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 사령탑 교체 약될까? 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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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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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전자랜드 웃고
흥국생명-SK는 재미 못봐

선수는 경기 중에 수시로 바뀐다. 간판스타라도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벤치로 물러나야 한다. 코치는 가끔 시즌 중 바뀔 때가 있다. 프로야구에서 분위기 쇄신을 위해 1, 2군 코치들을 맞바꾸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감독은 다르다. 팀의 얼굴이다. 그런 감독을 시즌 중 바꾸는 것은 구단이 선수단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조치다.

프로배구 남자부 LIG손해보험이 지난주 박기원 감독을 물러나게 하고 김상우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올 시즌 배구에서만 3명의 감독이 시즌 중 교체됐다. 프로농구도 2개 구단이 감독을 교체했다. 1997년 출범 후 13시즌 동안 13차례 감독이 도중에 바뀐 것을 떠올리면 적지 않은 숫자다.

올 시즌 감독 교체의 효과는 팀에 따라 희비가 크게 갈렸다.

프로배구 대한항공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다. 지난해 12월 10일 신영철 감독대행 체제로 바꾼 이후 14승 1패(승률 0.933)로 고공비행 중이다. 그전까지 4승 5패로 4위에 그쳤던 대한항공은 2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선두 삼성화재를 2경기 차로 쫓았다. 반면 감독 교체 전 6승 8패(0.429)로 3위였던 여자부 흥국생명은 반다이라 마모루 대행 체제 이후 5연패에 빠져 4위로 떨어졌다. 흥국생명은 2005년 출범 이후 다섯 차례나 시즌 중 감독을 바꾼 팀이라 사령탑 교체의 약효가 별로 없었던 듯하다.

프로농구는 전자랜드가 감독 교체의 효과를 봤다. 유도훈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기 전 승률이 1할(1승 11패·0.083)에도 못 미치며 최하위(10위)에 처졌던 전자랜드는 이후 4할대 승률을 기록하며 7위까지 뛰어올랐다. 반면 SK는 ‘신산’ 신선우 감독을 영입했지만 교체 전후의 승률에 별 차이가 없다. 프로야구도 감독 교체로 효과를 본 사례는 많지 않다. 한화는 1998년 전반기까지 5위를 유지했지만 감독을 바꾼 뒤 7위로 시즌을 마쳤고 1999년 쌍방울, 2003년 롯데, 2005년 KIA는 감독 교체 당시 최하위였고 최종 순위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중 감독 교체는 일시적인 충격요법은 될 수 있지만 장기 레이스에서는 교체 직후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경우 감독 교체 후 첫 경기에서 약체 우리캐피탈을 만나 쉽게 이긴 데다 다음 경기에서 강호 현대캐피탈을 극적으로 꺾으면서 팀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었다. 한 배구 전문가는 “대한항공은 개막 전부터 3강으로 꼽힌 팀이다. 반면 흥국생명은 그렇지 못했다. 보유하고 있는 전력이 시즌 중반 이후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한다. 미꾸라지가 갑자기 용이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상우 감독대행 체제의 LIG손해보험은 14일 우리캐피탈, 17일 현대캐피탈과 만난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12월 감독을 바꾼 직후 대한항공의 초반 일정과 똑같다. LIG손해보험도 대한항공처럼 극약처방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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