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선수권 D-24] 종목마다 다른 신발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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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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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볼트는 딱딱한 신발 좋아해

세계적인 수준의 엘리트 선수들이 사용하는 경기용품을 만드는 스포츠 용품 회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벼운 제품을 만들려는 경량화에 많은 개발비를 사용한다. 초 단위, cm 단위로 승부가 갈리는 육상선수들이 사용하는 용품이기 때문이다.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와 200m에서 세계기록을 세울 때 신었던 신발은 한 짝 무게가 204g이다. 일반인이 신는 운동화 절반 정도의 무게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에서 볼트와 경쟁할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이 신었던 신발 한 짝 무게는 186g으로 더 가볍다. 1마일(약 1.6km)을 달릴 때 신발의 무게가 1온스(28.35g) 더 무거우면 전체적으로 55파운드(24.95kg)의 무게를 더 부담하는 것과 같다는 게 스포츠용품 회사들이 내놓은 분석이다.

가벼운 게 최고라면 그냥 맨발로 뛰는 게 더 나은 것은 아닐까. 하지만 육상선수들이 신는 신발에는 발에다 날개를 달아주는 과학이 담겨 있다. 선수들은 종목의 특성에 맞는 ‘과학의 날개’를 얻는 대신 약간의 무게를 부담하는 것이다.

100m와 200m 같은 단거리 선수들이 신는 신발의 밑바닥은 어떨까. 발이 편해야 하니까 푹신푹신한 재질일까. 단거리용 신발의 밑바닥은 아주 딱딱하다. 일반인이 신고 뛴다면 발바닥이 아플 정도다.

왜 그럴까. 일반 러닝화나 마라톤화처럼 밑바닥이 무르면 지면과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져 불리하다. 단거리용 신발은 지면에 닿자마자 튕길 정도로 단단한 플라스틱 소재로 돼 있다. 반면 중장거리 선수들은 이런 신발이 접지 시간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발바닥 통증으로 인한 손실이 더 커 신지 않는다. 중장거리용 신발 뒷부분에는 발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쿠션 처리가 돼 있다.

흔히 ‘징’으로 불리는 신발 바닥에 박혀 있는 스터드의 위치가 다른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단거리와 멀리뛰기용 신발에는 스터드가 앞부분에만 있다. 주로 앞부분만을 이용해 순간 스피드로 승부를 내기 때문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100m, 200m 우승자인 매리언 존스(미국)는 뒤꿈치가 바닥에 닿지 않는 주법 때문에 뒤꿈치를 감싸는 부분이 아예 없는 슬리퍼 모양의 신발을 신기도 했다.

높이뛰기 선수들의 신발에는 스터드가 앞뒤에 다 박혀 있다. 힘껏 달려오던 직선운동을 바를 넘기 위한 수직운동으로 손실 없이 전환하려면 점프 직전 내딛는 발이 지면에 제대로 고정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짝짝이 신발도 있다. 원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꿔야 하는 포환이나 원반, 해머던지기 등 투척 경기용 신발은 좌우 밑바닥 모양이 다르다. 원운동의 축이 되는 쪽 발의 밑바닥은 회전할 때 저항을 줄이기 위해 무늬를 거의 넣지 않는다. 이에 비해 원운동에 가속을 가하는 쪽 발은 접지력을 키우기 위해 요철 모양으로 한다.

창던지기용 신발의 한 짝은 부츠 모양이다. 창을 던지기 직전에 온몸의 힘을 실어 내딛는 쪽 발에는 발목까지 감싸는 ‘하이컷(high cut)’이 있다. 창던지기 역시 던진 직후 몸 전체를 붙들어 줄 힘이 필요해 밑바닥 앞뒤에 스터드가 다 박혀 있다.

27일 개막하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때 종목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신발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관전의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요소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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