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 스페셜] ‘변칙 달인’ 힘창용, 160km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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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일 07시 00분


임창용, ‘이유 있는 3단 변신’

1. 스리쿼터 변칙 日정복 숨은 비법
2. 포수미트 시선 고정 제구력 향상
3. 1이닝만 전력투구…체력안배 OK

야쿠르트 임창용. 박화용 기자inphoto@donga.com
야쿠르트 임창용. 박화용 기자inphoto@donga.com
임창용(35·야쿠르트)은 대부분의 한국선수들이 일본진출 첫해 고전하는 것과 달리 일본진출 첫해부터 성공가도를 달렸다. 일본에서 3년간 무려 96세이브를 거뒀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모습과 비교해보면 상전벽해다. 2005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2006년 1경기에 등판해 2이닝 1실점으로 1승, 2007년에는 40경기(선발 21경기)에 등판해 5승7패3홀드 방어율 4.90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과거 전성기에 비해 구위가 현저히 떨어졌고, 그래서 감독의 신뢰도 잃었다.

그런데 한국프로야구보다 수준이 높은 일본프로야구에서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으니 미스터리다. 야쿠르트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임창용은 자신의 진화에 대해 “이유 있는 변신”이라며 웃었다. 그는 크게 3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사이드암과 스리쿼터를 오가는 변칙투구

임창용은 2가지 스타일의 투구폼을 갖고 있다. 하나는 원래 자신의 스타일인 사이드암 피칭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스리쿼터형 투구폼이다. 오버핸드와 사이드암의 중간형태인데, 팔높이를 보면 오버핸드에 가깝다.

특히 스리쿼터로 던졌을 때 시속 160km를 찍기도 하고, 대부분 150km 중반을 넘는 강속구가 나온다. 일종의 변칙 투구폼이지만 이젠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일본에서 성공한 가장 큰 무기이기도 하다.

그는 삼성 시절에도 종종 스리쿼터로 150km 강속구를 던졌다. 그러나 당시 선동열 감독은 “타자를 혼란스럽게 하려다 스스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투수는 투구 밸런스가 중요한데, 미세한 차이에서도 투구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염려한 것이었다. 오히려 사이드암 피칭 때도 컨트롤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다른 투수 전문가들도 거의 대부분 마찬가지 견해였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서 눈총을 받던 변칙 투구폼을 일본에서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들며 언터처블 마무리투수로 재탄생했다. 사이드암 투수였던 그는 왜 변칙 투구폼을 생각해낸 것일까. 임창용은 기억을 더듬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2003년쯤으로 기억한다. 현대와의 경기였고, 상대타자는 정수성이었던 것 같다. 2스트라이크까지 잡았는데 커트를 7개 정도 연속으로 하더라. 그럴 때 투수는 제일 짜증나지 않나. 더 이상 던질 공도 없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오버로 던졌다. 그런데 삼진이 됐다. 그때부터 ‘이렇게 던질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임창용은 “2003년 삿포로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예선부터 본격적으로 던지겠다고 마음먹었고, 수술 후 재활훈련을 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남들이 볼 때는 고집이었을지 몰라도, 고집을 꺾지 않았기에 결국 새로운 도전은 성공할 수 있었다.

○컨트롤 향상의 비결

또 하나, 변칙 투구폼의 성공도 있지만 임창용은 일본진출 후 컨트롤도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그는 ‘칠테면 쳐봐라’는 식의 배짱 있는 투구가 전매특허였다. 한국에서는 한가운데 들어가도 잘 맞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코너를 찌르고, 대부분의 공이 낮게 제구된다. 한가운데로 향하는 실투는 거의 없다. 이에 대해 임창용은 “내가 투구할 때 잘 보면 알겠지만 예전과는 달리 공을 던지고 나서도 포수 미트에 시선이 고정돼 있다. 투구 밸런스가 좋아졌다. 그러니까 힘들이지 않고 던져도 공에 힘이 붙는다”고 설명했다.

한때 ‘임창용은 타자를 일부를 맞힌다’, ‘가장 위협구를 잘 던지는 투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그는 “예전에는 던지고 나서 머리가 항상 돌아갔다. 특히 해태 때는 힘으로만 던졌다. 그러니까 공만 빨랐지 컨트롤은 없었다. 오해다”며 손사래를 쳤다.

○체력안배와 컨디션 조절

그는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낀다”며 웃었다. “어릴 때는 아무리 늦게 자도 아침이면 바로 눈을 떴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예전에는 공만 잡으면 바로 전력으로 던질 수 있었지만 이젠 몸을 풀어야 공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창용은 “일본에서는 정말 야구를 편하게 하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마무리투수는 정확히 1이닝만 던지게 해준다. 3일 연속 던지면 다음날 아무리 중요한 상황이라도 쉰다. 중간계투도 7회에 올라가는 투수는 7회까지만 던진다. 한국은 7회에 공이 좋으면 8회에도 나가라고 하지 않느냐”며 한국과 일본의 현실을 비교했다.

일본에서 그는 더 이상 ‘애니콜’이 아니다. 무리하지 않고 예측가능한 등판이기에 실전에서 더 좋은 공을 뿌릴 수 있다는 얘기였다.

임창용 시범경기 등판…1이닝 무실점

야쿠르트 임창용이 2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니혼햄과의 시범경기에서 1-3으로 지고 있던 8회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임창용은 선두타자 우구모리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양다이강을 삼진으로 잡고, 도루 아웃까지 나와 위기를 넘겼다. 이후 이마나리에게 다시 안타를 맞았지만 스기야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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