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10만원 이하로 제한’ 스포츠토토서 수억베팅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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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방과 짜고 10만, 8만원씩 ‘쪼개기 베팅’

프로축구의 승부조작뿐 아니라 스포츠토토의 고액 베팅을 위한 불법도 자행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토토는 사행성 방지를 위해 각종 안전장치를 가동 중이다. 개인의 베팅 한도액은 10만 원이다. 토토 판매점은 10분에 100만 원 이상 발매할 수 없다. 한 판매점에서 같은 베팅이 계속 발매될 경우에도 일시 중단된다. 또 특정 조합에 10억 원이 채워졌다면 더 이상 발매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승부조작을 한 업자들은 장시간에 걸쳐 다수의 판매점에서 10만 원, 8만 원 식으로 금액을 쪼개 돈을 건 것으로 보인다.

검은돈이 굳이 감시의 눈초리가 심한 제도권 내 베팅으로 흘러온 것은 4월 6일 열린 러시앤캐시컵대회 대전-포항, 광주-부산 2경기의 배당금 환급 상황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시 베팅 방식은 이 2경기의 승무패를 동시에 맞히는 프로토 승부식이었다. 프로토는 일반 토토처럼 베팅 금액에 따라 배당률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경기 전에 스포츠토토 측에 의해 고정 배당률이 발표된다.

브로커들은 대전과 광주의 승부조작에 관여한 선수들에게 각각 1억2000만 원과 1억 원을 전달했다. 대전과 광주는 0-3, 0-1로 졌다. 이 2경기가 조합된 프로토의 고정 배당률은 2.20이었다. 다른 회차에 비하면 오히려 낮은 배당률이다. 하지만 승무패만 맞히면 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승부조작 업주의 입장에선 땅 짚고 헤엄치기인 셈이다. 실제로 이 2경기의 환급률은 68%로 프로토의 연간 평균 환급률 60%를 웃돌았다.

만약 4억 원을 ‘쪼개기 방식’으로 베팅했다고 하면 배당금은 8억8000만 원에 이르러 베팅 원금, 선수 매수 비용(2억2000만 원), 5% 정도로 알려진 판매점 수수료(2000만 원) 등을 제하고도 2억4000만 원이 남게 된다. 배당금이 3억 원을 초과하면 33%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쪼개기 베팅으로 세금은 피할 수 있다.

스포츠토토의 한 관계자는 “제도 보완과 철저한 관리로 불법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에서 모든 불법의 고리를 끊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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