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호, 8강 기적 이룬 원동력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6일 12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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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새벽 나이지리아 바우치의 아부바카르 타파와 발레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U-17 월드컵 16강전에서 120분간 혈투를 1-1로 비기고 나서 승부차기 끝에 5-3으로 이겼다.

이로써 2승1패로 F조 2위를 차지해 지난 1987년 캐나다 대회 8강 이후 22년 만에 조별리그를 통과했던 한국은 이날 승리로 8강 대열에 합류하면서 세계 4강도 넘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달 이집트에서 막을 내린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홍명보호'가 8강 신화를 쓴 데 이어 17세 이하 후배들까지 8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한국 축구의 기초가 탄탄함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한국이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클럽 유스시스템의 산물
클럽 유스시스템은 축구에 재능을 지닌 어린 선수들을 일찍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해 잠재력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클럽 유스팀에서 길러낸 선수들은 비단 클럽팀에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 중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선수를 모아 대표팀을 꾸릴 경우 무궁무진한 파괴력을 지니게 된다. 이광종호의 아이들이 그렇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21명의 선수 중 클럽 유스팀에 소속된 선수는 무려 7명. 한국에서 가장 잘 운영되고 있는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 유스팀의 이중권, 이종호를 비롯해 조민우, 손흥민(이상 FC서울), 고래세, 윤일록(이상 경남), 골키퍼 이창근(부산)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던 터라 전술에 대한 이해력이 높고 영리한 플레이로 세계 축구의 흐름과 부합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모두 클럽 유스팀에서 미리 보고 배운 덕분이다. 또 단일대회를 치른 뒤 한 두 달을 쉬던 예전과는 달리 지난해 프로축구연맹이 출범시킨 주말 리그제인 고교클럽 챌린지리그 시스템을 통해 경기 경험을 쌓고 있어 기량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투지와 집중력이 빛났다
강한 투지만큼은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도 자랑할 수 있다. 특히 멕시코전에서 어린 태극전사이 보여준 투지는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전반 44분 멕시코의 길레르모 마드리갈에게 선취골을 빼았겼던 한국은 이후 경기 주도권을 쥐며 동점골을 노렸다. 그러나 결정적인 슈팅이 잇따라 골문을 벗어나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경기 종료 시간도 다가왔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도 최전방 공격수들은 젖먹던 힘까지 다해 압박 플레이를 펼치며 실수를 유도했고, 미드필더와 수비수들도 한 발짝씩 더 뛰어 상대를 위협했다. 결국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윤일록의 땅볼 크로스를 받은 김동진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을 끌고 갔다. 이후 집중력이 승부를 갈랐다. 연장 전후반을 득점없이 마치고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이강을 시작으로 안진범(부경고), 김진수, 이종호, 이민수(문성고)까지 다섯 명의 키커가 모두 골문을 열었다. 반면 멕시코 첫 번째 키커 카를로스 캄포스의 슈팅이 195㎝의 장신 골키퍼 김진영에게 걸려 결국 치열했던 승부는 한국의 짜릿한 승리로 마무리됐다.

▶어린 선수들의 승부욕에 불지른 칭찬 리더십
지도자들의 칭찬 리더십이 젊은 태극전사들의 승부욕에 불을 지폈다. 그동안 이광종 감독은 '이기는 축구'보다는 '즐기는 축구'를 강조해왔고 그 결실이 국제무대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한 골을 허용한 뒤 주눅들던 예전 선배들과는 달리 이광종호는 지고 있어도 서두르는 법이 없다. 마지막까지 축구를 재미로 승화시켜 승리를 쟁취한 것이 8강행을 이룬 키워드. 20 이하 월드컵 때도 홍명보 감독의 '칭찬 리더십'이 화제가 된 바 있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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