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2년 월드컵 실패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3일 0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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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먼저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른 뒤 8년 만에 다시 월드컵을 개최하겠다고 나선 게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지 못했다. 정몽준 FIFA 부회장을 비롯해 한승주 유치위원회 위원장 등이 "2022년은 앞으로 12년 뒤며 2002년부터 20년 뒤의 일"이라고 강조했지만 집행위원들의 머릿속엔 8년 전의 기억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2002년 때도 내세웠던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라는 유산을 남기자는 호소도 식상하게 느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또 평화 얘기냐. 이제 그 카드는 그만 써라'고 얘기하는 집행위원에게 "한반도 상황을 잘 설명하면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프레젠테이션에서 2022년까지 월드컵을 통해 남북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강조하기보다는 월드컵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올 수 있는 자세한 그림을 그려줬다면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1일 한국의 프레젠테이션은 신선하지 않고 진부하게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장의 외신 기자들은 "프레젠테이션에서 6·25 전쟁의 모습과 연평도가 포격으로 불타는 장면을 보여준 것도 표의 향방에 악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에서는 유치 홍보에 있어 정 부회장에게만 지나치게 의존했던 것도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다. 16년 이상 FIFA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이어온 인맥들을 활용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유치활동을 한 게 전혀 없다는 얘기다. 정 부회장의 노력에 비해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색다른 아이디어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월드컵 유치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얻은 것도 있다. 국제축구계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는 점이다. 정 부회장은 "FIFA 행정의 대부분이 대서양에 인접한 국가 위주로 펼쳐진다. 아시아 국가도 목소리를 내 계속 요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국의 월드컵 유치 경쟁은 의미가 있었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면 한국은 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최지로 선정된 카타르는 중동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개선하고 동서 문화 충돌을 최소화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중동에서 사상 첫 월드컵을 열어야 한다는 호소가 통한 것으로 보인다. 또 사막의 뜨거운 날씨에도 최첨단 장비를 갖춘 시원한 경기장에서 축구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아디이어가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카타르는 "우리가 만든 최첨단 경기장으로 우리와 같은 위도의 뜨거운 나라에서도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취리히=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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