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날라, 부부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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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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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사람 고막 터뜨릴 정도 소음… 응원금지도 검토북-꽹과리는 진동-리듬 느낄 수 있어 불편함 못느껴

스포츠 이벤트에 응원이 빠질 수 없다. 열띤 응원은 관중의 동질감을 이끌어내 흥을 돋우고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힘을 준다.

그런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선 응원도구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남아공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응원도구인 부부젤라 때문이다. 부부젤라는 어떤 악기이고 왜 다른 응원도구와 달리 짜증을 유발할까. 그렇다면 어떤 응원도구가 이상적일까.

○ 부부젤라 사용 논란

부부젤라는 길이 60∼130cm 길이의 플라스틱 나팔이다. 아프리카 전통 악기라고 하는데 기원이 분명치는 않다. 과거 아프리카 부족들이 사람들을 모을 때 불었다는 산양 뿔 나팔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장난감 나팔로 남아공 시장에 출시됐는데 인기를 못 끌다가 축구 응원단이 쓰면서 대중화됐다는 설이 있다. 크기가 작은 것은 누누젤라로 불린다.

문제는 부부젤라가 시끄럽고 불편한 소음을 낸다는 것. 가까이에선 고막에 손상을 줄 수 있는 130데시벨(dB)까지 측정됐는데 이는 매미 100마리가 한꺼번에 내는 소리와 맞먹는다. 또 불기가 쉽지 않아 부는 사람마다 소리가 제각각인 것이 마치 엉터리 오케스트라처럼 듣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 가까이에선 코끼리 울음소리 같고 수십 개가 함께 내는 소리는 멀리서 들으면 벌떼 소리 같다.

선수단과 다른 나라 관중, TV 시청자들 사이에서 부부젤라 소음에 대한 불평이 터져 나오고 인터넷에는 부부젤라 반대 단체도 생겼다. 현지에선 귀마개가 불티나게 팔린다. 결국 대니 조단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13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부부젤라를 금지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남아공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컵 대회 때 국제축구연맹(FIFA)은 부부젤라 금지안을 검토했지만 아프리카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응원 도구의 효과

응원 도구마다 내는 소리와 특성이 다르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은 “부부젤라는 고음이 쉼 없이 계속되기 때문에 신경을 자극하고 멀리서는 다른 소리를 집어삼켜 안 들리게 만드는 화이트노이즈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다른 응원단이 아무리 큰 소리로 응원전을 펼쳐봐야 부부젤라 앞에선 무용지물이라는 것.

배 소장이 꼽는 가장 이상적인 응원 도구는 한국 응원단이 많이 쓰는 북이다. 북의 음높이는 주파수 60∼80헤르츠(Hz·초당 진동수)로 낮아 소리의 진동을 몸 전체로 느끼게 한다. 리듬 실린 북소리는 흥을 돋우고 듣는 개인을 하나로 묶어 일체감을 자아낸다. 꽹과리는 음높이가 800∼1600Hz로 날카로운 고음을 내지만 부부젤라처럼 소리가 지속적이지 않고 리듬을 실을 수 있어 듣기에 불편하지 않다.

그렇다면 응원은 선수들에게 어떤 효과가 있을까. 스포츠심리학 전공인 인하대 김병준 교수는 “신체적으로 피로해지면 집중도가 떨어지는데, 응원 소리는 낮아진 각성 수준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조그만 실수 하나에 승패가 갈릴 수 있는 박빙의 승부에서 응원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상대팀에 대한 적대적 응원은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어 시야를 좁게 만든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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