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찜찜한 월드컵 거리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6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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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찜한 월드컵 거리응원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6월16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남아공 월드컵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거리응원이나 가까운 호프집에서 단체관람 등을 계획하고 있을 텐데요.

(구가인 앵커) 하지만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한 방송사가 중계권을 독점 계약한 것이 무제한적으로 열리던 거리응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호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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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전 시청광장 현장음)

이제 월드컵 거리응원은 누구라도 참여하고픈 가장 흥미로운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남아공 월드컵부터는 무턱대고 거리응원을 준비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바로 PV(Public viewing)라고 부르는 공공시청권 때문입니다.

공동응원을 위해선 경기 생방송 중계 장면이 필수적입니다. 예전에는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호텔이나 식당 찜질방 등 어디라도 TV만 있으면 함께 응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영권을 독점한 방송사가 PV권 행사를 공언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입니다. 한마디로 공공장소 상영시 돈을 받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지자체들이 기획했던 거리응원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남은 것은 대기업 스폰을 받은 몇몇 대형 이벤트가 전부입니다.

(시민반응) 손혜진 직장인 / 명동

"2002년과 2006년에 비해서 거리응원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시민들과 축구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거리응원에 대해서 시청료 문제라던지 이런 껄끄러운 부분이 있는 게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6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50억 원에 단독중계권을 확보한 SBS는 월드컵 거리응원을 허가하고 싶어도 이 공공시청권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국제축구연맹, 즉 FIFA와의 계약위반이라는 주장입니다.

(SBS) 홍성준 / SBS 홍보팀 차장

"지자체에서 공원이나 운동장에서 2006년까지 편안하게 했던 것들이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하고, 그게 상업성 있는지 아닌지 여부를 판가름 받아야 하고...어찌 보면 우리가 단독으로 해서 문제이기 보다는 만약에 3사가 같이 해도 FIFA가 적용하는 룰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국 민적 축제에 '상업성'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문화관광부가 나섰습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닌 남아공월드컵의 길거리응원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결국 엄격한 법 적용의 어려움을 파악한 SBS는 "기업이 상업적 목적을 갖고 기획하는 공공시청에만 적용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그러나 사전에 시청료를 협의하지 않은 대규모 길거리 응원이 불법이란 점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자료화면 / 광화문 전광판)

이 같은 제약으로 이미 거리응원은 여러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거리응원의 상징 '붉은악마'가 상업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수십 만 붉은악마가 서울광장이나 코엑스 등 특정지역에 모여 응원을 하기 위해서는 중계료를 비롯한 부대행사 비용을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입장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홍보성 후원에 의지해합니다. SBS를 제외한 여타 방송사나 시민들의 거리응원 촬영도 제약을 받게 됐습니다. 2분 이상 경기 장면이 담겨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영일 / 문화평론가

"월 드컵 거리응원을 사이에 두고 상업성과 공공성이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방송저작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의 논리로 공동체적인 축제의 장이 훼손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이고요."

SBS와 KBS, MBC 등 지상파 3사의 이권다툼에 따라 SBS 독점로 결정된 월드컵 중계.

(스탠드) 향후 이 같은 대형스포츠 이벤트 독점중계 시에는 '공동시청' 그리고 '거리응원'에 대한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정호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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