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민구단 ‘코드인사’에 멍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3일 07시 00분


핫이슈 | 강원FC 사장 선임 논란으로 본 ‘정치권력과 축구’

차기 사장선임 이사회 투표서 부결
후보 지지했던 강원도지사 설득도

지방자치단체장 바뀌면 사장도 교체
선수영입만 신경…팬서비스 등 소홀
잦은 운영계획변화로 살림 망가뜨려

강원FC 차기 사장 선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열렸던 구단 이사회에서 임은주(45) 을지대 교수가 차기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사들의 만만치 않은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그러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이사회 직후 직접 이사들을 만나 설득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은 3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사장 선임을 다시 논의한다. 이른바 ‘코드 인사’를 하려다가 실패한 강원도지사가 같은 후보를 다시 추천할지, 아니면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원의 사례처럼 K리그의 도민 및 시민 구단들은 연고지역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사장 등 구단 고위층이 교체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스포츠가 정치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다.

단체장이 정치적 성향이 같은 인물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꼴인데, 정치와 판박이어서 종종 비판의 도마에 오르곤 한다. 그렇다보니 도시민 구단 사장, 단장 자리를 놓고 정치인들에게 ‘줄서기’를 하는 경우도 나온다. ‘코드 인사’가 재정적으로 힘든 도민 및 시민 구단을 더 멍들게 하고 있다.

○선거만 하면 눈치 보는 사장과 단장

선거 때만 되면 도민, 시민 구단 사장과 단장은 좌불안석이다. 선거에서 어떤 정당의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자리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선에 성공하거나 같은 정당 후보가 자리를 이어받아도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다른 정당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면 이들은 원치 않는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 강원FC를 비롯해 인천 유나이티드, 대전시티즌 등이 지방자치단체장 교체와 함께 사장이 바뀐 구단들이다.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장 측근 혹은 그를 지지하는 인사들이 구단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다.

이번 강원FC 사장 교체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지난 이사회에서 후보로 올렸던 인사는 프로구단 운영에 대한 전문지식이 전혀 없지만 강원도지사의 추천을 받았다. 그 후보는 강원도지사와 같은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과 평소 친분이 있어 추천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이사회에서 부결돼 사장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이러한 소문 때문에 강원FC 축구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코드 인사로 망가지는 구단 운영

이러한 코드 인사 때문에 구단과 선수단은 멍들고 있다.

현실적으로 구단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기보다는 이상적인 그림만 그리기 일쑤다. 이런 현실과의 괴리감은 구단 살림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높다.

구단을 책임지는 사장과 단장이 선거 결과에 따라 자주 바뀌다보니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하는 구단의 운영 계획도 변화가 잦다. 구단 직원들과 감독이 팀을 운영하는데 있어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감독과 구단 고위층 사이에 불화가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한 구단 사장과 단장의 책임의식 결여도 문제다. 한시적으로 팀을 맡는다고 생각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자리라고 생각해서인지 구단의 살림살이를 튼튼하게 하는 이가 없다. ‘내가 있을 때 성적 한 번 내보자’는 식의 마인드를 갖다보니 선수 영입에만 신경을 쓸 뿐 마케팅 등 팬들을 위한 서비스에는 소홀한 구단이 대부분이다.

○확실히 분리해야 할 정치와 스포츠

정치인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해당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구단을 소유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도민, 시민 구단은 그 지역민들이 주주로 참여해 만들어졌다. 구단의 주인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니라 그 지역 도민과 시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되면 구단이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생각이 잘못됐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구단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옆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행정적으로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이 적당하다. 구단 행정은 측근이 아니라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래야 주주로 참여한 도민,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해줄 수 있고, 팀도 명문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다.

최용석 기자(트위터@gtyong11)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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