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두산전 승리, 올해 가장 부끄러운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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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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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는 이렇게… ‘돌아온 돌직구의 미소.’ 삼성 철벽 마무리 오승환은 한창 좋았던 때의 구위를 되찾으며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13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한 오승환이 돌처럼 무겁게 날아가는 직구를 던질 때의 손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돌직구는 이렇게… ‘돌아온 돌직구의 미소.’ 삼성 철벽 마무리 오승환은 한창 좋았던 때의 구위를 되찾으며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13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한 오승환이 돌처럼 무겁게 날아가는 직구를 던질 때의 손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 지난해 6월 16일 사직구장. ‘돌부처’ 오승환(삼성)은 9회말 2사 후 현역 최고 타자 이대호(롯데)를 상대했다. 주무기인 직구로 정면 승부했지만 이대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6구째 한가운데로 몰린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140m짜리 초대형 홈런. 오승환은 고개를 숙였다.

#2. 올해 5월 25일 사직구장. 연장 12회말 이대호를 상대한 오승환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섞어 승부했다. 이대호는 끈질겼다. 볼은 고르고 스트라이크는 커트했다. 11구째 승부구는 바깥쪽으로 걸치는 슬라이더. 오승환은 중견수 뜬공으로 이대호를 잡아내며 설욕에 성공했다. 오승환이 돌아왔다. 한창 좋았던 2005, 2006년 모습 그대로다. 돌처럼 날아온다고 해서 ‘돌직구’로 불리는 직구에는 더욱 힘이 붙었다. 최고 시속 154km까지 나왔다. 슬라이더 제구도 좋아졌고 신무기인 투심 패스트볼까지 장착했다. 13일 현재 24세이브로 이 부문 단독 선두다. 2위 SK 정대현(11세이브)을 2배 넘게 앞섰다. ‘끝판대장’ 오승환의 화려한 부활과 함께 팀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 삼성 야구는 8회까지

야구는 연장전을 제외하고 9회까지 하는 스포츠다. 하지만 류중일 삼성 감독은 “우리는 8회까지 야구를 한다”고 했다. 왜? 9회에는 오승환이 등판하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올 시즌 31경기에 등판해 1승 24세이브를 거뒀다. 평균자책은 0.79다. 34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을 47개나 잡았다. 살얼음판 같은 1점 차 승부에서 등판해 거둔 세이브는 14개나 된다.

오승환이 올 시즌 가장 부끄러워하는 경기는 1승을 거둔 5월 20일 두산전이다. 4-3으로 앞선 8회에 등판한 그는 손시헌에게 동점 홈런을 맞았다. 하지만 팀이 5-4로 역전승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유일한 블론 세이브였다. 그는 “승리를 날린 날엔 너무 분하고 화가 나 잠을 잘 못 잔다. 만회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당장 야구장으로 달려가고 싶다. 잘 던진 선발투수들에게 너무 미안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승리를 날려도 훌훌 털어버리는 선수도 있지만 오승환은 뒤끝이 있다. 바로 강한 승부욕이 ‘철벽 마무리’ 오승환을 만들었다.

○ 삼성 불펜의 오승환 효과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오승환의 활약 여부는 미지수였다. 지난 2년간 부상과 부진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기 때문. 지난해 7월엔 팔꿈치 수술도 받았다. 오승환은 “마무리는 바라지도 않았다. 중간 계투로라도 불펜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오승환은 언터처블이었다. 마무리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지난해 오승환이 없는 상황에서도 삼성 불펜은 강했다. 정현욱, 권혁, 안지만이 돌아가면서 지키는 뒷문은 좀처럼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여기에 오승환이 최강 마무리로 중심을 잡자 이젠 철옹성이 됐다.

오승환의 복귀는 선발투수들에게는 5회까지만 버티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타자들도 뒤지는 상황에서 언제든 역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오승환이 올 시즌 목표로 삼고 있는 개인 통산 200세이브에는 이제 11개만 남았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내년이면 김용수가 보유한 최다 세이브(227개) 경신도 유력하다. 오승환은 “팬들이 세이브 하면 떠올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처럼 롱런하는 마무리의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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