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초반부터 불펜 풀가동…10월같은 ‘4월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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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5일 07시 00분


전력 평준화…가을야구 맞먹는 백병전
SK ‘벌떼 마운드’ 타구단 과열 부추겨
선수들 피로 누적 장기적 악영향 우려

한화 좌익수 최진행이 24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 3회초 2사 2루에서 이종욱의 타구를 잡기위해 뛰어올랐지만 간발의 차로 놓치며 펜스에 부딪히고 있다.
한화 좌익수 최진행이 24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 3회초 2사 2루에서 이종욱의 타구를 잡기위해 뛰어올랐지만 간발의 차로 놓치며 펜스에 부딪히고 있다.
시즌초반 과도한 불펜의존 현상…왜?

시즌 초반부터 순위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예년처럼 SK가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 나서긴 했지만 양상은 조금 다르다. 전력 평준화의 영향으로 거의 매 경기 접전이 속출하고, 각 팀은 불펜을 풀가동하며 백병전을 치르고 있다. 그 대표적 장면이 23일 잠실과 사직에서 나란히 연출됐다.

사직에서 연장 10회 혈투를 치른 SK와 롯데는 똑같이 투수 7명씩을 투입했고, 잠실에선 KIA가 에이스 윤석민을 8회부터 마무리로 기용하는 변칙을 구사했다. 특히 SK는 3이닝 1실점한 선발 매그레인을 4회 송은범으로 전격 교체한 뒤 롯데의 대반격에 휘말린 9회부터 다시 정우람∼정대현∼전병두∼이승호∼이영욱을 밀어넣는 특유의 인해전술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즌 초부터 ‘불펜의존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마치 시즌 막바지의 치열한 4강 전쟁을 연상시키고 있다. 무리한 불펜 운용은 적잖은 생채기를 낼 수도 있는 만큼 그 파장을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 ‘불펜 과열’은 ‘SK 학습효과’?

24일 잠실·목동·대전구장에선 단연 전날의 ‘사직 혈투’가 화제로 등장했다. 롯데의 극적인 대역전승 못지않게 SK의 ‘벌떼 마운드’가 화두였다. 아울러 ‘왜 여러 팀이 SK 같은 변칙 불펜 운용, 즉 지나치리만치 불펜에 집착하는 야구를 따라하는가’라는 올시즌 초반의 두드러진 기현상에 대한 저마다의 해석과 향후 전망이 잇따랐다.

각팀 감독과 코치 및 해설가 등 현장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평준화된 전력’을 과도한 불펜의존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올해는 각 팀의 용병투수들이 좋다. 투수력이 함께 향상되다보니 전력이 엇비슷해 시즌 초반에 밀리면 안 된다는 의식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지난 수년간 ‘초반 독주+중반 이후 대세 굳히기’로 전개된 SK의 페넌트레이스 운용법에서 나머지 팀들이 자극받은 결과가 올시즌 초반 여러 팀의 불펜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빠지지 않았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수년간 SK가 그렇게 해서 이기지 않았나. SK가 그렇게 해서 우승하니까 다들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김태한 투수코치 역시 “몇 년간 SK가 그런 식으로 강팀이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 ‘불펜 과열’의 야누스적 측면

무리한 불펜 운용의 결말은 어떨까. 이 대목에선 입장이 다소 엇갈렸다. KIA 조범현 감독은 전날 윤석민의 마무리 투입을 의식해서인지 “시즌 초반, 혹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혹은 시즌 막판에 꼭 잡고 가야 하는 경기가 있다.

부상선수들이 속출한 현재 상황에서 어제 우리팀은 매우 중요한 게임이었다. 무리한 등판인 건 사실이지만 석민이가 자원등판하면서 팀 분위기와 동료들의 사기, 집중력 등 여러 측면에서 좋은 효과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LG 박종훈 감독도 “한국프로야구는 휴식일도 있기 때문에 이런 기용이 가능하다.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며 “감독 입장에서 선수 망가뜨리려고 무리하게 기용하지는 않는다. 대신 휴식일을 길게 준다든지, 선수 개인에 따라 적절히 조절해준다”고 제한적인 영향을 주장했다.

반면 넥센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 삼성 류중일 감독과 김태한 투수코치는 ‘장기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김 코치는 “요즘처럼 날씨가 추운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추운 날씨에서 연투하면 투수들의 어깨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양상문 해설위원은 “사실 투수를 어떻게 쓰느냐는 각팀 감독의 권한이라 밖에서 뭐라 하긴 힘들다. 시즌 초반 너무 많이 던지면 장기적으로 안 좋은 영향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어떻게 관리해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목동|정재우 기자 (트위터 @jace2020) jace@donga.com
대전|김종원 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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