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멀리건] 양용은 메이저우승이 주는 의미

  • 입력 2009년 8월 26일 10시 02분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의 PGA 챔피언십 우승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인들의 쾌거다.

양용은의 우승으로 PGA 투어는 아시아 골프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아시안들이 골프 종주국 영국이나 미국, 유럽선수들에 비해서는 선수 층도 얇고 기량도 다소 밀리는 게 사실이다. 양용은 이전의 메이저대회 노크를 했던 아시안들은 고비에서 다 좌절의 쓴맛을 봤다.

1985년 US오픈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대만의 천제충(미국에서는 T C 첸으로 통한다)이 대표적인 선수다. 메이저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지킨 아시아인은 천제충이 처음이었다. 1971년 브리티시오픈에서 2위에 오른 헌 루리앙(대만), 1980년 US오픈에서 잭 니클러스에게 2타 뒤져 준우승을 한 아오키 이사오(일본)도 3라운드에 선두로 나서지는 못했다.

1985년 미시건 블룸필드 힐스 오클랜드 힐스 컨트리 클럽(70타)에서 벌어진 US오픈에서 천제충은 3라운드를 마칠 때 5언더파로 선두를 유지, 2위에 2타 차 앞서 있었다. 우승이 눈앞에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날 5오버파로 무너지며 합계 이븐파로 1언더파를 기록한 앤디 노스(현 ESPN 해설자)에게 우승 트로피를 빼앗겼다. 천제충은 당시 홀인원보다 힘들다는 알바트로스를 기록했고, 이 때까지 US오픈 사상 54홀 최저타인 5언더파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이른바 ‘투 터치’로 한 홀에서만 쿼드러플 보기(4오버파)를 하고 자멸하고 말았다. 그린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다가 저지른 이 어이없는 실수는 지금도 US오픈 대회 때마다 회고되고 있다. 동양인에게 미국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US오픈 트로피를 주지 못한다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사실 타이거 우즈가 아닌 흑인(아프리카 아메리칸)이 PGA 투어에서 우승을 거둔 적이 없다. 골프는 백인들의 종목이나 다름없었다.

아프리카의 남아공화국과 짐바브웨에서 왜 골프 우승자가 나타나겠는가. 이 나라들은 백인지배 사회다.

소수계로 골프에서 백인의 벽을 허문 게 바로 우즈다. 그것도 온갖 기록을 작성하면서 가장 어린 나이로 메이저대회 그랜드슬램을 작성했고, 이제는 ‘골프황제’로서 대접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을 우승한 양용은도 우즈만큼 큰일을 해냈다. 이제 황색인종이 골프의 메이저대회를 자연스럽게 도전하고 우승을 노릴 수 있는 발판을 양용은이 세운 것이다.

양용은에게는 어떤 찬사도 부족함이 없다. 메이저 대회 우승의 위력은 미국에서는 더욱 실감이 난다.

LA|스포츠동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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