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학 개론] 팔동작을 보면 필살기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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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9일 07시 00분


역W형 투구폼, 커브에 더 많은 회전 줄 수 있어
투석기 형태는 슬라이더 구종 효과적으로 구사
두 팔동작 모두 빠른볼 가능…구속은 영향없어

한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의 대투수 존 스몰츠와 같이 거꾸로 된 W형 팔동작으로 공을 던진다. 커브와 체인지업에 강점이 있는 투구 스타일로 꼽히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부상위험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스포츠동아DB
한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의 대투수 존 스몰츠와 같이 거꾸로 된 W형 팔동작으로 공을 던진다. 커브와 체인지업에 강점이 있는 투구 스타일로 꼽히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부상위험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스포츠동아DB
SK 큰 이승호와 필라델피아 로이 오스왈트는 투구 전 양손이 직선 형태를 이루는 투석기 형태의 팔 동작을 갖고 있다. 슬라이더에 강점이 있는 투구 스타일이다. 스포츠동아DB
SK 큰 이승호와 필라델피아 로이 오스왈트는 투구 전 양손이 직선 형태를 이루는 투석기 형태의 팔 동작을 갖고 있다. 슬라이더에 강점이 있는 투구 스타일이다. 스포츠동아DB
팔동작에 대하여

이번에는 투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팔동작’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팔동작은 아마 일반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다. 코치들도 가르치기 힘들고, 선수들 역시 변화를 주기 쉽지 않다.

팔동작, 즉 팔운동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투구를 4륜마차에서 사용되는 채찍과 비교하는 것이다. 채찍은 기다랗고 날씬한 손잡이와 ‘꽃불’이라고 불리는 줄로 구성돼 있다. 투수의 다리부터 어깨까지가 가느다란 손잡이, 팔이 줄 부분에 해당한다.

채찍의 줄로 고리를 만드는 것(팔의 구부림, 손목의 운동범위)이 투구동작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좀더 쉽게 설명하자면, 낚시에서 대에 묶여있는 줄을 던질 때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손과 손목, 구부러진 팔뚝 부분과 팔 윗부분, 그리고 견갑골의 외전(外轉) 즉 밖으로 내뻗는 동작이 공을 던지는 고리를 형성한다.

(참고로 야구선수들은 내뻗는 근육이 발달되어 턱걸이 등 잡아당기는 힘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런 ‘팔 고리’가 만들어지는 방법이 채찍이나 낚싯대의 움직임처럼 투구시 많은 영향을 준다.

○ 팔운동 동작의 대표적 형태:역W형과 투석기형태

팔운동 및 배열에는 많은 형태가 있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거꾸로 된 W형태(사진 1)인데 이는 존 스몰츠의 팔운동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팔운동은 역W형 외에 투석기 형태(사진 2) 등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W형태 투수는 한화 류현진, KIA 윤석민, SK 송은범이 있으며, 투석기 형태의 투수는 과거에 구대성, 송진우가 있었고 최근에는 SK 큰 이승호가 있다.

물론 두 가지 팔동작이 투수에게 특별히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다. 팔운동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어깨의 외부회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몸통의 회전은 팔뚝을 뒤로 젖히기 위해(던지는 팔의 외부적 회전)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관성에 의해 몸통이 갑자기 회전하더라도 팔뚝은 여전히 몸 뒤에 위치하게 된다. 사진처럼 역W형태 투구법은 팔꿈치로 팔을 움직이며 원을 그리고 있는 느낌이라서 ‘엘보-리프팅(elbow-lifting)’이라고 하며 ‘암-리프팅(arm-lifting)’이라고 부르는 전문가도 있다.

역W형태 투구동작의 팔모양은 일반적으로 커브를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게 해준다고 일려져 있다. 팔꿈치가 리드되고 있으며 팔 자체의 꼬임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커브볼에 좀더 많은 회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투석기 형태의 팔운동은 슬라이더 형태의 공을 효과적으로 던지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유연한 팔동작과 관절을 이용하는 투구방법이 좀더 구속을 올리는데 유리할 것으로 생각되나 십수 년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구속은 팔운동의 모양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한다. 두 가지 형태 모두 빠른 구속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러브와 전면부 운동은 균형적이다. 글러브를 낀 쪽 팔운동과 던지는 쪽 팔운동은 서로 거울에 비친 형상과 같다. 이것이 균형, 즉 밸런스의 시작이다.

글러브 쪽 팔운동은 야구하는데 3가지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균형’이다. 신경시스템 측면으로 볼 때 신체로 하여금 일치와 반대(정과 역)를 만들어내기 쉽다.

두 번째는 운동량이다. 글러브의 움직임에 따라 투구 운동량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양의 운동량이 만들어진다. 글러브 액션이 더 많은 신체 운동량을 창출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견갑골 운동의 완성이란 관점이 있다. 투구동작 중 견갑골에는 던지는 팔과 글러브의 외전, 즉 밖으로 내뻗는 동작이 있다. 최적의 방법으로 공을 던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밖으로 내뻗은 이후 다시 외전한 부분을 모으는 동작이다.

투수는 백스윙과 동시에 견갑골 장전(양 날개 죽지뼈)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 견갑골 장전의 크기가 구속과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견갑골 장전의 폭발적 풀림이 더 빠른 구속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존 스몰츠는 가장 완벽하게 균형 잡힌 글러브 쪽 팔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W형태, 제구·구속 유리하지만 부상 위험
부상잦은 투수 기본적 투구폼부터 점검해야

<참조=바이오 메카닉 피칭이야기>
<참조=바이오 메카닉 피칭이야기>

○ 롱-암(Long-arm) 동작과 투구폼 변신의 위험성

큰 틀에서 두 가지 팔 동작 이외에 크게, 그리고 길게 원을 만드는 선수도 있다. 역W형태 팔동작이나 투석기 형태의 팔동작 모두 팔이 길게 뻗지 않는다. 그러나 ‘롱-암(Long-arm)’이라고 불리는 팔 동작은 팔이 완전히 펴진 채, 낮고 길게 만들어지는 스트라이드와 함께 균형을 유지한다.

삼성 정인욱은 미래의 삼성 마운드를 이끌고갈 투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팔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관절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빠른 스피드를 만들기 쉽지 않다.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많은 팔동작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모든 투수들은 역W형태 팔동작을 하고 있다. 백스윙시 팔의 아크를 크게 하고 투구를 하는 것(롱-암)보다 가능한 짧고 효율적 동작으로 제구력과 스피드, 그리고 체력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어깨 쪽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팔꿈치가 어깨보다 위쪽으로 올라가 있고 투구시 가슴이 쫙 펴져 자칫 유연성을 잃을 수 있는 위험요소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 투수들의 어깨인대손상수술과 팔꿈치수술 등이 잦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기본적 투구폼을 점검해보는 것이 부상의 위험이나 빈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투구폼을 교정하거나 변화를 주다가 본연의 색을 잃고 망가지는 선수들도 종종 있다. 처음 투구폼을 만들 때부터 좀더 체계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잘 맞는 투구폼, 특히 팔동작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전 롯데 감독·고려대 체육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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