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어시스트]‘코트의 다문화시대’ 꽃피우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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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초창기였던 1998∼1999시즌 SK는 외국인선수로 가드 토니 러틀랜드를 뽑았다. 러틀랜드는 미 공군이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선수였다. 팀 덩컨과 웨이크포리스트대에서 함께 뛰기도 했다. SK에선 서장훈, 현주엽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큰 화제를 뿌렸지만 그는 경기당 평균 11득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의 초라한 기록에 정규시즌 팀 8위의 성적을 남긴 채 한 시즌 만에 쓸쓸히 코트를 떠났다. 국내 농구 적응에 애를 먹으며 제자리를 찾지 못한 탓이었다.

당시 흔치 않던 혼혈선수가 이젠 코트를 누비며 친숙한 존재가 됐다. 하지만 10여 년 전 SK가 느꼈던 고민은 여전히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 삼성 귀화혼혈선수 이승준은 5일 KT와의 중요한 일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3일 모비스와 경기를 하다 코칭스태프의 전술 운영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 자체 징계를 받았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이승준이 경기 도중 코치에게 전술이 못마땅해 못 뛰겠다는 의사를 자주 밝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경종을 울리기 위해 그랬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은 국내 선수들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 선수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KCC 전태풍은 4일 동부전에 이어 6일 모비스전에서도 빠졌다. 발목 부상으로 용인 숙소에 머물렀다. 최형길 KCC 단장은 “태풍이는 뛰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지만 일단 치료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KCC는 전태풍이 빠진 14경기에서 12승 2패의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프로 팀의 한 감독은 “태풍이가 없으면 추승균 임재현 강병현 정선규 등이 탄탄한 조직력을 보여 상대하기 더 힘들다”고 지적했다.

혼혈선수는 국내와는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이런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명확한 원칙 속에서 동료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감독의 강력한 선수 장악력이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코트에도 다문화 시대가 열렸지만 정착하려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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