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F1]신구 챔피언 4명 총출동, 그리고 20명의 별들이 무한질주… 이렇게 뜨거웠던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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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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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험 영암레이스 긴장 “코리아서 우승 사실상 결판”


《3월 14일 바레인 그랑프리 대회로 막을 올린 2010 포뮬러 원(F1) 시즌이 어느덧 22일 개막하는 17번째 대회 ‘코리아 그랑프리’를 향하고 있다. 19개 대회로 이뤄진 올 시즌 남은 대회는 한국 대회를 포함해 브라질과 아부다비 대회 단 세 번. 시즌 전부터 흥행 요소가 풍부해 올해 경기에 기대가 높았는데 역시나 뚜껑을 열어보니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는 경쟁 구도가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각본 없는 한 편의 드라마가 결과를 알 수 없는 대단원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F1 무대에 새로운 서킷을 들고 처음 뛰어든 코리아 그랑프리에 세계 F1 팬들의 관심이 더욱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즌 전 높은 기대는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신구(新舊) 스타들이 대거 출전해 그 어느 때보다 우승 후보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2010년 F1은 춘추전국시대

카레이싱 황제 미하엘 슈마허(41·독일·메르세데스GP)가 2000년부터 5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는 등 한 명이 독주하던 시대는 끝났다. 올 시즌 F1은 강자들이 즐비한 춘추전국시대다. 슈마허도 2006년 은퇴했다가 올 시즌 돌아왔다. 여기에 패배를 모르던 전성기의 슈마허를 제치고 당시 F1 역대 최연소 챔피언으로 등극했던 페르난도 알론소(29·스페인·페라리). 슈마허 은퇴 뒤 맞은 첫해인 2007년 F1 최초의 흑인 드라이버로 데뷔해 종합 2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고 이듬해 알론소의 최연소 기록을 깨고 역대 가장 어린 챔피언에 등극하며 ‘블랙 슈마허’라는 별명을 얻은 루이스 해밀턴(25·영국·맥라렌). 지난해 F1 데뷔 10년 만에 브라운 GP(현 메르세데스 GP) 소속으로 챔피언에 오른 대기만성의 스타 젠슨 버튼(30·영국·맥라렌)까지. 4명의 신구 챔피언이 한 무대에 서기는 2000년대 들어선 처음이었다.

10일 일본 스즈카 서킷에서 일본 그랑프리에서 2위를 차지하며 승점 18점을 추가한 레드불 레이싱의 마크 웨버(34·호주)가 220점으로 종합 1위를 달리고 있다. 페라리의 알론소와 레드불의 제바스티안 페텔(23·독일)이 206점으로 득점은 같지만 우승 횟수 등 세부 규정에 따라 각각 2위와 3위다.

새로운 챔피언 탄생하나

강력한 챔피언 후보로 떠오른 웨버는 2002년 F1에 데뷔한 뒤 재규어, BMW 등 여러 팀을 전전하면서 중하위권에 머물던 선수. 하지만 2007년 레드불 팀에 정착하며 안정을 찾은 뒤 지난해 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노익장을 발휘하고 있다. 올 시즌 종합 챔피언에 오른다면 지난 시즌 우승자 버튼을 뛰어넘는 깜짝 고령 우승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페텔은 2007년 데뷔했고 지난 시즌 종합 2위에 오른 떠오르는 스타. 15라운드 째인 싱가포르 대회 2위에 이어 일본 대회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그의 첫 우승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새로운 선수들이 부상한 반면 전설 같은 존재인 슈마허는 기대에 못 미쳤다. 시즌 최고 성적은 스페인과 터키 대회에서 기록한 4위. 누적 승점 54점으로 26명 중 종합 9위에 올라있다. 최근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리며 우승까지 바라보는 알론소는 사실 올 시즌 가장 기대를 모은 선수였다. 경주차의 성능이 드라이버의 기량에 미치는 중요도를 감안할 때 올 시즌부터 페라리와 호흡을 맞추게 된 알론소가 우승 후보로 부상한 것은 당연했다. 알론소는 올 시즌 롤러코스터를 탄 듯 하다. 시즌 개막 대회인 바레인 대회에서 우승하더니 이후 9개 대회에서 우승 없이 추락했다. 그러다 최근 6개 대회에서 세 번이나 우승하며 다시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종합 우승의 향방은 한국에서 결정될 수도

종합 1위와 공동 2위가 14점, 또 공동 2위와 4위 해밀턴의 차이가 14점으로 큰 차가 없어 드라이버들이 한국 대회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알론소는 F1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웨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한국에선 공격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남은 라운드에서 한 번이라도 웨버에게 지면 상황이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회 결과에 따라 이번 시즌 종합 우승의 향방이 좌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2점으로 종합 4위인 해밀턴은 “일본에서 5위를 차지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2007년 2개 대회를 남기고 키미 라이쾨넨에 17점 앞서있다 역전을 당하며 종합 우승을 내준 적이 있다. 한국 대회에서 우승해 다시 챔피언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해밀턴은 시즌 한때 종합 1위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일본 대회에 앞서 열린 이탈리아와 싱가포르 대회에서 잇따라 기권하는 바람에 순위가 밀렸다. 슈마허도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나라다. 지난주 일본에서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이번 한국에서는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회가 열리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은 처음 생겼기 때문에 어떻게 레이스 운영을 하는 게 가장 좋은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같은 조건인 것. 따라서 레이스 경험이 많은 슈마허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F1은 드라이버 우승뿐만 아니라 팀 부문 순위도 관심이다. 레드불이 426점으로 맥라렌(381점)을 따돌리고 다소 여유있게 1위를 달리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F1 그랑프리


F1에 한국인 드라이버는 아직 없지만 대회를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많다. 2400cc 엔진으로 750마력을 내며, 최고 시속 350km를 내는 F1 경주차는 대당 100억 원이 넘는 첨단 과학의 결정체로 차보단 ‘머신’으로 불린다. 이를 세계에서 운전을 가장 잘하는 12개 팀 24명의 드라이버가 몰면서 순위를 겨루는데, 타이어의 선택부터 경기 운영과 전략, 날씨까지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하며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두뇌 싸움 스포츠다. 아는 만큼 즐길 게 많은 스포츠다. 경기장 곳곳에서 귀마개를 팔 만큼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시끄러운 대회지만 의외로 F1 차들이 내는 굉음에 중독성이 있다. 4월 중국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만난 한 중국인 팬은 “돈을 태우는 스포츠지만 2004년 첫 상하이 대회 때 F1 차량의 엔진 음에 매료된 이후 매년 경기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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