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학 개론] 단순 직구? 그립 따라 구질 10인10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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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4일 07시 00분


7.구종-패스트볼

투심패스트볼의 활용도를 높여 작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주고 있는 두산 김선우. 9경기에 등판한 그는 4승3패를 마크하고 방어율 1.35로 이 부문 1위를 달리는 등 짠물투구를 자랑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투심패스트볼의 활용도를 높여 작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주고 있는 두산 김선우. 9경기에 등판한 그는 4승3패를 마크하고 방어율 1.35로 이 부문 1위를 달리는 등 짠물투구를 자랑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중지·검지 걸치는 실밥 수 따라 구분
포심, 강한 챔질로 공 떠오르는 느낌
실밥 안잡는 노심, 악력 강해야 위력
투심, 타자 근처서 변화로 땅볼 유도

최근 스포츠 중계기술과 카메라의 수준, 여기에 투구궤적시스템이라는 최첨단 기술까지 도입되면서 투수가 던지는 공의 종류와 던지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 하는 야구팬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투수마다 공을 던지는 방법, 특히 그립의 위치가 모두 제각각이다. 처음 공을 던지는 방법을 배울 때 잡는 그립이 평생 바뀌지 않는 경우도 제법 많다. 개인적인 성향의 차이가 있더라도 기본적인 그립이 있으면, 처음 변화구를 배우는 사람들은 기본 그립을 습득해서 익힌 후 그 다음에는 자신에게 맞는 그립 즉, 손의 위치를 최종 결정하는 것이 좋다.

● 공의 종류

투수는 먼저 던지고자 하는 공의 종류를 포수와 사인교환 후 결정하고 그립을 잡는다. 이 때 잡은 그립의 위치에 따라 ‘구종(球種)’이라고 한다. 구종은 ‘구질(球質)’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KIA 윤석민은 지난 2∼3년간 던져왔던 투구패턴을 버리면서 본인의 주무기인 직구의 위력을 되찾고 있다. 크지 않은 체격에서 뿜어지는 직구(라이징 패스트볼)가 일품이다. 흔히 말해 ‘볼끝이 살아 움직이듯’ 포수 미트까지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빨라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타자들도 공이 지나간 후 스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 오승환도 돌직구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부상→수술→재활의 힘든 시간을 뒤로 하고 올해 세이브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오승환은 앞서 설명한 윤석민과는 전혀 다른 직구를 구사하고 있다.

공의 무게(?)는 비슷하지만 윤석민의 직구가 솟아오르는 느낌이라면 오승환의 직구는 푹 파묻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같은 직구도 투수에 따라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이것이 두 선수가 가진 다른 ‘구질’이다.


▲ 직구(fast ball=4 seam fast ball)

패스트볼이란 이름 그대로 직구(속구)다. 포심패스트볼은 모든 볼의 기본이 된다. 팔을 강하게 휘둘러 백스핀이 걸리게 하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볼이 날아오면서 솟아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손가락을 실밥에 확실히 걸친 뒤 던질 때는 최종 릴리스 순간에 손가락 끝으로 밀어내는 느낌으로 던지면 스핀이 잘 걸린다. 이 스핀이 종속(타자 앞에서의 스피드)을 줄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포심패스트볼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면 다른 구종이나 구질도 위력이 반감된다. 특히 좌완투수는 몸 상태를 바로 알 수 있다. 투구시 몸이 오픈되면 슈트(바깥쪽으로 회전이 휘어지는 구질) 회전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는 바로 폼을 체크해야 한다.

그림1과 2는 검지와 중지의 위치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1979년 대학선발팀으로 미국에 갔던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의 한 투수코치가 제구력은 좋으니 스피드를 더 내기 위해서는 그림1과 같이 중지와 검지의 위치를 좁혀보라는 조언을 해줘 그렇게 시도해본 적이 있다.

제구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중지와 검지 사이 손가락 한 개 들어갈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보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스피드를 좀더 높이고 싶다면 손가락 사이를 붙이면 된다.


▲ 노심패스트볼(no seam fast ball)

이 구종은 패스트볼이긴 하지만 그립을 잡을 때 실밥을 잡지 않고 던지는 것이다.

▲ 투심패스트볼(two seam fast ball)

기본적으로 직구지만 타자 근처에서 약간의 변화를 일으켜 범타 즉, 땅볼을 유도하는 구종이다. 던지는 방법은 포심패스트볼과 똑같아 팔꿈치나 어깨에 부담이 없다. 관절을 비틀거나 무리한 힘을 억지로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포심패스트볼과 비교해 실밥에 손가락을 걸치는 방법이나 릴리스의 차이일 뿐(작은 차이는 있다)인데 연습을 통해 그 변화를 느끼고 습득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두산 김선우가 투심패스트볼을 잘 활용하며 예전보다 향상된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 낮은 곳에 제구가 잘 되는 선수이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보다 타점이 조금 높아지면서 타자 앞에서 움직임(무브먼트)이 굉장히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투심패스트볼은 변화구가 아니기 때문에 이 공을 던지는 투수는 의도적으로 공에 변화를 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용어에 나타나듯이 공을 잡는 방법만 차이가 있을 뿐 패스트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직구 느낌으로 던져야 한다.

전 롯데 감독·고려대 체육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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