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월드컵]아르헨전 공기밀도 낮아 무회전 슛 경계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해발 1753m 고지대서 아르헨전

한국이 17일 남아공 월드컵 B조 조별리그의 두 번째 상대인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치르는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는 해발 1753m의 고지대다. 어디로 튈지 몰라 이미 선수들 사이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자불라니가 고지대에서는 어떻게 움직일까.

한국이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를 맞아 선전하기 위해서는 고지대에서의 자불라니 길들이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발이 높아질수록 공기 밀도는 낮아진다. 공기 밀도가 낮다는 것은 저항이 줄어든다는 것이어서 공은 더 빠르게 멀리 날아간다. 저지대에서 자불라니의 슈팅 속도는 시속 127km로 기존 공보다 시속 7km가 더 빨랐다. 하지만 고지대에서는 이보다 더 빨라진다는 얘기다.

공기 밀도 감소에 따른 변화무쌍한 무회전 슛에 대비도 해야 한다. 경희대 기계공학과 김영관 교수(운동역학 전공)는 “공기 밀도가 낮아지면 공을 감아 찰 때 표면에 긁히는 공기 마찰력이 줄어 회전이 잘 걸리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위아래나 좌우 흔들림이 심한 무회전 슛이 자주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예측이 힘든 불규칙한 이동 궤적은 자불라니의 표면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자불라니 표면에는 발과 공 사이의 달라붙는 힘을 키우기 위한 미세돌기와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홈이 파여 있다. 슈팅 속도에서 자불라니가 기존 공보다 빠른 것도 이 돌기와 홈 때문이다. 문제는 이 돌기의 배치나 밀도가 규칙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공기 역학의 역설’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흔히 ‘딤플’이라고 하는 골프공의 홈이나 야구공의 실밥은 공을 더 안정적이고 멀리 날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공이 매끈해야 공기 마찰이 적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자불라니의 돌기와 홈도 같은 기능을 하지만 골프공의 딤플이나 야구공의 실밥만큼 모양이나 크기가 규칙적이지 않아 상대적으로 흔들림이 많은 것 같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고지대에 올라 날아가는 속도가 빨라진 데다 흔들림마저 심해진 자불라니를 제대로 길들이는 것이 아르헨티나전 승부의 열쇠 중 하나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