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베이스볼] 등산 웨이트…심판은 체력과 전쟁 중

  • Array
  • 입력 2010년 2월 8일 07시 00분


코멘트

KBO심판위원들의 겨울나기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심판들도 겨우내 동계훈련과 스프링캠프를 통해 땀을 흘리며 새 시즌을 준비한다. 5일 경기도 구리 LG 챔피언 하우스에서 2010년 프로야구 심판 첫 동계훈련이 열렸다.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심판들도 겨우내 동계훈련과 스프링캠프를 통해 땀을 흘리며 새 시즌을 준비한다. 5일 경기도 구리 LG 챔피언 하우스에서 2010년 프로야구 심판 첫 동계훈련이 열렸다.
잘 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만 먹는 직업. ‘영원한 숙제’라는 오심과 끊임없이 싸우고 또 싸워야 한다. ‘그라운드의 포청천’으로 불리지만 그래서 항상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아차’ 하는 순간의 실수가 승부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그래서 ‘0.01초’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동계훈련과 스프링캠프를 통해 시즌 준비에 열을 올리듯 심판들도 마찬가지다. 게임이 없는 겨울이라고 넋 놓고 있지 않는다. 새 시즌을 치르기 위해 체력도 관리하고, 바뀐 룰 적용을 위해 공부도 하고 훈련도 한다. 심판들의 겨울나기를 들여다본다.

○ 산도 타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소속 심판위원들이 올해 첫 단체훈련을 실시한 5일 경기도 구리 LG 2군 연습장.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심판들도 겨울이면 산도 타고 웨이트도 하면서 꾸준히 몸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심판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직업. 3시간 넘게 그라운드에 서 있으려면 우선 체력적으로 준비가 돼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석환 차장은 “지하철을 타더라도 우리는 하체 힘을 기르기 위해 자리에 앉지 않고 줄곧 서 있는다”며 후배들을 쭉 훑어보더니 “비시즌 동안 살이 찐 친구가 없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조종규 심판위원장(맨 앞)이 경기시간 단축에 맞춰 새롭게 보강된 규칙을 심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조종규 심판위원장(맨 앞)이 경기시간 단축에 맞춰 새롭게 보강된 규칙을 심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반복 훈련을 통한 정확한 룰 적용

KBO는 올 시즌부터 12초 룰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12초 룰은 주자가 없을 때 타자가 공격 준비가 되면 투수는 제한된 시간 안에 볼을 던져야만 하는 규정. 구심은 투수가 이 룰을 처음 위반하면 경고를 주고, 그 다음부터는 곧바로 볼로 판정하게 된다. 주자가 있을 때 쓸데없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으려는 견제도 제한한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시간을 끌지 않고 ‘스피드 업’을 하게 유도하기 위해서다. 규정은 단순해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적용이 복잡하다. 초시계를 들고 시간을 재 수신호를 하는 2루심과 판정을 내리는 구심간의 호흡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볼로 판정해야 될 투구가 콜이 늦어 인플레이됐다면(12초 룰을 위반했지만 투수의 부상 방지를 위해 구심이 콜을 하지 않아 플레이가 된 경우) 타격 결과에 따라 타자를 다시 불러 세울 수도 있다. 이처럼 순간적 판단으로 복잡한 룰을 적용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심판들이 단체훈련을 통해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반복 훈련을 하는 것도 그래서다.

야구 심판들이 축구의 재미에 푹 빠졌다. 10일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KBO 심판위원들이 친목 도모를 위해 축구를 하고 있다.
야구 심판들이 축구의 재미에 푹 빠졌다. 10일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KBO 심판위원들이 친목 도모를 위해 축구를 하고 있다.

○ 살아남고 버텨야 한다

현재 KBO 심판진은 조 위원장을 포함해 1·2군 총 35명으로 구성돼 있다. 시즌 개막에 맞춰 2군 심판 2명이 추가된다. 아무래도 연차가 오래되고 경험이 많은 심판들이 1군 경기에 출장한다. 지난해까지 4개조로 운영됐던 1군 심판조는 올해부터 5개조로 운영된다. 5개조는 번갈아가면서 2주씩 2군에 내려가 활동한다. 이는 젊은 심판들의 1군 경험도 쌓으면서 2군에 내려간 1군 심판들을 통해 후배 심판들의 기량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목적이 포함돼 있다. 이 덕분(?)에 이기중(34), 김귀한(34), 권영철(33), 김정국(31) 심판이 올해 새로 1군 멤버가 됐다. 진정한 시험대에 서게 된 이들의 눈빛이 단체훈련 첫날 남달랐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최규순 1군 팀장은 “2군에 있다가 1군에 오르면 떨리고 긴장되기는 선수나 심판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조 위원장은 “기회를 줘서 안 되면 가차 없이 2군으로 내려보낸다”면서 “1군에서 버티고 살아남겠다는 각오로 더 분발하라”고 촉구했다.

전일수 심판위원(맨 앞)이 동료들과 판정동작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전일수 심판위원(맨 앞)이 동료들과 판정동작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 실수는 실수에서 끝나야 한다

심판도 사람이라 오심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심판도 오심이 나오면 스스로의 느낌을 통해, 동료 심판들의 눈짓을 통해 알아챈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기 마련. 그래서 심판들은 ‘실수는 실수에서 끝나야 한다’는 말을 머리 속에 항상 담고 산다. 실수가 또 다른 실수를 부른다던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피해를 본 팀에 일부러 이로운 판정을 하는 등 또 다른 잘못은 하지 말자는 의미다.

심판들이 오심에 대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과거와 달리 TV 중계 기술과 인터넷이 발달된 요즘, 잘못된 판정은 몇 번이나 리플레이되고 해당 심판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다.

특히 자신의 실수로 승부의 향방이 갈렸을 경우 며칠씩 잠을 못 이루고, 때로는 감봉이나 2군행 등 공식 징계를 받는다.

한 베테랑 심판원은 “가면 갈수록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게 심판”이라면서 “그래도 우리 심판들은 그라운드의 포청천이란 자부심으로 꿋꿋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 전지훈련 떠나는 심판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심판들도 전지훈련을 떠난다. 올해도 5개조로 나눠 일본 미야자키, 오키나와(2개조), 가고시마(2개조)로 출격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열리는 프로팀간 연습경기에서 직접 심판을 보기 위해서다. 12초 룰 적용이나 투수가 손에 상식 밖으로 많은 로진을 묻히는 행위 제재 등 지난해와 달라진 규정에 대한 적용도 실전 테스트를 거치는 셈. 조 위원장은 각 팀 캠프를 돌며 선수단에게 바뀐 내용을 직접 설명하고 이해도 구할 예정이다.

구리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