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Star] 두산 이혜천, 몸에 맞는 투구폼 완성…생애 첫 10승 와인드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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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2일 07시 00분


日서 배운건 투구 리듬
킥 동작·노련한 완급
2년전과 달라졌다

팔 각도 하향조정
하드싱커 각도 예리
약점이던 제구도 안정

첫 10승·두산 KS우승
두마리 토끼 사냥
투수로서 1등 야망 꿈틀

2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올시즌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한 이혜천은 생애 첫 10승을 노린다. 스포츠동아DB.
2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올시즌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한 이혜천은 생애 첫 10승을 노린다. 스포츠동아DB.
두산 이혜천이 성숙해져 돌아왔다. 2년 동안의 일본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그는 한층 발전된 모습이다. 시범경기에서 본 이혜천의 피칭에는 리듬이 있었다. 투구폼도 이혜천이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폼으로 바뀌었다.

이혜천의 복귀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두산에게 천군만마와 같다. 올시즌 이혜천의 목표는 데뷔후 첫 10승이다. 두산에서 왼손 국내투수 10승은 1988년 윤석환(13승) 이후 나오지 않았다.

1998년 프로에 뛰어든 이혜천은 올해부터 야구인생 2라운드를 맞는다. 지난 13년 동안 그는 온 힘을 다쏟는 전력투구로 마운드를 지켰다. 볼은 빨랐지만 제구력은 항상 그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올해부터 이혜천의 야구인생 2라운드가 시작된다. 지금껏 그를 괴롭혔던 제구력이 이제는 그의 첫 번째 무기가 됐기 때문이다.

○지금 이혜천은 완벽한 투구폼이다

투수의 제구력은 좋은 메카닉에서 나온다. 밸런스도 좋아야 하고 릴리스 포인트가 어깨 앞으로 나와야 한다. 물론 타자에게 위축되지 않는 좋은 멘탈능력도 필수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이혜천의 투구폼은 나무랄 데가 없다. 예전처럼 공을 힘으로 던지지 않는다. 가볍게 던지는데도 볼끝에 힘이 있고 컨트롤이 된다. 좋은 투구폼을 갖췄기 때문이다.

오른발을 스트라이드 했을 때 몸이 조금도 열리지 않는다. 하체가 피칭을 리드하면서 상체는 힘안들이고 회초리처럼 넘어오고 있다. 투구폼이 좋아진 두가지 이유가 있다. 이혜천의 테이크백은 사이드암 투수와 흡사하다. 예전에는 지금 테이크백에서 스리쿼터와 사이드암 중간높이로 던졌다. 힘이 있을 때는 소화할 수 있지만 역시 몸에 부담이 가는 폼이다.

지금 이혜천은 2년 전보다 팔을 15도 정도 아래로 내려 던진다. 마치 사이드암 투수같지만 그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폼이다. 이혜천은 일본에서“투구리듬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했다. 공을 던질 때도 리듬이 있어야 하고 타자를 상대할 때도 리듬을 타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이혜천의 투구폼은 역동적이지만 리듬감은 모자랐다. 시범경기에서 그는 부드러운 킥동작과 완급조절 능력을 보여줬다. 공을 세게 던지기보다는 부드럽게 던지는 모습이다. 팔을 내리고 리듬을 살리면서 이혜천의 피칭은 한 단계 발전한 느낌이다.

○2군 안가려고 이 악물고 던졌다

부산상고 시절 이혜천의 최고 스피드는 시속 135km였다. 키는 지금처럼 182cm였지만 몸무게는 67kg밖에 나가지 않았다. 이혜천은 1998년 프로데뷔전에서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빠른 볼을 던졌다. 광주 해태전. 타자는 장성호였다.

“꿈이 1군선수였죠. 어떻게든 2군에 안가려고 온힘을 다해 던졌어요.”전광판에 144km가 찍혔다. 2군에서도 140km를 넘긴 적이 없었다. 다음 공은 145km였다. “정말 놀랐어요. 신이 나서 더 세게 던졌죠. 첫해 149km까지 나왔어요.” 다음해 잠실에서 이혜천은 시속 152km까지 던졌다.

공을 던지지 마자 전광판을 쳐다보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혜천의 깜짝 스피드는 체중 증가가 큰 보탬이 됐다. 프로데뷔전을 치를 때 그의 몸무게는 고교시절보다 무려 15kg이 늘어난 82kg이었다.

○이혜천의 싱커를 주목하라

이혜천의 구종은 직구와 슬라이더, 포크볼, 싱커 4가지다. 2년 전보다 싱커와 포크볼이 좋아졌다. 팔높이가 사이드암까지 내려온 것은 싱커 때문이다. 일본에서 싱커를 잘 던지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팔이 내려갔다. 스리쿼터보다는 사이드암이 싱커를 던지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혜천은 시범경기에서 시속 138km 전후의 하드싱커를 선보였다. 휘는 각도 예리했고 컨트롤도 좋았다. “예전의 저는 공을 세게 던지는 데만 주력했어요. 10개 던지면 마음먹은 곳에 3개 정도 들어갔죠.”

지금은 마음먹은 곳에 적어도 5개 이상 던질 자신이 있다고한다. 컨트롤이 나쁘니까 공이라도 빨라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무리한 투구폼에 코치와 동료들이 “그렇게 던지다가 팔 부러지겠다”고 걱정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혜천은 주위의 권유에도 고집스럽게 폼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자신에게 맞는 최고의 폼을 찾았고 이제는 컨트롤까지 갖춘 투수가 됐다.

○두산의 꿈! 왼손선발투수 10승

올해 이혜천의 목표는 생애 첫 10승이다. 2001년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 9승을 기록한 게 최다기록이다. “가장 큰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죠. 제가 10승은 해야 팀에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산의 왼손투수 10승은 의미가 크다. 1988년 윤석환 투수코치가 13승을 한 이후 용병을 제외하곤 22년 동안 왼손 10승투수가 나오지 않았다. 두산은 뛰어난 공격력과 수비력을 갖춘 팀이다. 물론 불펜도 막강하다. 왼손투수 10승, 이혜천과 두산 모두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다.

○몸쪽을 던져라

프로에 갓 입단했을 때 그를 매혹시킨 투수는 LG 이상훈과 한화 구대성 두명의 왼손투수였다. “타자 몸쪽으로 정말 자신있게 던지더라구요. 그때 다짐했죠. 나도 타자 몸쪽으로 승부한다.”좌타자들에게 이혜천의 투구폼은 당혹스럽다. 이혜천의 오른쪽 어깨가 좌타자쪽으로 시동을 거는데다 팔이 사이드암의 각도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겁이 난다. 오릭스 이승엽과 양준혁도 현역 시절 “발이 뒤로 슬금슬금 빠진다”고 했다. 좌타자 뿐만 아니라 우타자에게도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걸겠다는 게 이혜천의 생각이다. 이혜천은 꼭 한 번은 투수로서 1등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최다승이나 방어율 타이틀이면 더욱 좋다.

하지만 올해는 오직 두산의 우승만을 생각하겠다고 했다. “베어스는 저에게 고향입니다. 저를 키워준 베어스를 위해 죽을 각오로 던질 겁니다.” 이혜천은 항상 웃는 모습이 좋은 선수다.

▶이혜천은?
▲생년월일=1979년 3월12일
▲출신교=대연초∼대천중∼부산상고
▲키·몸무게=184cm·97kg(좌투좌타)
▲입단=1998년 OB 2차지명 2번(전체12번)
▲2011년 연봉=3억5000만원
▲2010년 성적=19경기 1패 5홀드, 방어율 5.09(야쿠르트)
▲2008년 성적=34경기 7승5패, 방어율 4.69(두산)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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