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선수권 D-10]세계의 벽 넘은 110m 허들 류샹-해머던지기 무로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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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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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거리=흑인, 투척=백인’ 육상법칙 비웃다

류샹(110m 허들·중국) 1983년 7월 13일생 189cm, 82kg 12초88(개인최고기록)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 1위
류샹(110m 허들·중국) 1983년 7월 13일생 189cm, 82kg 12초88(개인최고기록)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 1위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51개로 미국(36개)을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처음으로 종합 1위에 올랐다. 개최국의 이점을 고려하더라도 스포츠 세계 최강국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육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듬해 열린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금 1개, 은 1개, 동메달 1개로 종합 13위에 그쳤다. 그래도 중국은 대회마다 금메달 1, 2개는 따지만 한국은 동메달조차 없다.

탄력성과 유연성, 그리고 파워로 승부를 가리는 육상의 특성상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불리하다. 특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허들 110m에서 중국의 류샹이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동양인은 결코 올림픽 육상 단거리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게 진리로 통할 정도였다.

2010년 미국의 듀크대 연구팀은 지난 100년 동안 육상 단거리와 수영 100m 자유형 기록을 분석한 결과 배꼽의 위치로 운동 능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흑인들은 신체의 무게중심 격인 배꼽의 위치가 백인보다 평균 3cm 정도 위에 있어 달리기에 유리하다. 달리기는 전방 낙하 운동인데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체가 더 빠르게 낙하한다는 설명이다. 동양인은 배꼽 위치가 백인보다도 낮은 것을 비롯해 체격 조건에서 가장 불리하다. 트랙 위는 흑인들이 주름잡지만 투척 종목은 백인 세상이다. 특히 상체 근육이 발달한 유럽 선수들이 필드를 휩쓴다.

무로후시 고지(해머던지기·일본) 1974년 10월 8일생 187cm, 89kg 84.86m(개인최고기록)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2006년 국제육상경기연맹 월드컵 1위
무로후시 고지(해머던지기·일본) 1974년 10월 8일생 187cm, 89kg 84.86m(개인최고기록)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2006년 국제육상경기연맹 월드컵 1위
그렇다면 류샹은 어떻게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일단 체격(189cm·82kg)이 좋다. 게다가 높이뛰기를 통해 다져진 유연함과 순발력도 도움이 됐다. 아시아 선수로 올림픽 육상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일본의 무로후시 고지이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해머던지기에서 82.91m를 던져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무로후시는 사실 동양인이라고 부르기가 모호하다. 어머니가 루마니아 출신이기 때문이다. 같은 종목에서 아시아경기대회 5연패를 달성했던 아버지 무로후시 시게노부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번번이 동유럽 선수들에게 밀리자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자식에게 기대하면서 루마니아 창던지기 국가대표 출신과 결혼했다. 류샹과 무로후시는 일단 체격에서 세계의 벽을 넘을 조건을 갖춘 셈이었다.

중장거리로 가면 동양인들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1993년 슈투트가르트 세계선수권에서 마쥔런 감독이 이끄는 중국의 ‘마군단’은 여자 1500m, 3000m, 1만 m, 여자 포환던지기 등 금메달 4개를 따 아시아 국가로는 역대 최고인 종합 2위에 올랐다. 몸에 좋다는 각종 약을 먹이며 혹독한 훈련을 시킨 덕분이었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동양인들의 체격은 커지고 있다.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과 훈련이 뒷받침된다면 동양인들에게도 육상은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대구에서는 어떤 선수가 황색 돌풍을 일으킬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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