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허점투성인 ‘연봉조정 규약’ 이번 기회에 손질 좀 하시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월 21일 07시 00분


이대호와 롯데 구단이 올해 참가활동보수(연봉)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결국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구성한 조정위원회의 최종결정에 따라 연봉이 정해졌다.

그러나 승부의 방향은 차치하고 이번 연봉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허술한 ‘야구규약’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연봉조정위원회는 선수와 구단이 제출한 금액 중 양자택일의 노선을 취했지만, 일부에서는 이번에 양측 금액간 절충점을 결정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은 야구규약이 치밀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이나 정금조 운영팀장도 “규약상에는 반드시 한쪽 손을 들어주라는 규정은 없다”면서 이전까지의 양자택일 방식은 일종의 관례였다는 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앞으로 연봉조정에서 한쪽 손을 들어주지 않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식의 타협안을 찾는다면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렵다.

대량 연봉조정신청 사태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는 최악의 경우라도 구단 제시액을 받고, 운이 좋다면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게 된다.

반대로 구단도 선수와 골치 아프게 싸우느니 선수가 주장하는 연봉보다 더 적게 책정될 수 있는 연봉조정에 기대게 된다. KBO는 프로야구 8개구단 선수들의 연봉을 결정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양자택일 방식은 선수와 구단이 ‘이길 수 있는 연봉’을 합리적으로 계산해 제출한다. 선수가 무리한 욕심을 내거나, 구단이 턱없이 낮은 금액을 책정하면 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도 양자택일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KBO가 타협안을 찾는다면 선수와 구단은 앞으로 실제 연봉협상 때와는 달리 연봉조정 신청시 비합리적인 금액을 제출할 수 있다. 선수는 가능한 최대, 구단은 가능한 최소 금액을 써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연봉조정 규약에 관해 보완할 것이 있다. 앞으로 연봉조정시에는 메이저리그처럼 반드시 당사자가 출석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 출석하지 않으면 패하게 만들어야한다. 연봉조정도 일종의 재판이다. 소송을 걸었으면 법정에 서야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번처럼 당사자 없는 ‘궐석재판’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연봉조정과 관련한 규정뿐만 아니라 야구규약에는 허점이 수두룩하다. 야구규약은 한마디로 한국 프로야구의 법전이다. 애매한 해석이 개입할 소지가 많은 법전이어서는 곤란하다. 한국프로야구도 올해로 서른 살을 맞는다. 야구규약도 한층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