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학 개론] 투수는 팽이…축이 무너지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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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9일 07시 00분


2.밸런스

요즘 케이블TV의 스포츠채널은 거의 야구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생중계는 물론이고, 하이라이트에 심지어는 녹화중계도 계속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전문용어로만 여겼던 것들이 반복되는 노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상용어화되는 현상도 발견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투구의 메카닉(mechanic)이다. 예전의 지도자와 선수는 이를 두고 투구폼이라고 했다. 투구폼도 굳이 따진다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투구폼보다 투구 메카닉이란 용어 속에는 과학적인 것과 역학적인 것, 즉 이론이 들어있는 느낌이 들어 정확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실이다.

예전 지도자들은 자신의 사건, 경험을 통해 선수들에게 지도하는 방식을 주로 썼다. 하지만 최근 비디오 등의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투구폼이 자연스럽게 좀 더 전문화 과정을 거친 메카닉으로 변하고 있다. 주먹구구식의 주입식 교육이나 지도가 아니라 확실한 근거를 제시한 지도 방법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선수들의 이해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모든 전문가들이 투구 메카닉을 얘기할 때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밸런스(balance)다. 그러면 이 밸런스란 과연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키킹(Kicking)한 순간 목표를 주시하고 있고, 자신의 리듬을 생각하고 투구하면 제구력이 좋아질 것이다. 밸런스의 시작은 키킹 시 발을 높이 들어 올린 순간의 세트(set) 자세에서 출발한다.
특강1. 중심축|발을 든 상태에서 비틀거리지 않으려면 축족 확실히!

등이 동그랗게 되면 불필요한 힘을 소비하게 된다. 이 순간 엉덩이가 너무 앞으로 나가면 플라잉(flying)이 된다고 하는데 중심이동이 너무 빠르게 될 것이다. 발을 높이 들어 올려도 중심축이 무너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축족이 확실하게 서고 비틀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목이 강해야 한다. 중심축이 흔들리면 어쩔 수 없이 밸런스가 흔들리게 된다.

특히 머리의 위치가 중요하다. 투구폼의 시작부터 마무리 동작까지 연결되는 상황에서도 머리가 가능하면 지면과 수직이 되어야 한다.
특강2. 팽이의 원리|투구시 중심이동 때도 축은 한 곳에 머물러야!

어렸을 적 우리들이 즐겨했던 놀이 중 팽이돌리기가 있었다. 이 때 팽이가 힘을 잃고 넘어지려고 하면 팽이를 계속 치면서 더 오래 돌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팽이의 중심축이 일정하게 유지될 때 가장 오랜 시간 돌 수 있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투구과정도 이 팽이이론과 비교하면 흥미로울 수 있다. 우리가 투구를 할 때는 팽이와 같이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중심이동을 하면서 강한 힘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중심이동을 할 때도 머리의 위치는 수직이 되어 주는 것이 좋다.
특강3. 양궁처럼 하라|목표지점 겨냥시 머리는 지면과 수직!

스포츠 종목 중 가장 정밀한 정확성을 요구하는 종목은 사격과 양궁이다.

사격 선수와 양궁 선수들이 슈팅을 하기 전 자세를 생각해보자. 머리의 위치가 지면과 수직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목표지점을 가장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위치이며 이런 정확한 동작이 상체와 하체의 안정까지 높여 줄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화 류현진의 투구 메카닉을 보여주는 연속사진. 밸런스와 중심이동이 탁월하다.
한화 류현진의 투구 메카닉을 보여주는 연속사진. 밸런스와 중심이동이 탁월하다.

보통 밸런스라고 하는 이런 것은 8등신의 몸매나 얼굴의 조화처럼 신체의 균형이나 눈을 감고 한발을 들고 오래 서있기 같은 정지동작에서의 균형과는 그 차이가 분명히 있다.

투구폼에서의 밸런스는 움직이고 있는 자세에서의 균형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실제로 결코 쉽지 않은 동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 시작되는 동작의 정확성이 필요하며 신체의 균형을 잡을 수 있고 흐트러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신체 즉, 머리의 위치가 정말 중요하다.

이제 투구 메카닉의 시작이라는 밸런스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다. 복잡 다단하고 아주 미묘한 투구 메카닉에서 출발점은 밸런스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오래전에 버스나 전철을 기다리거나 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이런 밸런스를 찾고 유지하기 위해 투구동작의 첫 번째 자세를 (오른쪽 큰 사진) 하면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양상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투수코치·LG 투수코치
사진|임진환 기자 (트위터 @binyfafa)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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