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우리 정점 안밟아도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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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하고 눈 쌓여 추락 위험… 1m 아래라도 정상 인정 관례

“지금 밟은 곳이 정상 맞아?”

“봉우리 제일 높은 곳을 손으로라도 찍어야 되는 거 아닌가?”

TV 생중계로 오은선의 안나푸르나 등정 장면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마지막 순간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태극기를 펼쳐 든 오은선 뒤로 1∼2m의 봉우리 끝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등정은 봉우리의 꼭짓점을 밟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8000m급 이상의 봉우리는 낮은 기온 때문에 정상이 눈으로 덮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점이 평평한 경우엔 문제가 없지만 안나푸르나처럼 뾰족한 데다 눈까지 쌓였다면 위험천만이다. 그래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갔다면 정상으로 인정해준다. 또 히말라야 봉우리의 공식 높이는 표면에 쌓인 눈이 아닌 땅 끝 부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눈이 쌓인 부분까지 밟을 필요가 없기도 하다.

이번에는 정상을 밟는 것이 생중계돼 논란의 여지가 아예 없었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등정의 가장 확실한 증거는 사진 촬영이다. 등정자가 정상에서 찍었다는 사진을 제시하면 전문가들이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사진을 찍을 때는 정상에 선 모습과 등정 높이를 보여주는 고도계 화면을 같이 찍기도 한다. 앞서 정상을 밟은 원정대가 정상에 남겨놓은 흔적을 회수해 오는 것도 증거가 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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