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 “160km의 리즈가 패전투수가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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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3일 14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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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두산과의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레다메스 리즈.    연합뉴스
2일 두산과의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레다메스 리즈. 연합뉴스
프로야구 LG의 외국인투수 레다메스 리즈(28).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2007년부터 3년 동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샌디에이고에서 뛰면서 6승8패, 평균 자책 7.52를 기록했던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화제를 뿌렸다.

그는 시즌 개막전 열린 시범경기에서 한국프로야구 최고 스피드인 시속 160㎞라는 엄청난 광속구를 선보였다.

시범경기 평균 자책은 1.23으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3경기에 선발 등판해 14.2이닝을 던지면서 10안타 7사사구를 허용하면서 15탈삼진을 기록했다.

'160㎞라….' 투수에서 포수까지의 거리는 18.44m. 이 정도 구속이면 리즈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의 미트에 들어가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0.41초.

그야말로 타자가 눈 깜빡 할 사이에 볼은 타석을 지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강속구를 가진 투수들은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걸까.

빠른 구속은 분명 투수들에게 여러 가지 이점을 안겨주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2일 두산-LG의 개막전이 열린 잠실야구장에는 2만7000여명의 관중이 입장해 만석을 이뤘다.  연합뉴스
2일 두산-LG의 개막전이 열린 잠실야구장에는 2만7000여명의 관중이 입장해 만석을 이뤘다. 연합뉴스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프로야구를 보더라도 강속구 투수들 중 별 성적을 거두지 못하다 사라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950~1960년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스티브 달코스키는 170㎞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구사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볼을 던진 투수로 꼽히는 그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팔꿈치 신경 손상으로 야구 계를 영영 떠나고 말았다.

한국 선수 중에도 이런 사례는 있다. 2001년 메이저리그 보스턴에 입단했던 안병학은 좌완에 150㎞를 넘나드는 직구를 무기로 박찬호의 뒤를 이을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와야 했다.

달코스키나 안병학이 이처럼 강속구를 갖고 있으면서도 뛰어난 활약을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제구력이 떨어졌기 때문.

선수 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은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이 우선"이라고 잘라 말한다.

제아무리 빠른 공이라도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로 들어오면 힘 좋은 타자들은 얼마든지 쳐낸다.

하지만 130㎞대의 공이라도 구석구석을 던지면 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여기에 수준급 변화구를 몇 가지 갖춰야만 특급 투수로서 활약할 기본 조건이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23시즌 동안 355승227패, 평균자책 3.18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8번이나 올스타에 뽑힌 초특급 투수 그렉 매덕스.

매덕스는 전성기 때도 140㎞를 조금 넘는 공을 던졌지만, '제구력의 마법사'라는 별명처럼 원하는 곳에 정확히 공을 던질 수 있는 뛰어난 제구력으로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2일 LG와의 개막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두산의 강타자 김동주.   동아일보DB
2일 LG와의 개막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두산의 강타자 김동주. 동아일보DB
2일 열린 한국 프로야구 LG-두산의 잠실 개막전.

LG의 선발로 나선 리즈는 4회 김동주에게, 6회에는 김현수에게 홈런을 얻어맞는 등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특급 투수의 우선 조건이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 경기였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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