마지막 경기에서 이번 대회 유일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메이카가 작성했던 37초10. 자메이카는 네스타 카터-마이클 프레이터-요한 블레이크-볼트 순으로 이어 달렸다. 100m에서 부정 출발로 충격적인 실격을 당했던 볼트는 200m에 이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2관왕으로 대회를 마쳤다.》


자메이카와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은 이번에도 바통의 불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레인을 달리던 미국은 세 번째 주자 다비스 패튼이 마지막 주자 월터 딕스에게 바통도 건네주기 전에 3레인에서 기다리고 있던 영국의 마지막 주자에게 발이 걸려 트랙에 나뒹굴었다.

볼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은 이 종목의 절대강국이었다. 1983년 제1회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계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4연패를 달성했다. 이전까지 역대 12번의 세계선수권 중 7차례나 정상에 올랐고 20세기까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경우는 5차례뿐이었다. 더 많이 우승하지 못했던 것은 불운이었다. 계주의 특성 탓이다.

바통은 각 100m 지점 앞뒤로 10m에 걸쳐 있는 바통터치 구역(총 20m)에서 주고받아야 한다. 다음 주자는 이 지역부터 10m 더 뒤까지인 런업 존(run-up zone)에서 출발해 가속이 붙은 상태에서 바통을 넘겨받는다. 뛰는 상태에서 팔을 뻗어 바통을 주고받기 때문에 주자들이 실제 달리는 거리는 줄어든다. 이날 나온 세계기록(37초04)을 4로 나누면 100m 세계기록(9초58)보다 훨씬 빠른 9.26초다.


바통으로 생길 수 있는 변수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바통 터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으로 순위가 바뀔 수 있다. 결선 주자 4명 모두 9초대 기록을 갖고 있어 드림팀으로 불렸던 미국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영국에 0.01초 뒤져 은메달에 그친 것은 이 때문이었다. 미국은 두 번째 주자 저스틴 게이틀린이 세 번째 주자 코비 밀러에게 바통을 건네주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시간을 까먹었다. 둘째는 바통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실격은 아니지만 메달은 물 건너간다. 미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서 마지막 주자 타이슨 게이가 바통을 놓치는 바람에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세 번째 주자는 4일 넘어진 패튼이었다. 셋째는 바통을 전달할 때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는 것으로 실격이다. 미국은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전체 1위로 예선을 마쳤지만 나중에 세 번째 주자 숀 크로퍼드가 바통터치 구역을 벗어났다고 판정받아 실격됐다. 당시 마지막 주자는 패튼이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포함해 최근 3개 메이저대회에서 잇달아 바통의 불운으로 고개를 숙였던 미국은 대구에서마저 바통에 울었다. 패튼은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3개 메이저 대회에서 잇달아 바통 악몽을 꾸게 됐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볼트와 아사파 파월 등을 앞세워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남자 400m 계주 정상에 올랐던 자메이카는 2009년 베를린 대회에 이어 대구에서까지 우승하며 최근 3개 메이저대회를 독식했다. 앞서 열린 두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던 미국은 이날 예선 전체 1위로 결선에 진출했지만 모처럼 성사된 맞대결을 마치지 못했다.

미국은 그나마 앞서 열린 여자 400m 계주 결선에서 시즌 최고 기록인 41초56으로 자메이카(41초70)를 누르고 4년 만에 정상을 되찾은 게 위안이었다. 이번 대회 100m와 1600m 계주에서 각각 우승했던 카멀리타 지터와 앨리슨 필릭스는 2관왕이 됐다.

대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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