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30]‘필드의 마에스트로’ 명감독이 강팀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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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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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략형-이탈리아 리피, 남아공 파레이라 등 첫손
승부사형-프랑스 도메네크, 그리스 레하겔 주목
개혁형-아르헨 마라도나 투철한 실험정신 유명

《개최국이란 변수가 있었지만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한국은 여전히 축구 변방이었다.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부임한 그는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했고, 이들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실전에선 상대에 따라 절묘한 맞춤형 전략으로 4강 기적을 이뤄냈다.
4강에 오른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 팀을 특별하게 바꾼 건 없다.
단지 약간의 불필요함을 걷어냈고, 또 필요한 걸 주입했을 뿐이다.”》

○ 전술 운용 능력 탁월하면 ‘지략형’


그는 “한 게 없다”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그는 본선에서 가장 필요한 선수를 뽑았고 ‘압박, 체력, 스피드’란 세 가지 키워드를 팀에 장착시켰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선수들이 그로부터 받은 선물.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히딩크 없는 태극전사들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의 역할은 당시 대표팀 전력의 50% 이상”이라고 전했다.

축구 감독은 흔히 ‘마에스트로’라 불린다. 악기 하나하나를 관리하면서 전체적인 조화까지 생각해야 하는 교향악단의 지휘자처럼 축구 감독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 이번 남아공 월드컵도 다르지 않다. 감독들의 역할은 팀 성적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본보는 이에 맞춰 32개국 감독들을 5개 유형으로 나눠 그 특징을 분석했다.

먼저 꼽을 수 있는 스타일은 ‘지략형’. 이탈리아 마르첼로 리피가 대표적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에 우승컵을 안긴 리피의 축구 철학은 그의 저서에서 묻어난다. 그는 여기서 “적재적소에 적합한 선수들을 포진시키는 전술 운용 능력이야말로 감독을 평가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의 전략가 카를루스 알베르투 파레이라(남아공)나 축구를 공부하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라는 오스카르 타바레스(우루과이)도 지략형. 또 두꺼운 안경에 학자 같은 인상을 풍겨 별명이 ‘교수님’인 오카다 다케시(일본), 수많은 전술 책을 섭렵해 뉴질랜드에 28년 만에 본선 티켓을 안긴 리키 허버트 등도 이 유형에 해당한다.

○ 선수단 장악 능력 탁월한 ‘카리스마형’, 실전에 강한 ‘승부사형’


엄청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고 끊임없이 팀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카리스마형’ 감독들도 있다. 멕시코의 ‘국민 감독’ 하비에르 아기레는 “그의 말이면 곧 진리로 통한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눈빛만으로 선수들을 움직인다는 라도미르 안티치(세르비아), ‘호화 군단’을 순한 양으로 만든 바센테 델 보스케(스페인) 등도 이 유형이다. 카를루스 둥가(브라질), 허정무(한국) 등도 마찬가지.

실전에 강한 ‘승부사형’ 감독들도 눈에 띈다. 프랑스의 레몽 도메네크는 “소극적인 전술을 구사한다”는 비판에 시달리면서도 2004년부터 꾸준히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독일 월드컵 준우승을 이뤘을 때 보여준 승부사적 기질이 그 이유. 승부처에서 과감히 베팅하는 능력이 뛰어나 ‘도박사’란 별명이 있는 오토 레하겔(그리스)이나 리바 사단(알제리), 폴 르겡(카메룬) 등도 남다른 승부사적 기질로 무장했다.

○ 잠재력 끌어내는 ‘동기부여형’, 실험 정신 투철한 ‘개혁형’

히딩크처럼 선수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그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들도 있다. ‘동기부여형’ 감독들이 그 주인공. ‘우승 청부사’ 파비오 카펠로(잉글랜드)는 선수들의 잠재력을 200%까지 끌어낼 수 있다고 해서 ‘미스터 200’이라는 별명이 있다. 밥 브래들리(미국)나 마티아주 케크(슬로베니아)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 능력을 향상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선수들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고 말하는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네덜란드), 국제 경험이 부족한 국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줘 44년 만에 본선 진출을 이룬 김정훈(북한) 등도 이 유형.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팀에 변화를 추구하고 실험정신이 투철한 ‘개혁형’이 있다. 초짜 감독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선수 선발, 전술 운용 등에 있어 파격적인 실험을 계속해 주목을 받았다. “아무리 잘나가도 정체되면 고인다”는 명언을 남긴 카를루스 케이로스(포르투갈), ‘혁신가’란 별명을 가진 마르셀로 비엘사(칠레)도 이 유형에 속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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