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월드컵]“日에 지고 올 바엔 대한해협에 뛰어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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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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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도전 반세기… 영광-좌절의 역사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는 2002년을 기점으로 양분된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부터 시작된 시련기와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 첫 승 이후의 도약기. 명암이 극명했던 만큼 국민들의 희비도 쌍곡선을 그렸다.》

○ 처절했던 첫 출전


한국 축구와 월드컵의 인연은 1954년 스위스에서 시작된다. “일본한테 지고 돌아올 바엔 대한해협에 뛰어내려 죽어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불호령 속에 일본을 무찌르고 따낸 쾌거였다. 전후 폐허 속에서 따낸 월드컵 티켓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일본∼스위스’ 비행기 표를 예약하지 않아, 영국인 신혼부부의 배려로 선수 11명과 코치 1명만이 겨우 스위스로 떠났다.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을 땐 개막 이틀이 지난 후였다. 22시간 후 열린 첫 경기에서 헝가리(당시 4년간 32경기 무패)에 0-9로 대패했다. 터키한테도 0-7로 참패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 시련 속 의미 있는 선전들


32년 만에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진출한 대표팀. 하지만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에 그친다. 독일 분데스리가 1985∼86시즌 17골을 넣은 ‘차붐’ 차범근이 이끌었지만 대진 불운에 울어야 했다. 디에고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1-3패), 세계 최강 이탈리아(2-3패), 불가리아(1-1무) 등 세계의 벽은 높았다. 박창선의 월드컵 사상 첫 골을 비롯해 김종부, 최순호, 허정무가 골을 넣은 데 만족해야 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스페인전 황보관의 25m 빨래줄 골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가장 멋진 슛 베스트 5’에 뽑혔지만, 이 골이 유일한 득점이자 한국 축구의 한계였다. 3전 전패.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거둔 2무 1패의 성적은 월드컵 희망가의 서막이었다. 후반 막판 2골을 따라붙는 드라마를 연출한 스페인전(2-2무), 0-3으로 뒤지다 황선홍, 홍명보의 연속 골로 세계를 놀라게 한 독일전(2-3패)은 가능성의 씨앗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선 멕시코전에서 하석주가 사상 첫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곧바로 퇴장당하며 무너졌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네덜란드에 0-5로 참패하는 등 1무 2패. 벨기에전(1-1무)에서 이임생의 붕대 투혼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 4강 신화, 아직 미완의 역사

2002년 6월 4일 한일 월드컵 첫 경기 폴란드전 황선홍의 첫 골은 월드컵사의 대전환이었다. 히딩크 감독과 23명의 한국 대표팀은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파하고 4강 신화를 이뤘다. 온 국민은 전국을 붉은 물결로 물들이며 “대∼한민국”을 외쳤고, 전 세계는 한국의 열정에 경의를 표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토고(2-1승)를 제물로 원정 첫 승을 따낸다. 세계 최강 프랑스와도 비겼지만(1-1무) 스위스와의 마지막 경기(0-2패)에서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16강 문턱에서 좌절한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는 미완의 역사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부터 시작된 시련기를 거쳐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세우는 등 도약을 거듭했지만 아직은 2%가 부족하다. ‘원정 16강’의 새 역사를 만들 남아공 월드컵. 바로 오늘 그 서막을 연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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